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유부녀다 원래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자녀계획은 아직 없지만 남편이 워낙 아이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양가 부모님들도 손주를 너무 기대하시는 분위기고 남편이 나이가 좀 있는편인지라(나도 그리 어린 나이는 아니다) 그래 아주 안 낳을 수는 없겠구나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라며 막연하게 미루고만 있는 상태인 평범한 직장다니는 유부녀다.
여느때처럼 베오베를 눈팅하다가 (제목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다들 고양이발 귀엽다고 하지만 애 낳아보면 애기발이 이렇게 이쁜줄 몰랐을거다. 라는 글을 읽고 난 왠지 모르게 굉장히 불쾌해졌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그 글이 너무 싫었다. 내가 딱히 동물애호가인 건 아닌데.. (그 글 쓰신 분 혹시 보고계시면 죄송합니다. 저격의도는 아닙니다.)
모르겠다. 아이를 보면 무조건 사랑스럽다고 생각해야만 하는걸까? 아이를 꼭 낳아야 하는걸까? 난 지금 서른이 넘었다. 많은 친구 동생 언니들이 엄마가 되는 걸 보아왔다. 최소한 내가 본 케이스 중에선 그들 중에서 나로 하여금 '아 엄마되는것도 괜찮겠다'생각하게끔 한 건 남편이 돈이 많거나 집안에 돈이 많아서 그 엄마들이 아이로 인해 자기 인생을 완전히 희생하지 않아도 되었던 케이스 들 뿐이었는데.. 난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내 결혼식에 와줬던 친한 언니의 모습을 피곤이 누덕누덕 묻어나는 맨얼굴에 목 늘어난 셔츠 차림으로 앞에는 발작하듯 울어제끼는 아기가 매달린 아기띠를 매고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서 축의금만 쥐어주고 우는 아기를 달래면서 허둥지둥 대기실을 빠져나가던.. 한때는 능력있고 예뻤던 그 언니는 지금 정말로 엄마라는 이름 아래 행복한 걸까?
어떤 사람들 말마따나 내가 애를 안 낳아봐서 모르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난 남의 애가 안 이쁘다 매일같이 자기 눈에나 이쁜 자기 애 동영상이니 사진 억지로 들이대는 팀장 정말 개짜증이고(오버액션하며 어머 너무너무 이쁘고 귀엽네요 팀장님 안닮아서 다행이네요!도 한계가 있습니다) 니가 애를 안낳아봐서 그래. 라는 말을 시험해보기 위해 애를 낳는 것도 썩 내키지 않고...(그랬다가 아니면..?)
난 지금 진급한 지 얼마되지 않았고 정말 바쁜 직장이고, 그렇지만 일하는 게 좋고 남편 혼자 벌어서는 내가 원하는 만큼의 생활수준을 맞추기 어렵다 속없는 남편이 양가 부모님들께 내년에는 손주 안겨드릴게요!라며 껄껄 웃을때 아닌 말로 주댕이를 확 그냥 찢어주고 싶더라. 니가 낳니? 니가 키울래? 니가 회사 그만 둘거야? 아니 이런저런 문제를 다 떠나서 우선 내가 잘 모르겠는건 애를 낳았는데도 '난 애 싫어 하나도 안예뻐'라는 내 생각이 안 바뀔 경우엔? 그런 몹쓸 생각을 가진 엄마 손에서 자라야만 하는 내 미래의 아이의 인성은? 그 경우의 수를 책임져줄 사람 혹은 기관이 있느냐는 문제인데 ..
잘 모르겠다. 사랑하는 남편이 아이를 원하니 하나는 낳아줘야 할 것 같긴 한데 이따위 생각을 가지고 마지못해 낳을 아이가 과연 잘 자라줄 수 있을지, 그걸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