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0대 초반 여자입니다. 제가 요새 큰 고민이 있어서 글을 씁니다. 제발 고민 좀 들어주세요. 제발 괜찮다고 해주세요...
몇 년 전에 정말 사랑했던 남자친구한테 차이고 이 세상에 사랑은 다 가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랑은 일시적인 감정일 뿐이라고.. 그래서 그 후로 딱히 연애하고 싶지도 않았고 결혼도 하기 싫은 상태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남자를 만나게 됐는데 친근한 이미지에 개그도 종종 치고 제가 안해 본 사회 경험들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었어요. 몇 달 같이 어울려 놀다보니 그 사람이 저를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며 온갖 사탕발림을 하길래 딱히 그 사람이 사귀고싶을 만큼 좋진 않았지만 적당한 호감이 있어서 애매하게 당신이 싫지는 않다? 정도의 뉘앙스를 가지고 만나기 시작했어요.
막상 만나고 나니 이사람이 온통 저에게 원하는건 섹스 섹스 섹스.. 지금 다시 그 당시를 돌이켜 생각하며 글 쓰려니 손이 떨리네요..
제가 사실 그렇게 보수적인 사람은 아니에요. 사귀는 사이끼리 혼전 관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원나잇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아니에요. 전에는 관계는 사랑하는 사람이랑 가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고 지금도 그런 생각인데 당시에는 이별 후유증인지 정신 못차리고.. 그 분이 하도 사탕발림에 졸라대고 삐져대니까... 그냥 호감정도에 관계를 가져 버렸어요. 한 세네번 정도요..
본론은 여기부터에요.. 만날수록 이 사람 진짜 이상한 거에요. 전에는 안 그러던 사람이 관계 이후부터는 저를 막 대하기 시작하면서.. 차마 사랑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좋아하는 여자한테는 입에 담아서도 안될 말들을 자꾸 하는거에요.
저는 쌍욕은 잘 하지도 않고 저질스러운 단어도 잘 안쓰는 편이고 상대방한테도 그런 말 듣기 싫어하는데 이 남자는 저한테 남자 성기를 뜻하는 ㅈ이니 ㅈㅈ니 그냥 거침없이 말하질 않나.. 뭐 이정도는 그러는 사람들도 있겠죠.. 저는 싫다고 했는데 자꾸 그러더라구요.. 저는 알고 싶지도 않은 가족, 친구들 성생활 얘기도 자꾸 하질 않나.. 자기 친구는 지역마다 여친이 있어서 바람 피우는데 자기도 능력 되면 바람 피울거라고.. 근데 자기는 지금 능력이 없으니 안심하라..ㅎㅎ 이거는 그냥 농담이겠거니 했어요.. 농담 하던 중에 스쳐 지나간 말이었으니까..
제가 진짜 충격받은건 자기 아는 사람이 변호사인데 여자 만나다가 여자가 애 가지면 모르는 척 잡아떼라고 알려줬대요.. ㅎㅎ 친자 확인도 동의 안하면 못한다고.. 외국으로 튀라고 조언해줬대요.. 제가 혹시라도 임신하면 자기한테 오래요.. 아랫배 때려준대요.. 그리고 임신하면 피임약 먹으면 유산된다고 혹시 임신해서 낳기 싫으면 피임약 먹으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자기는 예전에 원나잇 할 때 가명 썼다고.. 지금 어딘가에 자기 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하..... 혹시 몰라 덧붙이자면 콘돔은 사용했는데 어찌어찌 대화하다 농담이랍시고 저딴 소리들을 하더라구요...
저런 말 들었을 당시에 저 사실 가만히 있었어요. 내가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사람한테 저런 말 들었으면 화나고 슬프고 마음이 찢어지는 듯 했겠죠. 근데 그냥 남 얘기 듣듯 아무렇지도 않더라구요.. 지금 생각하면 제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랑 원나잇 한 것마냥.. 그게 제가 진짜 쓰레기처럼 느껴져요.. 쓰레기랑 비록 몇 번 안 만났지만 내가 쓰레기인 것 같아서 너무 괴로워요..
한번은 웬 여자들 사진을 줄줄이 보여주면서 얘네가 다 나랑 잤다고 ㅋㅋ 지금 제 사진 어딘가에 보여주면서 그딴 말 하고 있을 생각하면 치가 떨려요.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한 통화에서는 지금 누가 자기 ㅈ 빨아주고있다고..;; 진짜 나한테 왜그랬지 미친놈이..
이런 사람 왜 만났냐고 제가 이상하다고 하시겠지만 이게 다 한번에 써서 그렇지 처음에는 마일드한 연인 간의 성적 농담으로 시작해서 결국엔 저딴 말까지 제가 듣게 만들더라구요. 당연히 저 말들 듣고 바로 헤어졌구요.
문제는 지금 헤어진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마당에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고 다시 사랑이라는 감정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는데.. 쓰레기 만나던 때의 기억들이 제 발목을 붙잡듯 나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이 사람 만날 자격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아무것도 모를 이 사람에게 미안하고 너무 괴롭다는 거에요.. 지나친 죄의식인가요..
그 사람이 저한테 했던 행동과 말들 생각하면 그 사람이 제 알몸을 몰카로 찍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꾸 그 사람이 카메라를 저한테 들이대고 있었던 걸로 기억도 왜곡되고.. 동의한 적도 없고 찍은 낌새도 못 느꼈지만.. 자꾸 그때 너무 그 사람이 쓰레기같은 모습 보여주니까 이 사람은 그랬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자꾸 저 혼자 불안한 상상을 하며 괴로워하고....
제가 이 나이 먹도록 남자친구 그래도 한둘 만난 것도 아닌데.. 그 전 남자친구들 중에 관계 가진 사람들도 있었지만 적어도 제 감정에 충실했기에 헤어지고 제가 쓰레기라고 느껴진 적은 없었는데 이 사람이랑 헤어지고는 제 자신이 쓰레기로 느껴져 미칠 것 같아요..
제발 제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제가 잘못한 것은 처신 잘못한 거겠죠... 내가 우습게 보였나봐요.. 근데 저는 그 사람이 본색 드러내기 전에는 정말 그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 직업이나 살아온 과정 등등 편견 안가지고 그 사람이 처음에 보여주는 모습만 믿었던 제가 바보였나봐요..
오래된 일인데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려니 갑자기 옛 기억들에 수치심도 느껴지고 죄책감에 괴로워서 정말 고민이에요.. 요새 하루의 반은 자책하느라 쓰는 것 같네요...
누가 제발 한마디라도 해주세요.... 아니다.. 제가 이런걸 어디다 말하겠어요.. 읽어주신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래도 혼자 뭉게뭉게 기억 곱씹으며 괴로워하는 것보다는 글 쓰니까 객관적으로 보게 되면서 마음이 안정되기도 하고.... 하여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