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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462279
    작성자 : 익명YmVjY
    추천 : 11
    조회수 : 549
    IP : YmVjY (변조아이피)
    댓글 : 55개
    등록시간 : 2015/06/21 23:47:27
    http://todayhumor.com/?gomin_1462279 모바일
    내 아내는 살림을 참 못한다.

    술을 전혀 못하는 나에 비해 아내는 술도 좋아하고 꽤나 잘 마신다. 
    가끔 그런 음주가 싫을 때도 있지만, 낯선 이곳까지 나 하나 바라보고 시집와서 지내니 그 스트레스가 여간 아니려니...
    그저 적당히 드시오, 내 술은 약해도 옆에서 술상대는 잘 해드리리다. 
    나가서 외간 사람들이랑 마시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혼자 조촐히 한병씩 먹는 것까지 뭐라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내는 청소도 잘 못한다.
    아이가 있어 어지럽히곤 하지만 그래도 아내는 청소를 잘 못하는 편에 든다.

    아내는 설거지도 잘 안한다.
    퇴근하고 집에 가보면 설거지 거리가 좀 쌓여있곤 해서 가끔 화가 날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내 아내를 사랑한다.

    살림을 못하면 같이 하면 된다. 
    아내는 저녁을 준비하니 설거지는 내가 하면 되니, 이만하면 집안일 도와준다고 생색도 낼 핑계라.
    술 조금 먹는다고 해봐야, 하루 한병씩 마신다고 해봐야 한달이면 3만원이면 될 일이다.
    그걸로 아내가 스트레스 푼다고 하면 딱히 뭐라 할 일도 아니다.

    여보, 이번달도 빠듯하네. 미안하오. 못난 가장이라...

    하는 내 말에, 

    언제 우리가 여유있게 살았능교. 괜찮소. 없으면 없이 살고 있으면 있게 살지요. 당신 있고 우리 딸 있는데
    그거 돈 좀 없다고 무슨 상관이겠능교. 괜찮소. 내 여유있게 살아본 적이 없어서, 이정도는 익숙하네요.

    하고 웃어주는 아내다.

    나는 내 아내를 사랑한다. 

    내 그늘에 품어 평생을 함께 갈 사람이라고 생각했건만은, 실상은 나 역시 그녀에 많이 기대어 살아왔구나 싶다.

    좋은 날이 올게다. 좋은 날이 올거야. 

    조금 더 여유가 생겨서, 바닷가 나들이라도 마음 놓고 편히 가는 날에는,
    당신이 있어 내 청춘이 참으로 아름답게 빛났다고, 그렇게 꼭 말해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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