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이 발달해서 그런지 검색 한번으로 간단한 의학정보를 알수 있다 보니
셀프 정신병 진단을 하시는 사람들이 참 많은 거 같다.
웬만큼 정상적 환경에서 자랐고, 학교도 잘 다니고 겉보기에는 지극히 정상인 사람인데
자꾸 스스로를 정신병자로 만드는 것이다.
저 대인기피증이예요(이게 제일 많이 보임) ㅜㅠㅠ 저 분노조절장애 있어요.. 저 공황장애 있는 거 같아요.. 조울증 기가 있습니다...
이사람들아 이거 중에 몇 가지는 약물치료 필요한 수준의 장애(게다가 평생 완치 힘든 수준인 난치병)에 속하는 거다.
웃긴 건 병원도 가 본 적 없고 상담도 받아본 적 없고 치료하려고 노력해 본 적도 없고
그저 네이버 클릭클릭 지식인 검색검색 만으로 내린 자가진단이란 것이다. 그 답변 90퍼센트가 초딩들이 다는 거예요.....
근데 사실 저런 증상이 없는 사람 없다.
낯가림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기는 있는가? 편한 것이 좋고 익숙하고 낯선 것에 경계하게 되는 건 사람 본능이 아닌가?
근데 그걸 저 대인기피증 있어요. 하고 딱 스스로 진단내려 버린 순간
그걸 정당화하게 된다. 이제 그럴듯한 병명도 알았겠다. 난 대인기피증 있으니까 라는 말로 모든 걸 정당화한다.
난 노력으로 뭐든지 된다고 믿는 노력충도 아니고 정말 정신과적 증상이 있는 사람마저 꾀병쟁이 의지부족으로 모는 건 아니다.
하지만 초중고 12년 한국 교육과정 밟으며 성실히 지내면 사회성 기르기가 더 힘들다. 특히 고등학교 3년 내내 입도 닫고 공부공부공부.
대학교 가선 혹은 사회 생활 시작하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입도 잘 안 떨어지는 게 당연하고, 그건 차차 배워가는 거다.
말과 사회성은 많이 해봐야 느는 거니까.
근데 그대신 난 대인기피증 있으니까. 로 그 고민을 전부 종결지어버린다.
그 외에도 바리에이션으로 만나자마자 전 낯 많이 가려요. 하는 사람들. 알아 모시라는 건가?
몇 번 만나다 보면 아 얘가 말수가 적고 부끄럼이 많구나 정도는 말 안해도 알게 된다.
낯가림이 심하다는 말만 툭 던지고 입 꼭 다무는 사람들은 그래도 어찌어찌 대화 이어가려 하는 나는 낯을 안 가리는 줄 아나보다.
저도 초면에 그쪽이랑 얘기하고 있는 거 솔직히 그리 편하지 않아요 이사람아. 나 몇년 전에는 낯선 사람이랑 전화통화가 부끄러워서 배달음식도 못 시키던 사람이야....
분노조절장애 있어요. 세상에 화나는 일에 화 안 내는 사람도 있는가? 부처인가? 예수인가?
그걸 잘 참고 논리적으로 자기 의사를 전달해 나가는 것이 성인의 덕목이다.
그런데 그걸 못 참고 씩씩거리고 물건에 화풀이하고 애꿎은 다른 사람들 불편하게 만들면서
난 분노조절장애 있단다. 정신차려라 너는 그냥 다혈질에다 그걸 고치려고 노력도 안 하는 성격 나쁜 사람일 뿐이다.
조울증 있어요? 매일 기분좋은 사람 매일 우울하기만 한 사람이 있는가?
원래 우울하기도 하고 그러다 좋아하는 노래 한곡 간식 한입에 기분 좋아지기도 하는 게 사람인데
우울할 땐 히스테리 부리고 저 좋을 땐 헤실헤실거리면서 나 조울증기 있으니까 이해하란다.
매일 기분 좋은 사람도 있니? 기분 나쁠 때 그거 컨트롤하는 게 인성이지 기분 좋을 때만 잘하는 건 누가 못하니?
인터넷에서 본 것 중에
멘붕이다 라는 말이 나온 이후로 사람들의 멘탈은 엄청나게 약해졌다
라는 짤방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셀프진단도 정확히 똑같은 짓인 것 같다.
부디 셀프 정신병 진단으로 스스로를 나약하게 만드는 짓은 하지 마시길.
당신이 평균적인 가정과 평균적인 성장 환경에서 자라난 대다수의 사람이라는 전제하에,
당신이 겪고 있는 그 정도 문제 없는 사람 없다.
아 물론 심각하게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
정상인이 네이버로 정신병 진단하는 것보다 진짜 정신병 환자가 인터넷 검색에 의존하고 있는 게 훨씬 큰 문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