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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호주의 탐보라는 시골이에요
저는 요리사 지망생이고요.
근데 매니저가 날 짜르면서 오늘 이십불 주면서 다른 바에서 술먹으라고 하더니 나타나서 술을 더 잔뜩 사주네요
크리스마스때 자기나라 돌아가는 제프리(Geffry)도 나한테 데낄라 잔뜩 사주고...
매니저가 션(Sean)인데 술 다먹고 사무실로 부르더니
백오십불을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서 너 브리스번 가려면 이정도 필요하지? 라면서 주네요.
펑펑 울었습니다.
처음에 호주 오기전엔 자신감 넘치고 뭐든 다 할 수 있을 거 같이 느껴졌지만
이 개월동안이나 제대로 된 일 하나도 못 구하고 빌빌거리다가 구한 직장인데 수입이 얼마 안되서 사람을 줄인다네요
그래도 션이 나 좋은 녀석인데 짜르는 거 마음 아프다고 지나가는 트럭 잡아서 사진도 찍게 해주고 술도 잔뜩 먹고 잊어버리게 도와주네요
사무실에서 다시 한 번 기회 달라고 하는 애 처음 봤다고, 너라면 더 잘 될 거라고 했던게 방아쇠가 돼서 날 눈물 범벅으로 만드네요.
사실 실수 엄청 많이 했어요 빨래를 전부다 걷었어야 하는데 안 걷어서 다시 빨아야 되는데 물 값이 비싸서 한 번에 20불 정도 한다네요...
자잘한 실수는 셀 수도 없어요 미지근한 맥주를 다른 줄에 쭉 쌓아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았고
toohey old를 two of blah blah로 들어서 눈치보고 4xgold stubbies로 갖다주려고 했는데 Sean이 고쳐줬구요
얼마 전엔 6시라는 걸 6개 피자로 잘못 듣고 메뉴도 제대로 못들었는데 그냥 끊어버렸어요. 괜찮을 줄 알았지만...
Sean이 개고생한 건 말 할 것도 없고요.
오늘 한 게 50불 받아서 거스름돈 줘야 되는데 50불 + 거스름돈을 줘 버린거에요. 또 요리하는 아줌마가 스테이크는 먹지말라고 한 게 서러웠어요.
원래는 Sean이 아무거나 주문하라고 했거든요. 너무 복잡하지만 않게요. 개인적으로 요리 공부하는 중이라 스테이크정도는 혼자서도 구울 수 있거든요. 굽기 정도는 아직 잘 조절 못하지만요.
호텔 앞에 앉아서 울고싶은 마음 숨기고 " how r u doing?" 하는 말에 "I'm fine, great."라는 말에 긴장해서 실수 안 하려고 애쓰면 이상하게 더 실수 많이 하는 거 같다고 웃으면서 Jordan(동료)이랑 옆 술집에서 술 한 잔 하고 오라고 20불을 쥐어 주길래 어차피 못 볼 사람 하고 싶은 이야기 잔뜩 하자고 마음먹고 이야기하는데 장기 투숙자(Geff, Killion)랑 매니저(Sean)가 나타나서는 잔뜩 술 사주고 가네요...
그러고는 다들 먼저 들어가고 Sean이랑 저랑만 같이 가게 됐어요 같이 사무실에 갔는데 미안하다고... 내가 짤렸지만 그럴 만 하다고... 그랬는데
넌 좋은 녀석이라고.. 넌 이제 내 친구라고.. 내가(Sean이) Gold Coast가면 연락해서 술이나 한 잔 하자는 말도 해주고 다른 일 구할 때 추천인 돼 주겠다는 말도 해주네요...
호주에서 아무 기술 없이 요리연습하면서 돈 벌기란 참 힘들거든요. 그래서 사실 그만두려고 혼자 생각 했었지만 잘리니까 기분이 완전 상했어요.
근데 Sean이 너무 고마워요... 브리즈번으로 돌아가는 차비가 백삼십구불 정도 하는데 그걸 다 내주겠다고 하면서 이런 이야기 하면 기분 나쁠까봐
걱정하나봐요. 기분 나쁘면 이런 이야기 그만하겠대요. 휴... 내가 더 나쁜 놈 같네요.
사실 저도 알아요. 제가 좋은 직원이 아니었다는 걸. 그래서 더 느껴져요. 내가 나쁘다는 것이.
사실 한 번 더 말했어요. 일주일밖에 나 안써봤지 않냐고. 나 이제 다 배워서 실수 안하고 잘 할 수 있다고했어요. 일주일동안 돈 안받고 해 볼테니까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하려고도 했는데 안된대요. 근데 아무도 이렇게 말 한 사람 없었다고, 넌 큰 사람이 될 거라고 말해 줬어요. 울고싶어요.
근데 내일 아홉 시에 일어나야 되니까 이만 잘게요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한 얘기 하고 또 하고 그랬네요 죄송해요.
술먹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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