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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460199
    작성자 : 익명Z2NmZ
    추천 : 1
    조회수 : 245
    IP : Z2NmZ (변조아이피)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5/06/19 15:01:39
    http://todayhumor.com/?gomin_1460199 모바일
    친구가 필요해요...
    글이 좀 길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저는 시골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후반에 시골로 이사를 했는데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는, 진짜 영화에서 나올 법한 학교였어요.
    중간에 몇 명이 들어오고 나가긴 했지만 그 반 그 인원 그대로 초등학교 남은 3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보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애들끼리 성적은 물론이고 집안환경, 서로의 부모님도 다 알고... 뭐... 그랬죠.
    저는 중학교 3학년? 쯤부터 왕따를 당했습니다.
    심각한 괴롭힘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왕따를 당하는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랑 어울리고, 그러다보니 은근히 애들 사이에서 배제된 경우였죠.
    그런데 선생님께도 예쁨받았고, 성적도 상위권이다보니 크게 배척당하진 않았어요.

    제일 견디기 힘들었던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어요. 처음 왕따당했던 친구는 실업계로, 전 인문계로 진학하면서 같이 놀 사람이 없어진 거죠.
    제가 성격이 무딘 건지 크게 걱정을 안 했는데, 첫 날에 다른 패거리(?)의 여자애 한 명이 그러더라고요.
    자기도 같이 놀던 애가 다른 학교로 가서 놀 사람 없다고, 같이 놀자고요.
    그래서 저는 "친구끼리 노는데 굳이 같이 놀자고 해야 하나? 그냥 놀면 되지ㅎㅎ" 이런 식으로 답했어요. 그리고 그 친구랑 어울려 다녔는데... 그 친구(A)는 여러모로 인기가 많은 친구였어요. 그래서 고1때는 중딩때와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패거리가 구성됐는데 A를 중심으로 한 패거리는 저 포함 6명이었어요.

    그런데 학기가 시작하고 한 달쯤 지났을까.
    야자 시간에 그 패거리 친구들이 절 부르는 거예요. 잘은 몰랐지만, 그냥 올 게 왔다는 느낌이었어요. 같이 다니긴 하는데 전 겉돌고 있었거든요.

    패거리 내의 B라는 애가 그러더라고요.
    난 솔직히 너랑 놀기 싫은데, 니가 왜 말도 안 하고 우리랑 어울리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나도 원래 놀던 애들이랑 떨어지는 바람에 울면서 같이 놀자고 말했고 그래서 애들이랑 노는데, 너는 그것도 아니지 않냐. 솔직히 우리 중에 너랑 놀고 싶어하는 애 없다. 너 떼놓고 가려고 해도 니가 우리 옆에 와 있는 거 소름끼친다. 밥 혼자 먹는 건 솔직히 불쌍하고 어떤 기분인지 아니까 같이 먹어주겠는데, 다 먹으면 너 먼저 올라가라.

    정말로 제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갔어요. 그냥... 여자애들 패거리라는 건 이렇게 만들어지는 거구나... 그래서 알겠다고 했어요.
    처음에 A가 나랑 놀자고 해서 나는 그게 너희랑도 합의가 된 얘기인 줄 알았고, 너희가 나랑 놀기 싫었다고 진작 말했으면 굳이 같이 있지 않았을 거다. 같이 놀려면 같이 놀자고 해야 하는지도 몰랐는데, 내가 지금 그렇게 말해도 너네가 거절할 거 같으니 그냥 혼자 지내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마무리가 된 것 같았는데, 재수없다고 뒤에서 욕하고 다니더라고요.
    그 애들이 말했던 대로 밥 먹으면 그냥 바로 올라와서 양치하고 책 읽었더니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나봐요. 저한테 그렇게 티내고 다니면 어떡하냐고 그러더라고요. 너네가 그러라며, 했더니 대충 눈치 보면서 해야 할 거 아니냐고...

    한 일주일 그렇게 체육시간에도 남자애들이랑 짝 맞춰서 수행평가 하고, 옷도 혼자 갈아입고... 그런 생활을 했더니 A가 그러더라고요.
    나는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B가 날 너무 좋아하다보니 너한테 날 뺏긴 느낌이라 그랬다고. 다시 같이 놀자고.
    솔직히 안심돼죠. 다른 패거리에 속하지도 못했고, 그 생기발랄한 여자애들 사이에 혼자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다는 부유감이 엄청났으니까요. 근데 A가 저랑 얘기하는 걸 보자마자 B가 절 엄청 째려보면서... 섬뜩하게... 그래서 됐다고, 난 괜찮으니까 크게 신경쓰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도 전보다는 분위기가 부드러워져서, A 패거리랑 얘기도 나누고... 그랬는데 그렇다고 고립감이 사라지는 게 아니어서, 처음으로 결석을 했어요.
    그리고 다음날 학교에 갔더니, B가 그러더라고요. 학교 빠질 정도로 내가 괴롭혔냐고, 왜 학교는 빠지냐고. 그래서 몸이 아파서 빠졌다고 했습니다.
    당시 저는 학교에서 유망주여서, 교감선생님께 자필편지(빌게이츠가 어쩌구 하는 별 영양가는 없던...)도 받고, 다른 선생님들 배려로 담임 선생님과 두 시간 정도 수업을 빼고 산책하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선생님은 뭐가 제일 힘드냐고 물어보셨고, 저는 제 자신이 제일 힘들다고, 저 스스로를 다스리는 게 너무 어렵다고 답했고요.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네가 많이 어른스러워서, 애들이 괴리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너무 많이 상처받지 말고 흘려 넘기고, 그러다가 괴로우면 선생님한테 오라고요.

    그냥, 그 말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주변 사람들한테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아요. 어떤 기대냐면, 저 사람과 내가 마음 깊숙한 곳까지 터놓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요.

    고2로 올라가면서 전학 온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 덕에 남은 고등학교 생활은, 무난했던 것 같아요. 헬륨풍선처럼 붕 떠 있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밑에 쇠고리를 달아놓은 것처럼 어디 맘 붙일 곳은 있는...

    근데 졸업 후에는 모든 동창들이랑 연락이 끊겼습니다. 스물둘인가? 그 때에야 A네 집에 놀러 갔다가 술에 취한 A가 늘어놓은 얘기를 들었어요.
    졸업 때, 얘기를 했대요.
    자기들은 졸업하면 저랑 연락 안 할 거라고. 2년동안 친한 척 하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앞으로 절대로 안 보고 싶다고.

    그냥 허무하더라고요. 나중에 A한테 연락하니, 근데 어차피 넌 그런 말 들어도 별로 신경 안 쓰잖아, 라고 하던데, 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말에도 어마어마하게 상처를 받았고요...

    대학교에 진학하고, 사회생활도 이래저래 무난하게 해나가고는 있지만...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서 즐겁게 노는 사람들을 보면 만감이 교차해요.

    오래된 친구도 없고...
    그렇다고 새로운 사람과 만나 친해질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스물 중반인데, 아무리 마음 맞는 친구를 구하려고 노력하고 신경을 써도 안 되더라고요.
    문득 생각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친구가 없어요...
    동성이기 때문에 이해받을 수 있는, 그런 가슴 충만함을 느껴보고 싶은데...

    지금처럼 본가에 내려와 있을 때면,
    하루 종일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쥐고 있을 때면,
    술 마시고 싶은데 연락할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달을 때면

    마음이 너무 공허하네요...
    친구가 필요해요... 사소한 얘기를 나누고, 뜬금없이 연락해도 "무슨 일이야?" 같은 거리감 느껴지는 답장 말고 "살아는 있었고만ㅋㅋㅋ"하는 식의 장난기 듬뿍 담긴 답장을 돌려줄 그런 친구요...

     
    출처 공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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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19 15:03:53  175.223.***.175  유리스페셜  26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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