가장 핵심적인 금언은 "It's about who you are, not what you do." (네가 누구냐가 중요한 거지, 무슨 행동을 하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다) 일겁니다. 사실 이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또 체화한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고 본인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선 멀리갈 것도 없이, "하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이라고 흔히 회자되는데 이 자체가 엄밀히 말하면 오역이죠. 하찮은 말의 어법을 가지고 말장난을 하자는 건 아닙니다. 이 말을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깊은 내용의 글이니 각 잡고 읽어보세요. 집중하시길 강력히 권고합니다.
1. 모든 유혹은 상호작용이다
많은 사람들이 질문합니다. "어떻게 해야 호감을 얻죠?", "어떻게 해야 여자한테 잘 보이죠?", "어떻게 대하면 연인이 될 수 있을까요?" 기본적인 생각의 세팅 자체가 잘못 되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뭘 어떻게 하는 게 아녜요. 시각을 우선 바꿔야 합니다. 흔히 '작업친다' '작업한다' 이런 얘기들 많이 하죠. 남자가 여자한테 호감을 얻기 위해 하는 일련의 구애 행동을 일컫는 말입니다. 근데 입장을 잠시 바꿔보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당신이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가 있다면, 그 여자가 한 어떤 작업이나 그 여자의 수작에 마음이 열려서 호감이 생긴건가요? 잘 생각해보세요. 아마 십중팔구의 경우, 그 여자는 독자에게 아무런 작업을 걸질 않았을 겁니다. 근데도 당신은 그 여자에 마음을 쓰고 있죠. 이건 왜 그럴까요?
남자들은 대개 자기 중심적 사고에 빠져 있습니다.
- 내가 그 여자 번호땄어
- 내가 요새 그 여자한테 작업 좀 들어가고 있지
- 내가 그 여자한테 키스를 했지
- 내가 걔 따x었어 (상스러운 표현이라도 문맥 상의 실례를 들기 위함이니 양해바랍니다)
사고의 틀에서 여자는 아예 빠져있죠. 잠깐만 곰곰히 생각해보시면 알겠지만, 모든 인간관계는 상호작용입니다. 혼자 뭘 하고 그러는 게 아녜요. 상대가 반드시 있죠. 남녀관계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손양과의 데이트를 제외하면, 남녀 사이의 모든 일은 누가 먼저 주도를 할 수는 있어도, 본질적으로는 상호 작용이고 상호합의를 통해서만 가능한 겁니다. 여자가 그걸 못이기는 척이라도 따라줘야 일이 되는 거예요. 남자가 강하게 먼저 리드를 할 지라도, 여자가 완강히 거부하면 될 일은 없습니다. 이런 쌍방향적 관점에서 다시 위의 예시들을 서술해볼까요?
- 그 여자랑 전화번호 교환했어
- 나랑 그 여자랑 요새 썸좀 타고 있지
- 내가 키스를 했어 그여자한테. (시작만 내가 한거지, 그여자도 마음이 있었지)
- 그여자랑 밤의 역사가 이루어졌지
반드시 이런 식으로 말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전 한국어지킴이도, 바른 말 전도사도 아닙니다. 어색하게 어떻게 저렇게 매번 말할 수 있겠습니까. 본질은 저런 상호합의에 근거한 상호 작용임을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고, 여자 역시 나만큼이나 그 관계에 대해 '지분'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라는 거죠. 내가 뭘 하는 게 아닙니다. 둘이 하는 거고, 다만 내가 상황을 보통 리드할 뿐이죠.
2. 하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이다?
It's about who you are, not what you do 에 대한 번역이 보통 저런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엄밀히 보자면 어폐가 있습니다. 근데 한국어 특유의 뉘앙스가 살아서 뜻이 다르지만 그 나름의 격언으로서의 가치가 생겼죠. "애써서 무얼 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서 저절로 되는 것이다" 라는 식으로 말이죠. 이것도 좋은 얘깁니다.
근데 원래 저 격언에서의 "It's about who you are"는 '저절로 되는 것이다'라는 의미가 아녜요. 이건 바로 doing이 아니라 being, 그러니까 "네가 무슨 행동을 하느냐가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너 자신의 정체성, 너의 원래의 모습, 너라는 사람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라는 의미죠. doing(행위)이 아닌 being(존재/됨됨이 그 자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죠.
헷갈리니까 다시 정리해볼까요? 제가 새롭게 쓰는 친절한 버전은 이겁니다.
It's about who (she perceives) you are (as a man), not what you do (to her to attract her).
"그녀가 보기에 네가 어떤 남잔지가 중요하지, 네가 꼬실려는 의도로 그여자한테 무슨 행동을 하는 지는 별 의미가 없다" 여기서 주목하셔야 할 부분은 "그녀가 보기에"라는 부분이죠. 결국 호감을 가져야 할 사람은 그녀고, 그 여자가 보기에 마음에 들어야 하고, 그 여자의 마음이 동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게 앞서서 '유혹의 쌍방향성'을 강조한 이유입니다. 남자가 무슨 행동을 하고 말고는 전혀 중요하지가 않아요. 문제는 "여자의 마음이 동하고 있느냐" 이겁니다. 작업을 걸어도 되고, 안걸어도 되요. 여자의 마음만 동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건 "그녀가 보기에 내가 괜찮은 남자이면" 해결될 문젭니다.
3. 본인의 삽질 예시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저의 삽질담을 한번 써보죠. 몇 년전에 이런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고수 두명과 셋이 밤에 놀러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여차저차 해서 여자 3명과 합석을 하게 됐죠. 물론 이때 당시에도 전 적지 않은 여자 경험이 있었고, 많은 연애관련 지식이 있는 상태였습니다. 허나 It's about who you are, not what you do 의 개념을 머리로만 알고, 깊이 깨닫지는 못했었죠.
자리를 3:3으로 잡고 앉아서 잡담을 좀 하다가 이런저런 술자리 게임을 하기 시작했죠. 저는 상황을 보아하니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여자가 저한테 관심이 좀 있어보이는 듯 했고, 딱히 여자 3명 중에 "반드시 저여자여야 한다"는 그런 건 없었기 때문에 맞은 편의 여자랑 잘해봐야겠다는 생각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를 챙겨주기 시작했죠. 은근히 배려하고, 그 여자에게 젠틀하고 괜찮은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일련의 '행동'들을 계속해 나갔죠.
고수1은 저와 달랐습니다. 제게 귓속말을 했죠. "여자 하나한테 직접적으로 뭘 할게 아니라, 전체를 대상으로 높은 가치를 보여줘야 되요" 제가 여자 한명을 찍어서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한 행동을 할 때, 고수1은 전체 술자리를 대상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고, 상황을 주도하고 리드하면서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고 보니, 제가 관심을 보이고 챙겨주던 그 여자가 고수1에게 호감을 강하게 보이더군요. 파트너를 정해서 각자 남녀 섞어 앉기로 했는데 그녀가 고수1과 같이 앉게 되자 굉장히 즐거워 했습니다. 당시 그녀에게 대단한 호감이 있는 정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별로 속이 쓰리거나 하진 않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는 계기는 되었죠. 정리해보면 제가 느낀 바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내가 어떤 노력하는 행동을 보여주느냐는 별 의미가 없구나. 그여자가 단지 나를 남자로서 높게 보느냐 아니냐의 문제일 뿐..."
4. 호감을 얻는 방법
많은 사람들이 질문합니다. "어떻게 해야 호감을 얻죠?", "어떻게 해야 여자한테 잘 보이죠?", "어떻게 대하면 연인이 될 수 있을까요?"
기본적인 마인드셋 자체가 잘못 되었죠. 내가 무슨 행동을 하고, 내가 그녀를 꼬시고, 내가 뭘하고... 내가 내가 내가...
벗어나야 합니다. "내가"가 아니라 "우리가", "그녀가"로 시선이 옮겨가야죠. 질문의 포인트가 엉뚱한데 가 있으면 답도 엉뚱하게 도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제대로 물어야죠.
"우리가 잘 되려면 어떠해야 할까요?"
-> 당신은 이미 그녀에게 호감이 있으므로, 그녀가 당신에게 호감을 가지면 됩니다
"그 여자가 제게 호감을 가지려면 어떠해야 할까요?"
-> 그 여자가 생각하는 멋있고 괜찮은 남자의 모습을 당신에게 발견하게 하면 됩니다
"그녀가 생각하는 멋있는 남자의 모습을 저한테서 발견하려면 어찌해야 되죠?"
-> 당신이 그런 멋진 남자이거나, 아님 그런 남자인 척을 아주 능숙하게 잘하면 됩니다
멋진 남자가 보일 법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과 행동거지를 자연스레 머금고 있어야죠.
"그런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과 행동거지란 뭘 말하나요?"
-> 유쾌하되 가볍지만은 않는, 진중하되 너무 무게만 잡지만은 않는, 강하게 리드하되 강요는 하지 않는 균형을 잡아야 할 겁니다. 그 와중에 목소리/표정/바디랭귀지에서 거추장스럽거나 찌질한 기색을 제거해 나가고, 과시하는 선은 아님에도 불구 자연스레 자신감과 결단력, 리더십 등의 남자다운 모습이 묻어날 수 있게 해야 할 겁니다.
"그럼 여자한테는 직접적으로 뭘 안해도 되나요?"
-> 여자에게 매력을 얻어내기 위해 구애를 할 것이 아니라, 이미 저런 모습에서 여자가 내게 매력을 느끼고 있을 때에라야 뭘 해봄직 하죠. 이를테면 "네가 나한테 관심이 있다면,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우린 서로 관심이 있으니 좀 더 가까워져 보자" 라고 여자를 안심시키고, 본격적으로 관심을 내게 보내도 된다고 멍석을 깔아주는 행위 등이 필요할 겁니다. 허나 그전에 내가 여자의 눈에 매력이 없다면 무슨 정성이나 행동을 보인들 답이 없으며, 반대로 내가 그녀의 눈에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인다면 심지어 그녀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고 해도 그녀의 나를 향한 호감은 멈추질 않을 겁니다.
5. 총정리
"어떻게 하면 호감을 얻을 수 있죠?" 라고 묻는 질문자들은 애초에 개념 자체가 하나도 정립이 안되어 있는 겁니다. 호감은 "어떻게 해서" 얻는 게 아니라, 그냥 나의 모습을 그녀가 보고 "아, 이 남자 느낌있다!" 하고 여자 스스로 느끼는거죠. 남자가 할 일은 그런 느낌있는 남자의 모습을 갖추는 것이어야 하지, 특정 여성에게 무언가를 하는 식은 아닙니다.
이쁜 여자가 있다고 칩시다. 그 여자 주변에 남자가 꼬이지만, 그 여자가 딱히 뭘해서는 아닐 겁니다. 뭘했다고 한다면 그냥 이쁘게 태어나서, 화장하고, 이쁜 옷 입는거 정도? 남자한테 뭘한다기 보다는 스스로에게 하는 행동이죠. 똑같습니다. 매력적인 남자는 선택권이 많지만, 그게 부지런히 이 여자 저 여자한테 일일이 공을 들였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냥 그 남자의 매력적인 모습이 발산이 되고, 여자들이 거기에 반응을 하는 것 뿐이죠.
It's about who (she perceives) you are (as a man), not what you do (to her to attract her).
"그녀가 보기에 네가 어떤 남잔지가 중요하지, 네가 그 여자를 꼬실려고 뭘 하는지는 별 의미없다"
그녀에게 뭘 해야 마음을 얻을 수 있나 고민이 들수록 셀프싸대기로 자신을 자제시키고, 그녀가 주목할 수 밖에 없는 남자가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내가 그런 모습으로 거듭나려면 어찌해야 할지 이걸 고민합시다.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가 누구이던, 그 강렬한 열정을 자신의 변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동기로 삼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