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황우석 논문 조작 사 5차 공판이 서울지법에서 열렸습니다.
재판은 화요일이었지만, 국내 뉴스에 이와 관련한 보도 자료는 최소 인터넷 보도는 노컷뉴스에서 두 꼭지 나온 게 전부 다 일 정도로 지금은 이제 잊혀져간 사건인 듯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습니다.
http://news.nate.com/Service/natenews/ShellView.asp?LinkID=1&ArticleID=2006102609431653158 http://news.nate.com/Service/natenews/ShellView.asp?LinkID=1&ArticleID=2006102611461787158 제가 그 날 참관을 했었습니다. 재판정이라는 곳을 처음 가봐서 이전에는 기자들이 어떻게 취재를 했는지 알 도리가 없지만 국내에서 벌어진 일을 외신기사에서 받아쓰기 하는 행태는 정말 문제있다고 봅니다.
사건 관련해서 이런 저런 얘기하면 또 분란만 일어날 듯하여, 재판중에 나온 중요한 얘기들은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만, 다만, 이 사건과 관련한 '언론 보도 행태'에 대해서만 지적을 해두고자 글을 올립니다.
보신 분들이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링크를 건 기사는 "황우석, 매머드 연구위해 마피아에 돈 줘" 라는 제목의 노컷뉴스 입니다. 제가 일단 다른 예를 한번 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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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동: 재석아, 어제 있잖아. 식당에서 볶음밥 먹고 나오는데, 동수랑 딱 만났거든. 근데, 내를 보자마자 대뜸 멱살을 잡더니, 주먹으로 한대 치는 거잖아. 내가 벙쪄서 멍하게 한 10초 정도 주저 앉았다가 열받아서 나도 같이 한대 쳐버렸지
재석: 아니 형,, 동수가 형을 왜 때려?
호동: 아니, 그 자식이 전에부터 여자들 꼬셔서 사기쳐먹는 버릇이 좀 있잖아. 솔직히
재석: 어, 그건 사실이긴 하지
호동: 동수 글마가 또 그 버릇 못고치고 수진이한테 또 꼬랑지 치는 걸 내가 봤거든. 수진이 알잖아. 걔 엄청 순딩인거...
재석: 어 맞어
호동: 그래 내가 안되겠다 싶어서, 수진이 따로 불러서 동수랑 사귀는 건 좋은데, 조심하라고 내가 주의를 줬지. 그런데, 동수가 그 얘길 들었는거라. 그래 지가 열받아서 내 보자마자 한대 때린거라니깐
재석: 그래? 그래서 어떻게 됐어?
호동: 지가 내를 쳐봤자 우짤끼고. 내가 그냥 글마 머리 뱅뱅 돌려줬지. ㅋㅋㅋ
재석: 경찰 안불렀어?
호동: 지가 먼저 때렸는데 뭐 할 말있나? 내가 좀 주먹질 해주다가 좋게 좋게 타일렀지. 앞으로 그러지 마라고...
재석: 그래서?
호동: 그래서는 뭘 그래서야? 그 길로 집에 오는 길에 머리 좀 깎고, 집에 가서 나는 그냥 자 버렸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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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기까지입니다. 만약 기자가 이 두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듣고 기사를 쓴다면 어떤 기사가 그 다음날 나와야 할까요?
이 '러시아 마피아에게 돈 줬다'라는 제목뽑기식으로 기사를 하나 낸다면, 그 다음날 기사 제목은 이럴 겁니다.
"호동이, 삼겹살 대신 볶음밥 먹고, 결국 이발했다!"
올해인지, 작년인지 노무현 대통령을 두 번 만난 중소기업인이 대통령을 두번째 만났을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 번 처음 중소기업사장들과 대통령면담을 했을 때 분위기도 좋고, 많이 격려가 되었는데, 그 다음날 신문에 난 기사를 보니 온통 부정적인 내용밖에 없어서, 아! 지금 대통령을 둘러싼 언론 환경이라는 게 어떤지, 대통령의 의중이 어떻게 왜곡되서 국민들한테 전달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라며 대통령이 불쌍하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이전까지 4차까지 검사쪽 질의가 있었다면, 황우석 박사쪽에서 정면돌파하자는 쪽으로 방향선회를 한다고 얘기가 나왔고, 처음으로 변호인측 반론이 있는 재판이라 중요성이 높아 그 날 입구에서는 이전까지 허용되던 핸드폰도 반입을 금지할 정도로 중요성이 더한 공판이었지만, 우리나라 기자는 못 본 듯합니다.
몇 번 재판을 본 사람들이 이전에는 젊은 여기자 몇몇이 방청석에 앉아 기사를 받아적었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지만, 제가 쭈욱 주위를 둘러본 바로는 한 반 정도 안되는 방청객이 재판 내용을 열심히 받아적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기자로 보이는 듯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외국인이 딱 2명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바로 노컷뉴스에서 받아쓴 로이터 남성 영국인 기자 2명이 오전에 자리를 지켰고, 오후에는 이 중 한명만 재판을 지켜본 게 전부였습니다.
24일 재판이면 기사는 25일날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25일은 외신에서만 다뤘으니, 결국 그걸 받아적는다고 26일날 기사가 나오고만 것이지요. 결국, 외신에서 안다뤄 주었다면 아예 보도조차 안되었을 하찮은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책상에 앉아서 로이터 보도를 보고 거기서 '자극적인 것'만 뽑았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맘모스니 마피아니 하던 얘기는 재판정 분위기로 봐서는 다른 중요한 얘기하다가 잠깐 언급되고 방청객들도 생소하기는 했지만, 그다지 신경쓰고 넘긴 부분이 아닐정도로 다른 중요한 얘기가 많이 나왔습니다.(기사 중에 검사가 황당했다고 소감을 밝혔는데, 이것도 아마 지어낸 이야기일 듯 싶습니다) 저도 재판 내용을 계속 받아적었습니다만, 재판과정중 제일 자극적이었던 내용을 뽑으라면 차라리, 박종혁이 황우석 교수한테 "한학수, 이 개새끼, 내가 칼로 찔러 죽이고 말랍니다. 선종이 자살할려고 약먹었습니다."라는 말이 더 자극적인 내용이라고 봅니다. 결국, 직접 보기는 귀찮고, 딴지는 걸어야 하니, 특허, 논문, 경비 지출 문제 등등 주요 문제는 몽땅 제외하고 이런 잡설이나 기사화하고 만 것이죠. 이전에 그 난리통에 비하자면 다른 곳은 이미 잊혀지거나 애써 무시된 처지에서는 그나마 이런 기사가 나온 게 황박사에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나요?
변호인단 5명이 돌아가면서 황박사를 상대로 질의하는 방식이었는데, 영화에서 보던 재판 모습과는 사뭇다르더군요. 정말 주의깊게 듣기않으면 뒤에서는 무슨 소리인지 모를 정도로 조용조용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전 올해 초같은 분위기였다면 엄청난 논란거리가 될 얘기가 많이 나왔지만, 그걸 거론하고자 하는게 아니라 모두 생략합니다. 다만, 재판부가 검찰손을 들어줄지, 황박사쪽을 지지해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온 내용과 검찰 보고서등에 문제가 많았다는 것만 알려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