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좀 그만하고 내말좀 들어볼래

내신경쟁을 하려면 내 옆의 짝이 아니라 옆학교 학생과 경쟁을 해야 맞는거다.

일반계 1등이랑 꼴찌고랑 그 학교에서 1등하는 것이 똑같은거냐?

그렇게 격차가 '분명히'있는데도 없다고 버럭버럭 씌우는 교육부는 잘하는거냐?

그래서 대학에서 그 분별력 키우려고 1등고등학교에 내신정적 안본다는게 

잘못됀거냐. 우리학교는 전국 인문계 초순위권 안에 드는 학교다.

오늘부터 중간고사가 시작이다. 그치만 애들은 별로 걱정을 안 하는듯했다.

나도 첫교시 국에서 절반정도만 맞춘 것 같지만 자살 생각은 눈곱만치도 안했다.

대학에서 우리학교는 내신성적을 크게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명났거든.

옆학교는 모의고사 전교 1등이 300점을 웃돈다. 이런 개판학교의 1등급과 우리학교의 498점 

1등급과 누가 똑같다고 씨부렁거리는 거냐.

네가 지금 말하는 걸 보면 억수로 논리적이고 '외형상' 참 잘 짚었어. 

그치만 내면 속을 좀 파줄래? 좀 미시적으로 봐달란 말이야.

이전에도 고1은 어려웠던거 다 알어 내 위로 누나가 있으니까. 

엄마가 틈만나면 공부하라고 하고 누나가 울었던거 다 기억해.

그치만 지금 바로 내 옆에 짝이랑 칼을 겨누고 있는 지금이랑 

내 옆학교 친구들을 이기고 위로 올라가 정확하게 1등부터 줄세우는 과거랑

어느 것이 더 정당하다고 생각하니?

아니, 말을 바꿔서 둘다 정당하지 않다고 치자고, 그러면 어느 쪽이 더 '안'나쁜데?

정시로 줄세워서 대학보내는게 맞을까

수천명의 동점자들을 "똑같이" 돼지고기처럼 분류해서 '너희들은 다 똑같애'로 

말해서 "대학 너희들 얘네 다 실력 같으니까 다 받아봐라" 하는게 맞을까.

너 돌대가리 같은 머리로는 또다시 후자를 택할것이지만 

니가 지금 고1되봐라. 

벌써 화장실에서 남의책의 재가 나오고 있다. 이게 뭘 뜻하냐. 

경쟁에 경쟁을 더하고, 경쟁을 넘어선 혈투의 전장이 되버린 학교가 아니냐.

문민정부가 원한 교육이 이런 것이었단 말이니? 

제발 모순된 말을 삼가라. 넓게 봐라.

그리고 한번만 더 죽어가는 고1생들을 칭얼거리는 철부지로 봤다간 

네 모가지에 총알을 박아버릴 것이다. 구족을 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