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에두 이 게시판에 한번 글을 썼었는데..ㅎㅎ
오늘두 막탕마치구 글 읽기만 하다가 글 한번 써봅니다. ^^
전에 썼던 글 다시 보려고했는데 얼마나 넘어간건지.. 찾을수가 없네요.
쨌든.. 전 27살의 버스기사입니다..
자양동-고려대 앞까지 운행하는 버스를 운전하구요.
막차운행하고 종점 도착해보니 손님이 놓고간 폰이 있었는데..
그걸 찾아준걸 계기로 알게된 3살어린 지금의 여자친구.
전에 이 게시판에 글을 쓴 이유는 이때다 싶을 때 고백하려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글을 썼었는데.. 결국 고백했습니다.
고백하기로 마음먹은 어느 날.
뭔가 준비를 해야겠다 싶어 어떤 방법이 좋을까.. 하다가
차 안에 풍선하구 꽃을 달고.. 그녀가 항상 타는 정거장에 차를 세워
문 앞에서서 꽃다발을 전해주면서 말 해야겠다고 결정을 했는데;;
꽃이나 풍선이야 사면 그만이고..
어떤 말을 해야 좋을지 고민하다가..
운행마치고 회사 들어와서 동료 직원분들께 물어보니..
몇 분빼구 다들 아버지뻘 되시는 분들이라 영 아닌거같고..-_-
퇴근 후에 집에서 인터넷을 뒤져봤는데.. 멋진말은 많이 나오는데 좀 과장성이 짙은거 같고..
결국 운행도중에 젊은승객분이 바로 뒤에 타면 말을 걸어서 하나하나를 알아봤지요.
고백하기로 결정한 날.
첫 운행을 나가는 날보다 더 떨리더군요.
배차간격 넉넉히 유지한 후에.. 그녀가 타는 정거장에 도착하기전에 차를 세워서
승객들께 양해를 구하고 핸드폰으로 '곧 그 정거장에 도착한다'고 연락한 후
차 안에서 간단하게 풍선도 몇개 달고.. 한송이 단위로 구입한 꽃을 창틀에다 붙이고..
여튼 간단히 꾸미고 나서 다시 출발했습니다.
정거장 진입.
그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차를 길 가장자리에 붙이고
문을 열어주기전에 파킹 브레이크부터 걸고.. 운전석에서 일어난 다음에 출입문을 열어줬습니다.
앞 문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며 말 하려는데 어떤 아주머니 승객이 먼저 올라오시려고 하는 바람에
요금 찍는거 확인하고-_-;; 그 뒤에 서있는 그녀를 보며 준비한 멘트를 말 했습니다..
말 하는데 무지 떨렸어요. 어떻게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안나네요.
성격이 그 자리서 대답해줄만한 그런 성격이라; 어떤 대답이 나올까 싶었는데..
저를 배려한건지. 아니면 정말 그런건진 몰라도 제 고백을 받아주었습니다
꽃다발을 전해주고.. 몇몇 승객분들의 박수를 받으며 차를 탔구요. ^^
나중에 생각을 물어봤어요.
더 좋은 남자를 만날수도있고 나보다 더 좋은직업을 얻은 남자도 있는데
나같이 고생하고 남들이 흔히 말하는 3D직업을 가진 사람을 받아주냐고 하니
'가난이란게 자기가 원해서 가난한거두 아니고 오빠가 자수성가를 위해서 무지 노력한것도 알고있고
무엇보다 고생해서 돈 소중한 줄알고 성실한 사람이 좋고 믿음이 간다'.. 란 말에 정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안전운행 하면서 어려운결정을 한 그녀에게 후회없는 선택이 되지 않게
잘 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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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 말고도 네이트 톡을 즐겨보는데...
톡에는 어찌된 일인지 맨날 정신사납고, 서로 헐뜯고, 답답~한 글 투성이더니 -_ -;
(그래서 톡을 끊게 되었지만 한번씩 들어가 보게 되네요 ㅋ)
오늘 마음이 따땃~~해지는 글 하나 발견헀습니다
이 커플 앞으로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기도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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