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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476711
    작성자 : 익명Y2FiY
    추천 : 1
    조회수 : 552
    IP : Y2FiY (변조아이피)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5/07/10 00:16:12
    http://todayhumor.com/?gomin_1476711 모바일
    여보 사실은 나 많이 힘들어.
    옵션
    • 창작글
    내가 건강을 챙겨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마 한달쯤 전이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5월 말인데, 그때의 나는 핫x스 같은 에너지 드링크에 중독되다시피 했었다. 

    하루에 한캔은 무슨, 서너캔씩 들이마시며 거기에 인스턴트 커피까지 30분 가격으로 퍼먹어댔다. 

    그렇게 안하면 피로에 견뎌내질 못했으니까.

    어느 순간 이러다가 나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고 일어나도 피로는 전혀 풀리지 않았고, 바로 어제 들은 이야기가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았으며, 누군가의 걱정에 찬 한마디도 그저 짜증의 대상이었다. 

    세상 모든 것이 짜증이었고 분노였다. 

    내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원래 이런 사람 아니었는데, 이래서는 안되는데. 

    그러다가 응급실에 한번 실려갔다. 가뜩이나 없는 돈에 링거 하나 맞고나니 이러고 살다가 죽기라도 하면, 나만 보고 사는 아내는 어쩔 것이며 세상 천지 다 좋기만 한 두살배기 내 딸은 어쩔 것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에너지 드링크부터 끊었다. 

    아마 그 계기는 앱스토어에서 받은 어플이었다. 그 어플은 내게 정말로 큰 도움이 되었다. 

    일정 시간이 되면 물 마시라고 알람이 오고, 하룻동안 내가 마신 물의 양을 체크하게 해주었다.

     그렇게 하루에 종이컵 11잔 분량의 물을 마셔댔다. 화장실 가는 숫자는 급격히 늘었지만 늘상 운동부족이었던 내게 화장실 가는 그 순간마저도 운동으로 본다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어떻게든 날려버릴 게 필요했는데 게임도 안하고 애니도 안보고 뭐 하는 게 없는 나는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스트레스를 풀면서 동시에 스트레스를 쌓는 것이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한다. 

    잠을 아예 안잘 때도 있었고 자봐야 두세시간씩 자던 것을, 어떻게든 하루 네시간씩은 자도록 애썼다. 

    사실 아직도 나의 건강은 다 돌아오지 않았다. 여전히 기억력은 나빠져있고 머릿속은 안개가 찬 듯 뿌옇다. 

    뭐 한달만에 회복될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학대해온 게 있으니, 회복에는 그만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여보, 사실 나 많이 힘들어.  하루하루 몸이 나빠지는 게 느껴지지만 차마 당신께 말하질 못하겠어.

    나만 바라보는 당신, 우리딸... 우리 가족. 

    나는 힘들다고 말을 못하겠어... 여보 미안해.

    못난 남편이라서 미안해.  보험은 넉넉하니까, 그거 하나 안심이 돼. 

    다음 생에는, 여보, 절대로 나 만나지 말아요...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5/07/10 02:29:34  223.62.***.65  순살치킨  112652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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