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소고기 스테이크를 몇번 구워 먹은 적은 있지만 최근에 접하게된 고든램지 아저씨식 스테이크 조리법을 제대로 따라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마침 또 식목일, 식물들을 위해 가련한 풀을 마구 먹어치우는 살찌고 못된 소고기를 요리해보기로 합니다.
육즙이 풍부한 Scotch Fillet 부위입니다. 지식이 부족하지만, 대강 꽃등심부위로 알고 있습니다.
한끼로 덜컥 먹어버리기엔 아무래도 비싸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세일이라는 상술에 이성을 잃고 이미 계산을 끝낸 뒤였습니다.
나름 세계적으로 대우가 좋다는 뉴질랜드 소고기를 믿어보겠습니다.
기본중 기본인 소금, 후추와 더불어 스테이크를 구울때 같이 지져질 마늘과 타임도 준비해줍니다.
차가운 냉동실에 있던 고기가 고루 익을 수 있도록 실온에 1시간정도 놔두었습니다.
소금, 후추간을 모든 부위에 골고루 잘 뿌려주고, 손가락으로 살살살 마사지 하듯 문질러주었습니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한면을 30초에서 1분씩 번걸아가며 굽기 시작합니다.
스테이크를 구울 때, 마늘과 (굳이 속껍질을 모두 깔 필요가 없다고 램지형님이 말씀하시더군요) 타임을 넣고 함께 지져줍니다.
스테이크를 한두번 뒤집은 뒤 이어서 버터도 넣어주고 육즙/버터/기름등의 혼합물로 생긴 국물을 숟가락을 이용해서 고깃덩어리에 계속해서 뿌려줍니다. 형님이 알려주신대로 마늘도 고기 표면에 문질문질 해줍니다.
조리는 너무나도 간단합니다! (사방으로 튄 기름 때문에 뒷정리는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ㅠ)
레어, 미디움, 웰돈 취향해 따라 조리시간을 조절해서 익혀주고 스테이크를 건져내 5분 미만으로 실온에 레스팅을 해줍니다.
조리 후 육즙이 다시 고기안에 고루 퍼지는 효과가 있다고 어디서 주워들었는데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
레스팅이 끝났으면 접시에 담고, 소스를 뿌린 뒤, 남은 타임으로 대강 장식을 해주면 됩니다.
장식이 심심해서 냉장고에 먹다남은 염소젖 치즈랑 미니토스트를 곁들여 보았습니다.
소스는 후추로만든 그레이비 소스입니다. 후추, 소고기 육수, 버터, 밀가루, 레드와인을 적절히 졸여서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스테이크만으로는 배가 채워지지 않고, 요리하기도 귀찮아진 만큼 냉동실에 있던 감자웨지와 고구마 스틱을 오븐에 구워 같이 먹었습니다.
수프는 흔한 인스턴트 치킨 수프입니다. 귀찮을 땐 인스턴트가 진리죠! 암요!
역시 요리사가 시키는대로 하니까 굉장히 맛있습니다. 여지껏 대충 구워먹은 스테이크들에게 연민과 죄책감이 스물스물 올라올 정도입니다.
보너스로 요녀석은 며칠 전 저녁에 먹은 빠에야 입니다.
냉동실에 남은 해산물도 처리할겸 오랜만에 생각이나 만들어봤습니다.
값비싼 사프론을 넣어서 만들 엄두는 못내고 카레가루와 파프리카 가루를 사용했지만 맛은 아주 좋습니다.
한입 떠먹으면 지중해의 청량한 바닷바람이 코끝을 2초정도는 스쳐지나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주도 꽤 만족스런 한끼를 치뤘습니다.
애인이 없어 딱히 돈 쓸 곳이 없는 동지분들, 조금 비싼 가격에 마음이 살짝 아프지만 집에서 스테이크 같이 썰어드셔보세요.
장점이 정말 정말 많습니다! 밖에 나가서 눈치 볼 필요도 없지, 피곤하지도 않지, 맛도 있고 돈도 절약되지, 한층 더 외로워지지...
비싼 고기 사먹었으니... .다가오는 14일에는 짜장면이나 먹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