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여름을 대비해 열심히 맥주를 비축하고 있는 1人 입니다.
(왜 여름을 대비해서 맥주를 만들어야 하는지는 후에 설명하겠습니다.)
아마도 올 초 마지막이 될 맥주 제조를 기념으로
집에서 맥주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 적어보려 합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집에서 따라하지 마십시오.
화상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허리, 목, 손목에 부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등짝 스매시를 맞을 수 있습니다.
준비물 :
금속 발효조 최소 1 (권장2),
플라스틱 발효조 1~2.
온도계 1
사이펀 1
곡물 사용양 대비 충분히 큰 채반 1
냉각용 칠러 1
실리콘 호스 1
맑은 물, 몰트, 홉 등 맥주 재료.
일단 물을 준비합니다.
Campden 알약 등을 이용하면
수돗물에서 염소를 효과적으로 제거 할 수 있습니다만
(미국에선 100알에 5천원쯤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구하기는 조금 번거롭고 상대적으로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수돗물을 받아놓고 반나절이나 하루 쯤 뒀다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정 찝찝하면 생수 사다 쓰세요.
사진에 보이는 생수 한 통에 5L 짜리 입니다.
한 번 만들 때 40~60 리터 정도 소비됩니다.
물을 데워 줍니다.
물양이 상당한 관계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캠프용 버너를 사용했습니다.
<참고 이미지 :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는 경우>
가스레인지만 사용할 경우
보일링 과정 등에서 원하는 온도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는 경우 돼지꼬리 히터를 함께 사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가스비 + 전기세 크리에 주의하세요.
정석대로라면
단백질 휴지기 (45도 30분) - > 액화 (65도 70분) - > 당화 (70도 15분) - > 당화 종료 (78도 5분)
순을 거치지만,
집에서 만들면서 이대로 하려면 시간도 시간이고
온도 맞추는 과정이 개노가다기 때문에
그냥 65~70도 사이로 맞춰놓고 곡물을 붓습니다.
곡물양은 레시피에 따라 달라집니다.
기본적으로
당분용 베이스 몰트 + 맛을 내기 위한 아로마 몰트 의 조합으로 이루어 집니다.
이번에 만든 레시피의 경우 9kg 정도가 들어갔습니다. (목표 양조량 30리터)
가끔 저어주면서 60분 정도 기다리면
뽀얀 맥즙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맥즙이 충분히 걸러지면 채반에 걸러줍니다.
거르는 과정은 맑은 맥즙을 얻을 때까지 2~3회 반복되며
이때 곡물 알갱이들이 점점 조밀한 필터를 만들어 주므로
면포등을 이용하시면 영원히 이 과정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연결해서
맥즙이 넘치지 않도록 천천히 골고루 뿌려주세요.
맥즙이 너무 차가워지지 않도록 중불~약불로 데워주세요.
이런 식으로 뿌연 느낌이 없는 맥즙이 나올 때까지 걸러줍니다.
잘~~하면 두시간정도 걸립니다.
....... 화이팅.
곡물 사이에 끼어있는 맥즙을 놓치지 않고 회수하기 위해
78도의 맑은 물로 스파징 과정을 거칩니다.
스파징하는 물의 양은 일반적으로 맥즙의 양보다 같거나 많습니다.
구글에서 Sparge water caculator 를 찾아 레시피를 입력하면 대략적인 양을 구할 수 있습니다.
보일링 과정 전에 얻은 최종 맥즙입니다.
현재 양은 약 40리터이며 온도는 약 70도 입니다. (보일링하면 100도로 올라가겠죠)
이걸 싱크대 위로 들었다 놨다를 해야 하기 때문에
1회 양조량은 양조자의 근력에 비례합니다.
방열장갑만 끼고 들었다가 힘 딸리면 배에 화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주의합니다.
뜨거운 발효조를 들어올릴 땐
안입는 패딩잠바, 반코트 등 보호장비를 착용하세요.
맥즙이 끓기 시작하면 맥주의 꽃, 홉을 첨가해 줍니다.
잎 형태로 된 홉도 있지만 대부분 이런 펠렛 방식을 이용합니다.
한국에선 1온스 (약 28그람) 에 5천원 정도로 비싸기 때문에
홉 첨가량이 많은 IPA 계열 맥주의 경우
홉 가격이 맥주 제조비용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고 사진 : 홉으로 쳐바른 Imperior IPA 맥주의 대표 주자 Heady topper 를 거른 찌꺼기. 드라이호핑 포함 총 홉 투입량 36 oz - 약 1kg)
맥즙을 끓이는 동안 냉각용 칠러와 사이폰, 옮겨 담을 발효조 등을 소독합니다.
이전 과정의 경우 끓이는 과정에서 어지간한 균들은 제거가 되지만
식힌 맥즙의 경우 세균에 노출되면 악마의 똥국물로 변질 될 수 있으므로
도구의 소독에 주의합니다.
보일링 과정이 끝나기 10분 전에 Whirlfloc 이나 Irish moss 등 첨가물을 이용하면
잔여물 응집을 도와주어 좀 더 맑은 맥즙을 얻을 수 있습니다.
칠러에 수돗물을 통과시켜 냉각시켜 줍니다.
목표 온도는 25도 이하 입니다만
여름철의 경우 수돗물 온도가 20도 이상되므로 원하는 온도까지 낮출 수가 없습니다.
여름에 먹을 맥주는 겨울 ~ 봄에 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참고이미지 : 작년 여름 맥주를 마시고 싶었던 맥덕의 몸부림>
칠러 두개와 얼음물이 든 통을 이용해 냉수를 만들어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칠러 자체도 고가이고 보관 공간이 협소한 관계로....
여름에 정 맥주를 만들고 싶으면 얼음을 사다 쓰곤 합니다.
냉각을 마친 맥즙을 사이펀을 이용해 위에서 부터 뽑아 발효조로 옮깁니다.
아래 뭉쳐져 있는 단백질 덩어리들이 너무 많이 섞이면 맥주 색과 맛이 탁해지므로
적당한 시점에서 포기해야 합니다.
에일용 건조효모를 골고루 뿌려주고
발효조 위에 산소유입을 막기 위한 에어락을 설치합니다.
발효양이 30리터 이하일 땐 건조효모를 그대로 뿌려도 별 문제없이 발효가 됩니다.
탄산화 진행중인 다른 맥주들과 함께 적당한 온도의 장소에 1~2주 정도 보관합니다.
<참고 : 맥주 종류에 따라 오크칩이나 다른 첨가물을 발효조에 첨가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에어락에 공기방울이 보이지 않으면 알콜발효가 끝난 것이므로
1~2일 후 소독된 페트병에 나누어 담고
5~10g 의 설탕을 첨가한 후 밀봉해 같은 온도에 1~3주 보관하면 탄산이 발생해서
페트병이 딴딴해지게 됩니다.
이후 냉장고에 1~2주 정도 보관 후 드시면 됩니다.
<현재 맥주는 발효 중이므로 예전에 찍어 놓은 맥주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