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있어서 매력적인 팀이란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는 매력적인 팀에는 크게 3가지 유형이 있다고 봅니다. 첫 번째가 시대의 기조를 만들어내는 선구자적인 팀, 두 번째 유형으로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이는 팀, 그리고 마지막이 'going my way' , 즉 독자적인 팀 색깔을 보여주는 팀입니다. 물론 인상적인 경기력이 보장되어야겠죠.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최근 토마스 투헬 감독의 마인츠는 3번째 유형에 해당하는 매력적인 팀입니다. 마인츠는 그들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최근 6경기 4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리그 7위에 자리잡고 있죠. 클럽의 작은 규모를 생각해보았을 때, 리그일정의 절반이 훌쩍 지난 22라운드 시점에서 유로파리그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은 눈 여겨 볼만한 대목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직전까지 분데스리가 후반기 전승행진을 보여주던 샬케로의 원정 경기는 마인츠의 팀 메커니즘을, 그리고 투헬이라는 감독을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경기를 보면서 끄적인 암호? 입니다. 전체적인 글의 내용은 이와 비슷할 거에요.
기본적인 마인츠의 포메이션입니다. 날개 공격자원이 없는 442 다이아몬드 포메이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투헬 감독이 고심 끝에 형성한 팀 시스템이겠죠. 수준급의 윙 플레이어가 없는 마인츠의 전략적 조건상, 무리하게 측면을 활용하려고 시도하기 보단 그들이 현재 보유한 자원으로 더 괜찮은 플레이를 해보자는 의중일겁니다.
모든 선택이 그러하듯이, 투헬 감독의 선택에도 기회비용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이 선택으로 인한 단점은 3가지 정도가 되겠네요.
1. 공격상황시 효과적인 측면 공략이 힘들 것이다.
2. 수비상황시 상대팀이 아군의 수가 부족한 측면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이다.
3. 1번과 2번 항목으로 인해 양측 풀백은 힘들 것이다.
이렇게 많은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헬 감독이 이 시스템을 운영하는 이유는 현재 팀 상황을 고려할 때, 장점이 단점을 상쇄하기 때문이겠죠. 그는 이런 생각을 했을 겁니다.
1. 윙이 없어 측면공략이 힘들테니 투톱을 넓게 벌리자.
2. 상대가 측면만 공략하면 냅두자. 어차피 중앙으로 쇄도하거나 크로스를 올릴테니 수적 우위를 확보하여 중앙블록을 형성한 우리가 유리
3. 양측 풀백의 체력관리를 위해 오버래핑을 상대팀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하자.
대략 이런 생각을 가지고 팀을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는 필드 위에서 그대로 실현되어 나타납니다.
수비 상황시 나타나는 마인츠의 중앙블록의 위엄입니다. 샬케가 이것을 공략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죠. 물론 샬케의 양측 주전 풀백들이 부상으로 결장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들의 적절한 오버래핑이 샬케의 측면공략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거든요. 더욱이 이 경기에선 투헬 감독이 샬케의 홈이라는 것을 감안해 오버래핑을 적당하게 조절했습니다. 전반전의 경우, 상대팀 에이스인 파르판을 견제하기 위해 좌측 풀백인 디아스의 오버래핑을 자제시킨 반면, 우측 풀백인 포스페흐는 활발하게 전진해 허술한 샬케의 땜빵 풀백을 공략했습니다.
하지만 축구는 인간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공격을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힘들죠. 마인츠의 수비블록 사이로 파르판은 기어이 몇 번의 찬스를 만들어내었죠. 이러한 파르판의 존재와 페널티박스 내에서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훈텔라르의 존재감은 견제 대상이었습니다. 여기서 투헬 감독이 재미난 시나리오를 써내려갑니다. 바로 저 둘의 위치를 바꿔 보자는 것이죠. 이른바 강제 스위칭입니다.
마인츠의 중앙블록을 부수기 위해선 선수들의 능동적인 움직임이 필수적입니다. 결국 이런 상황은 원톱 훈텔라르가 측면으로 빠지고 박스 아래로 내려오는 움직임을 갖게 만들었죠. 그리고 그 빈 공간을 파르판이 침투하고요. 하지만 훈텔라르는 반 페르시가 아니죠. 훈텔라르는 박스 바깥에서 동료들과 유기적인 패스플레이로 찬스를 창출해내는 유형의 공격수는 아니기에 그 효과는 미미했고, 덩달아 연쇄작용으로 훈텔라르의 빈 공간으로 들어간 파르판까지 잉여가 되게 만들었습니다.
파르판이란 변수가 측면에서 사라지면? 공격권은 다시 마인츠로 돌아가고 훈텔라르는 분노합니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가르칠 訓텔라르)
이렇게 되면 마인츠의 공격 차례죠. 마인츠의 공격 메커니즘은 어찌보면 뻥축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윙이 없기에 측면에서의 크로스에 의한 뻥축구가 아니라 중앙에서 시작되는, '기점'과 '침투'가 존재하는 그것입니다.
기본적인 공격루트입니다. 상대적으로 후방에 자리잡고 있는 중앙 미드필더가 볼을 소유하고 상대팀의 전방압박을 유도합니다. 그런 후 전방의 투톱에게 패스를 찔러주는 형태죠.
그 과정의 특성 상, 실패하여 볼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최대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투톱에게 와이드 플레이를 주문하는 거죠. 그러면 상대팀의 포백라인이 분산되어 수비하기가 더욱 힘들어 질테니깐요. 상대 미드필더로 하여금 전방압박을 하게끔 유도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오카자키같은 포워드의 기동력도 준수한 편이고, 이날 샬케의 풀백이 주전이 아니었던지라 매우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죠. 그 과정에서 샬케 센터백인 산타나의 수비가 빛나기도 했습니다만.
하지만 이런 패턴만으로 상대팀을 공격하다보면 그 방식이 단순한 만큼, 상대팀이 방어하기도 쉽습니다. 그래서 또 다른 공격루트를 창출해내기 위해 투헬이 그토록 구자철을 원한 것이죠. 아욱국에서의 구자철은 마인츠의 마지막 퍼즐이었습니다.
구자철의 퍼스트 터치 능력은 많은 분들이 봐오신 만큼, 매우 훌륭합니다. 그 능력은 구자철에게 향하는 다소 정적인 골킥, 혹은 미드진에서의 패스를 구자철만의 템포로 바꾸어 팀 스피드를 올리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기존 마인츠의 공격루트와는 그 성격이 거의 비슷하지만, 이 경우에는 구자철이라는 변수를 투헬감독이 자유롭게 풀어둠으로써 공격 상황에서의 효과를 최대로 뽑으려는 것이죠.
윙의 부재는 측면에서의 미스를 불러오지만, 전술적 선택으로 인한 필연적 단점이니만큼 감내해야죠.
이런 플레이가 확률적으로 성공가능성이 높은 편은 아닙니다만, 투헬 감독이 팀에 불어넣는 긍정적인 분위기는 선수들의 의지를 북돋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죠.
최근 좌측 풀백인 박주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한 것 역시 팀 메커니즘의 완성도를 더하기 위한 뛰어난 용병술이라고 평가하고 싶네요. 박주호 선수가 괜찮은 크로스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보니 후방에서 롱패스를 전개하는 메인 공격루트의 성공확률을 개선하는 데는 이만한 것도 없겠죠. 또한, 풀백 출신이라는 점과 그가 가지고 있는 기동력은 약점으로 여겨지는 측면을 커버하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될 테니 말이죠.
투헬이 보여주는 구자철과 박주호의 쓰임새를 홍명보 감독이 적극적으로 참고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기성용 선수의 파트너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투헬 감독이 괜찮은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거든요. 두 선수의 컨디션을 체크하기 위해 얼마 전에 두 감독이 만났다던데 홍명보 감독에게 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반할만큼의 괴짜일수도
혹은 클롭만큼의 쾌남일지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