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약
어제 잠을 중간에 깨서 다시잤다.
아침에 고등학교나 가려고 피곤한데도 일찍 일어났는데 또 친구에게 연락이 없다.
아마 오늘도 늦게자서 안가나보다.
구체적인 일자를 잡아놓은게 어제뿐이었으니 뭐, 이해는 간다.
하지만 내가 먼저 구체적으로 말 안하면 진짜 잠을 자니 원..
일어나자 마자 두통이랑 복통 심해서 두통약 먹고
기관지염 약받고 끼니를 까먹어서 집에서 대충 김밥.
바로 알바 알아보러 2번째 방문했지만, 나중에 연락준다고 해놓곤 지금도 연락 안오고있다.
오늘 가면 근로계약서 작성하는 듯 말하길래 주변인들한테 면접보러간다고 많이 말해놨는데
오늘도 돈만 쓰겠구나.
오는길에 피부과 들려서 만성피부염 주사맞고, 아까 잊은 코세척키트 다시 사러감.
집오자마자 기관지염약이랑 피부염약 먹고, 연고 바르고, 물끓여서 코세척.
아까부터 계속 두통복통 안나아서 보니 역시나 오늘 생리가 터졌다.
머리가 제일 아프다 사실.
잠을 설쳐서? 피곤해서? 스트레스때문에? 생리증후군?
모르겠다 하루종일 머리가 무겁다.
2. 연애
남친은 방학되자마자 부쩍 소홀해진듯 형식적인 연락만 잠깐하고 전화도 없다.
"우린 다음에 언제보는거야?"
라고 물어보고싶다.
모르겠다. 왜 이런말도 못하는지.
바빠보여서?
사실 그 아이의 마음을 확인하기 무서운 것같다.
미친듯이 연애관련글을 뒤져보는 내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엔
나에게 무조건 헌신하던 초창기가 지나고 우리관계가 안정기에 접어든 것 뿐이겠지.
그런데도 정작 내 머릿속엔 '이젠 나에대한 마음이 변했나?' 그런생각만 든다.
나란애는 대체 뭘까?
표현을 많이해줘도 부담스럽대, 표현이 없어도 불안하대.
길가다가 그앨 쏙 닮은 남자애가 옆에 여자친구를 끼고 걸어가고 환하게 웃으면서 걸어가는데
가슴이 너무 아팠다.
사랑해서 그런건가?
이제 나는 이 아이를 사랑하는건가?
간접적으로 질투를 느낀 것 뿐인가?
결코 사랑이라고 단언하지 못하는 이유는,
나는 아직도 이남자를 내 준거점으로 잡지 못했다.
언제까지나 친구로밖에 남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과 판단의 준거점이었던 남자를
완전히 떠나기 위해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언제나 자살에 대해 생각하는, 혼자있으면 미친듯이 우울해지는 나 자신을
치료하기위해 연애를 시작했다.
도구적인 연애였다.
연애는 수단이었다.
첫 연애에 대한 환상같은 것은 없었기 때문에 한 번의 만남 후 바로 고백을 받는 것이 가능했다.
나만을 사랑해줄 것 같은 모습에 흔쾌히 승낙했다.
어디서나 "여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보다 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야 해." 이런 말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한 번도 남자에게 진심어린 사랑을 받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받는다면 나도 분명 사랑에 빠질거라 간과했기 때문에.
내 준거점은 그런데 아직도 다른 남자인 너에게 있다.
내 마음속 청자는 항상 너였다, 잠깐 남자친구였다, 다시 너에게로 바뀌고 있다.
똑같은 시점에서 똑같은 말을 하는게 정말 잦은 너는
나와 생각하는 방향, 생각하는 구조가 너무 흡사해서
나르시시즘적 성향이 강한 내가 너에게 이렇게 애착을 가지고 있을거라 믿고싶다.
절대 연인이 될 수 없는 물리적 거리
좋아하는건지 절친같은건지 알 수 없는 심리적 거리
이런게 반복되는 일상에 질려서 도피적으로 연애를 시작했는데,
내가 연애를 시작하자 마자 바로 다른 여자를 찾은 니 모습이 참 기묘했다.
괜히 마음속으로 니 마음속을 단정짓진 않을 것이다.
그것은 너에 대한 예의도, 내 남자친구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행복해지는 길을 찾자.
남친에게 오늘 약 많이받아왔다고 사진을 찍어 보여줬다.
그런데 어디 아픈지도 물어보지 않아서, 사실 조금 삐졌다.
물론 이런거로 티는 안냈다. 속좁아보이기 싫어서.
난 솔직한 척은 잘하는데 정말로 모든 것을 말하진 못했다.
그만큼 너에게 찔리는 구석이 많은건가? 그냥 그럴 기회가 없었구나.
"나 오늘 완전 고생했어."
라고 말하는 그 아이에게 "ㅋㅋ그랬어?"라고 공감해줬다.
요새의 나는 공감해주는 척을 잘한다.
나도 공감받고 싶기 때문에.
그 다음말론 "너도 고생했겠네." 라고 말해주길 바랐지만 그런건 없더라.
나는 예쁘다는 말보다 힘들었지? 라는 말이 더 듣고싶다.
사랑한다는 말보다 고생했어! 라는 말이 더 듣고싶다.
가볍게 하는 카톡보다 전화로라도 목소리가 듣고싶다.
과거의 아픈 기억을 건드릴 때마다 서럽게 우는 나를 꼭 안아주면서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던 너는 지금 어디갔니?
이제는 내생각을 하기나 하니?
그래, 사실 내가 너무 예민한거지.
어떻게 항상 연애초창기 같을 수 있겠어.
지금까지 받아왔으면 이제는 내가 줄 때가 되었지.
하지만 나 혼자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애정결핍이니까.
그러니깐 제발 바뀌지 말고 내 마음을 기다려주면 안되겠니?
가족에게 못받았던 사랑을 연애로 채우는 것도 불가능하던데,
지금까지 여자로서 받았던 사랑을 갑자기 못받는다는 것은 날 두 배로 힘들게 한단 말이다.
결국 수단으로서의 연애를 선택했다가 된통 당한 꼴이 되었구나.
꼴좋네.
미안하다. 바라는 것은 많고 해주는 것은 많이 없어서.
사실 내 진심이 닿는 곳 까지는 최대한 해주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3. 취미
요새 되게 짜증나는게 생겼다.
무언가에 몰입을 못하게 되었다.
그 어떤 드라마, 영화, 만화, 애니를 봐도 재미가 없고 그대로 딴생각, 주로 걱정에 빠진다.
이럴 땐 원래 예전에 정말 재밌게 봤던 것들을 재탕하면 사라지는데
이번엔 좀 심각하다.
이렇게 손놓고 뭘 보는것은 아예 못하는 일이 되었고,
직접 능동적으로 해야하는 일에 대해서는 나름 집중을 하는 편인데
무엇보다 컴퓨터 사양때문에 할만한 게임이 잘 없고, 재미없으면 금방 질려버린다.
제발 좀 잊고 무언가를 계속 해버리고싶은데....
이렇게 아무것에도 몰입을 못하니 잠자는 시간 빼곤 하루종일 고민만 하게된다.
내 연애사에 대한 걱정, 그리고 바로 느끼는 내 삶에 대한 회의.
이것 두개가 가장 나를 미치게한다.
지금까지 타의에 의해 무한정 휘둘리고, 타의에 의해 남에게 상처주고 살아온 내 모습을 떠올리면
이렇게 아프게 아프게 살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제 이 세상에 애착을 가질 곳이 없어졌는데.
그래. 남자친구를 만든것도 사실 내가 애착을 가질 사람을 가장 가까운데 두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니다. 조금만 흐트러져도 다시 난 더 강렬하게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1년동안 이렇게 살아왔다. 자살을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고게에도 몇 번 글을 올릴 정도로 심각한 스트레스다.
물론 나는 절대 안죽지.
왜냐면 징그러운건 세상에서 제일 질색이거든. 난 겁쟁이다.
참...
어느순간부터 '자살'이라는 단어가 인터넷상에서 흔하게 지나가는 농담이 되었다는게 큰 문제다.
'자살각', '마포대교 뛰어내릴분?', '자살해야겠다.'
이런 말이 흔해지고, 내 입버릇이 되고,
머릿속에서 혼자 대화할때까지 그 입버릇이 나오면서 그대로 자살이란 단어가 내면화된것이다.
그런데도 다행인건
이 글을 쓸 때 만큼은 글쓰는데에 굉장히 많은 집중을 했다.
생각이 정리되면서 복잡했던 머리가 좀 풀린 기분이다.
"나랑 상관없는데 뭘.", "직접적으로 피해 준 거 아니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야지."
라는 식으로 스트레스 받기 싫어서 외부의 일에 둔감하게 반응하면서 살아가는데도
매일 이만큼의 수많은 고민들을 하면서 살 수 밖에 없다.
아마 평생 이럴 것이다.
흔히들 갖은 풍파를 다 겪으면서 산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강해진다지만
나는 오히려 상처받는것을 더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었으니깐.
앞으로도 더 예민해질 생각을 하니 골머리가 아프다.
얼마나 더 둔감해지려 노력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
무서운건 이젠 더이상 쓸 말이 떠오르지가 않는다.
이제 뭘하지.
빨리 알바나 해버리고 싶다.
돈벌려면 무조건 몰입해야 하는 그런 알바라서, 나쁜생각들 전혀 나지 않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