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 ! 그렇다고 안잡혀 간다는 말은 아니다.
책게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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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와 짜루는 고양이)
새침하게 흐린 폼이 비가 올 듯 하더니 기어코 한 줄기 퍼붓더니
다시 개었다
날이 무쟈게 더운 밤이었다
이날이야말로 무기력증 공황장애 사이코인 나에게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내가 무기력증으로 밥도 안쳐먹고 골골거리기는 벌써 달포가 넘었다
무슨 병인지 알수가 없으나 반듯이 누워가지고 일어나기는 커녕
새로 모로 누워서 자빠져 자기만 하는 걸 보면 중증은 중증인 듯
그러다가 아침 댓바람에 오늘은 왠지 운수가 좋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밤 9시가 가까이 되어서 인터넷을 켰다
저번 주 부터 살까 말까 망설이던
누쿠이도쿠로의 우행록이 백석 도서관 종합열람실 사이트에서 조회를 해보니 대출중 에서
대출 가능으로 바뀐 것이다
덤으로 통곡 까지도 대출가능으로 뜬 것을 보고 어랍시오 하고
빤스 위에 스커트를 걸치고 달려나갈 채비를 갖추었다
그 때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제발 덕분에 집에 붙어 있어요 내가 이렇게 뒹굴거리는데
하고 야옹이가 숨을 고롱고롱 하였다
압다 젠장 맞을 고양이
우행록을 서점에서 사면 만 이천원! 통곡까지 사면 얼마냐 빌어먹을 소리하네
대출 하면 공짜!
하고 훌쩍 뛰어 나오려니까 짜루는 붙잡을 듯이 팔을 내저으며
나가지 말라도 그래. 차비는 생각도 안하구
하고 꺅꺅 거리는 것이었다.
버스 정류장에 서서 선선한 저녁 바람을 맞았다
니미럴 버스가 안온다
늦으면 누가 빌려갈지도 모르고 10시 되면 문을 닫을 것이다
택시를 잡았다
버스비도 마을버스 완행 직행 천원 천오백원 제각각인데
이천원 더써서 빨리 가서 빌리는게 장땡이다 하는 셈으로.
택시는 미친듯이 달려서 백석도서관 앞에 섰다
이백원을 팁으로 더 얹어 주고 한 달음에 도서관 앞으로 달려갔다
다리는 이상하게 가뿐하였다
달음질을 한다느니보다 거의 나는 듯 했다
도서관 앞에 당도했을 때 무시무시한 정적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바다 같은 정적에 다리가 떨렸다
책을 넘기는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불빛도 없었다
도서관 문짝에 매달려서
이 난장맞을 도서관 손님이 왔는데도 불도 안켜고 이 오라질 도서관!
이 년아! 오늘은 휴관일이단 말이냐? 왜 말이 없냐?
정말 휴관일 인가보네 ㅜㅜ
불 꺼진 도서관의 흰창이 캄캄하기만 하고
왜 나를 안 들여보내 주고 뽹!
택시를 타고 왔는데 왜 빌리지를 못하니 ....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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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미...
걍 인터넷으로 사 볼래
터덜 거리고 버스타고 집에 오니 야옹이 짜루가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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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呼
저희에게는 아직 열 명의 실종자가 남아있습니다.
저희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