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부터 리버풀만 쭈욱 응원해온 보살입니다.
글을 시작하기전에 저는 나믿로믿 이고, 제라드를 그리워하며, 알론소를 좋아합니다.
로저스 감독이 지난 시즌 재미를 본 스쿼드는 3백을 사용해 측면 압박을 가져오면서, 안쪽에서는 삼각형을 정삼각형, 역삼각형으로 스위칭하며 상대방의 빈 공간을 찾아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스털링이라는 쥐새*가 있어서 수월했죠. 하지만 이 전술의 한계는 맨유와 첼시를 만나면서 무너졌습니다. 맨유는 중원의 높이 싸움을 필두로(펠라이니)하고, 공미의 스위칭을 통해 상대방 공격보다 더 빠르게 공격을 전개하여 리버풀에게 더블을 받아냈습니다. 그리고 첼시는... 수비의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버스를 세웠습니다. 스리백은 중원에 너무 많은 숫자를 두었기 때문에, 공격이 부실해지면(스터리지 부상) 수비진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리그 후반에는 거의 모든 팀에게 공략을 당했죠. 멘탈이 나간 리버풀은 스토크전 1-6 패배라는 충격적인 엔딩을 맞으며 제라드를 떠나보냈습니다.
그리고 15-16시즌, 리버풀의 영입 과제는 14-15시즌이 시작되기 전과 똑같았습니다. 바로 공격수와 측면 수비수였죠. 그래서 벤테케를 영입하고, 양 풀백(조 고메스, 클라인), 그리고 스털링을 대체할 피르미누를 영입했습니다. (그 외 잉스, 오리기 등이 있습니다.)
영입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페드로와 링크가 있었지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정도 클래스의 선수가 리버풀에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입니다.(눈물을 훔치며)
프리시즌, 우리는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바로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급하게 밀너를 FA로 삽니다. 핸더슨을 수미로 내리면서 4141을 써봅니다. 그 결과 1R 스토크전, 쿠티뉴 원더골이 아니었으면 리버풀은 패배했을지도 모릅니다. 로저스는 여기서 느꼈어야 합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필요했다는 걸.
2R 본머스전에서 리버풀은 다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문제는 수비형 미드필더만이 아니었습니다. 로저스는 1~4R까지 한결같이 벤테케에게는 공중볼을 연결해주고 있습니다. 측면에는 크로스가 정확한 선수가 없었습니다. 중원에서 패스를 뿌려줄 선수는 핸더슨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핸더슨은 후반 부상으로 교체 아웃되었고, 경기 주도권을 그대로 본머스에게 뺏겼습니다. 상대방의 수미를 패스로도 공중볼로도 뚫지 못하자 쿠티뉴에게 중거리 골을 주문합니다. 쿠티뉴는 샷건처럼 슈팅을 난사했습니다. 골도 오심이었습니다. 뭔가 뒤가 구린 경기였습니다. 상대는 이번시즌 처음 승격한 구단이었습니다.
3R가 되기전, 우리 팀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바로 루카스 레이바입니다. 11년 커리어 하이를 찍으며 엄청난 성장세를 보인 루카스는, 부상 이후 폼이 크게 떨어지며 시즌 전 임대, 이적설을 계속해서 만들어냈습니다. 로저스도 루카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고, 1~3R까지 교체명단에도 오르지 않았습니다.(아직도 팬들은 왜 루카스를 팔아야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루카스는 찬과 함께 투볼란치를 소화했습니다. 아스날전은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카솔라, 외질, 코클랭은 찬과 루카스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지루는 고립되었고, 결국 지루와 코클랭은 교체 아웃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도 벤테케는 공중볼만 얻어냈고, 골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리버풀이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고 봅니다. 아이브가 들어오면서 경기 템포를 다 죽여버렸습니다. 아직 그는 벤테케에게 공을 띄워주라는 로저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합니다.
그리고, 리버풀이 언제부터 아스날에게 비겼다고 이리 신나하던 팀이었나요?...역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4R가 되었습니다. 로저스의 한계가 드러납니다. 찬과 루카스를 다시 들고 나옵니다. 웨스트햄 같이 피지컬로 나오는 팀에게 투볼란치는 괜찮은 선택이 아니냐? 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수미가 두명이면 막기가 더 수월합니다. 다만, 피지컬을 상대할 때는 패스가 끊기면 안됩니다. 찬과 루카스는 둘 다 패스를 잘하는 선수가 아닙니다. 로저스는 아스날에게 쓰던 속공 수비를 그대로 웨스트햄전에서 사용합니다. 루카스와 찬이 공을 잡으면, 양측 풀백(고메스, 클라인)이 크로스를 위해 오버래핑을 나갑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패스를 하는 순간, 웨스트햄에게 공을 인터셉트 당합니다. 파예에게 연결합니다. 클라인이 백업하기엔 너무 올라가버렸습니다. 파예가 크로스를 올립니다. 골.
이 장면이 골장면보다 많이 나왔습니다. 로브렌의 실수는 그저 하나의 장면에 불과했습니다. 문제는 바로 루카스와 찬이었죠. 로저스는 차라리 지난시즌 욕을 먹은 다이아몬드442를 쓰는게 나았다고 봅니다. 적어도 측면의 파예는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속도전의 4231과, 피지컬전의 4231은 달라야했습니다. 그 결과, 고군분투하던 쿠티뉴가 퇴장당합니다. 쿠티뉴는 맨유전에서 결장합니다.
5라운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만납니다. 이 경기엔 쿠티뉴도 없고, 핸더슨도 없고, 앨런도, 스터리지, 랄라나도 없습니다.
패스를 뿌려줄 선수도, 수비를 흔들 빠른 선수도, 패스를 차단할 선수도 없습니다. 아마도 웨스트햄전 선수에서 +- 아이브 정도가 다시 나올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리고 지난시즌과 비슷한 장면을 보이리라 생각합니다.
리버풀은 2승 1무 1패를 했지만, 다른 팀과 순도의 차이가 너무 극심합니다. 4경기 동안 골은 2득점을 했고, 실점은 3실점을 했으며, 2득점 중 1득점은 오심이었습니다.
맨유전이 다가오기전인 A매치 기간에, 선수들이 부상에서 회복되지 못한다면, 리버풀은 또다시 차디찬 겨울을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