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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4598
    작성자 : 계피가좋아
    추천 : 4
    조회수 : 3525
    IP : 121.170.***.74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1/04/27 21:08:59
    http://todayhumor.com/?panic_14598 모바일
    브금주의]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어요


    어제부터 잠을 않잤더니 몹시 피곤하네요

    먼저 잘께요

    안녕히 주무세요



















    ====================================================================================================

    오늘은 밤 하늘은 꽤나 밝다. 길에서는 여기 저기 행복한 연인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어느 커플 하나 팔짱을 끼는 것은 잊지 않는다. 여기 저기서 행복한 웃음 소리 들이 들린다.

    아아, 모든 사랑이 그렇게 영원히 행복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연인들은 저 하늘의 변함없는 별을 보며 영원을 약속한다. 그러나, 어떤 별이 과연 영원히 빛날 수 있을까. 하늘을 보며 영원을 약속한 별이, 이제 늙어 무수한 별가루가 되어 떨어진다.

    소리없이 조용하게 떨어진다.

    그러나, 그 별 바로 근처에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모르는 것이다.

    별들이 산산조각 날때는, 얼마나 그 소리가 시끄럽고, 가슴 아픈지.

    음.. 2초쯤 지났으니 남은 시간은 한 8초쯤 되는 것 같다.

    상당히 다급한 순간이지만, 나는 조금 엉뚱한 생각들을 한다.

    "땅과 하늘중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울까?"

    웃기는 질문일 수도 있지만, 나에겐 꽤나 특별한 질문이다.

    '그 애'와 함께 계속해서 말다툼 했던 그 질문.

    나는 언제나 땅을 택했고, 그는 언제나 하늘을 택했다.

    나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땅이 더욱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땅이 있기에 하늘이 있다. 우리가 땅에서 살기 때문에 하늘이 아름다워 보이는 거지, 만약 우리가 하늘에서 산다면 이 땅이 훨씬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우리를 지탱해주는 땅이 있기에 저 하늘이 아름다워 보일 뿐이다. 저 텅 빈 공간이 아름다울 리가 없다.

    땅은 언제나 하늘 밑에 있지만, 땅을 한번 올려다 보는 경험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음.. 이제 6초쯤 남았을라나..




    ----------------------------------------------------------------------------------------------------










    파직

    쨍그랑

    현기증이 날 정도로 전등이 깜빡인다. 깜박이는 전등 사이로 세 개의 그림자가 빠르게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헉.. 헉..'

    한사람이, 다른 한사람을 몽둥이로 내리치고 있다. 온몸을 힘을 실어서.

    여기 저기 피가 튄다.

    '제발.. 그만.. 그만하세요..'

    공포에 젖은 낮은 신음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사람이 혼이 빠진듯 방에 누워있다. 무언가 해야 하는데, 지레 겁을 먹어 포기한 것 같은 표정이다.

    맞던 사람의 숨이 끊긴듯 하자, 몽둥이를 내려놓고 숨을 헐떡이는 그림자.

    늙은 별 하나가 한숨을 쉰다.




    --------------------------------------------------------------------




    '에효.. 정문부터 학교 본관까지는 왜이렇게 먼지.. 에라 그냥 뛰자!'


    헥 헥.. 나는 대학교 3학년생이다. 뭐, 남들과 비슷한 평범한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뭐 매일 놀러다니고, 소개팅이나 하고. 매일 똑같고 지루한 생활의 연속이다. 그리고.. 응?

    분수대 근처, 흐리멍텅하게 생긴 남자가 서있다. 멀리서 봐도 누군지 알 것 같다. 하늘을 보며 계속 뭐라고 중얼거린다.

    ...매일 저런 바보같은 모습의 저애를 보는 것도 마찬가지의 일상이다.

    전공 수업인데 일단 들여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말을 걸었다.


    "오늘도 그 모양이냐? 또 그애 생각하고 있는거야?"


    내 질문에 얼마간 말이 없더니, 멍청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으응.."


    "하.. 빨리 들어가자 수업 시작 하겠어.."


    "그 애가 오면.. 만나고 들어가려했어."


    "그래.. 니 맘대로 해라. 그런대 정신좀 차려.. 수업은 듣고 다녀야지.."


    저 애는 우리과 동기 지연훈이다. 정신이 좀 이상한 애다.

    저렇게 된 이유는.. 솔직히 조금 어처구니는 없지만,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충격으로 미쳐버렸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아직도 그 여자를 자기 여자친구라고 생각하면서, 환상에 젖어있다는 것이다.

    그 점만 빼면 정신적으로 이상하지는 않는데.. 어쨋든 어릴적에 부모님을 여의고 혼자 산다고 하니.. 불쌍한 아이임에는 틀림없다.

    우리 과에서 그나마 말을 트는 것도 나밖에 없으니.. 친구도 없는 모양이다.



    수업이 끝났다. 수업이 끝나고 친구와 함께 얘기를 할때, 난 대학 생활에 대해 가장 보람을 느낀다.

    우리 학교에서 가장 친한 유진이와 이런 저런 함께 얘기를 하면서 정문으로 향했다.


    "오늘 수업 진짜 재밌었지? 하여튼 이 교수님은 센스가 넘친다니까~."


    "으응~ 오늘은 잠도 안자고 열심히 들었어."


    뭐 역시나 일상적인 대화. 그러나 나쁘지 않다.


    "나도~....어? 저기 저애 너네 과 그 또라이 아니야?


    뭐 역시나 일상적인 연훈이의 미친짓 발견. 언제나 기분 나쁘다.

    그러나 조금 걱정되는 마음에 일단 연훈이를 불렀다


    "야 지연훈! 너 거기서 뭐해?"


    역시나 어벙하게 대답한다.. 답답하다.


    "아.. 그애가 아직 안와가지고 기다리고 있어."


    "아진짜.. 답답해 죽겠네.. 수업도 안듣고 계속 기다린거야?"


    "응."


    그리고는 하늘을 보며 다시 자꾸 혼잣말을 해댄다.

    진짜 미치겠다.. 있지도 않은 사람을 도대체 왜 기다린다는 건지.. 정말 미친건 맞나 보다.

    "연훈아.. 니 마음은 알겠는데, 그 여자애가 누군지는 몰라도.. 오늘은 올 것같지 않아.."

    "와."

    한숨만 나올 뿐이다.

    그래.. 계속 기다려 봐라 오나 안오나.

    벌써 밤 8시다. 게다가 내일 엠티도 있고 해서, 그냥 집으로 와버렸다. 이제 저애를 걱정해 주는 것도 힘들다.


    드디어 엠티날이다.

    엠티가는 버스 안. 왜이리 지루한걸까.. 옆 친구가 잠들었다.


    '누구랑 놀지..'


    놀 사람을 찾으려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연훈이가 눈에 들어왔다. 역시나 혼자 앉은 채 하늘을 보며 멍하니 뭐라고 중얼거린다. 알 수 없는 그녀를 기다리는 일이나 단념시켜야 겠다고 생각하며, 연훈에게 다가갔다.


    "어제 결국은 만났냐?"


    "응"


    "하하 그럼 그렇.......으응? 만났다고?"


    "말했잖아.. 올거라고"


    하.. 이제 뭐가 뭔지 도저히 알 수가 없게 됐다.. 머리가 아프다..


    "그..그래? 잘됐네.."


    "....."


    "몇시쯤?"


    "8시 10분이던가.."


    상당히 당황스럽다. 무슨 말을 해야하지..


    "..근대 그애 이뻐?"


    그냥 아무 말이나 해버렸다.


    "응."


    "아.. 그래.."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해 그냥 자리로 돌아와버렸다.


    '정말 실존하는 사람인걸까, 아니면 만났다는 사실 조차 저 애의 환상인걸까.'


    어째 버스 소리조차 무서웠다. 하늘도 별로 푸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연훈이도 기분이 계속 좋아 보이지 않는다. 저 어두운 하늘을 보며 계속 중얼거릴 뿐.

    이제 목적지에 도착하고, 드디어 본격적인 엠티가 시작됐다.

    시끄러운 엠티 분위기, 모두 왁자지껄 하다. 나는 그릇을 씻으러 바깥 수돗가로 나간다. 그곳에 내 친구 세희가 먼저 와 그릇을 씻고 있었다.


    "세희야 그릇 씻기 진짜 귀찮지?"


    "당연하지- 귀찮아 죽겠어. 일회용 접시 같은걸 살 것이지."


    "그러니까 말이야.. 아 근데, 나 아까 진짜 황당한 얘기 들었다?"


    "무슨 얘기?"


    "아니 아까 연훈이랑 얘기를 했었는데, 어제 연훈이를 길에서 봤었다? 또 막 서서 뭐 지가 사랑하는 사람인가 뭔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그래서 이놈이 또 시작이구나 했는데. 오늘 물어보니까 어제 진짜 만났데."


    "어제 몇시쯤?"


    세희도 관심을 갖고 물어봤다.


    "음 어제 8시 10분 쯤에 만났다는데? 그러고 보니 나랑 헤어지고 10분 뒤네.. 조금만 더 기다려 볼껄.."


    "아~ 그때 쯤이면.. 만난건 난데?"


    ..어..?


    "만나서 무슨 얘기 했는데..?"


    나의 계속된 물음에 세희가 조금 당황 한 듯이 말한다.


    "그게..조금 어이없긴 한데.."


    "아 뭔데 궁금해 빨리 말해봐."


    "하늘에서 본 지상은 어떠냐고.. 물어보던데?"


    하늘에서 본.. 지상?


    "애앵? 맨날 하늘만 쳐다보다니.. 정신이 나갔나.."


    "글쌔.. 근데 되게 진지해서.. 조금 놀랬어"


    역시나 정신이 나갔군..


    "걔야 항상 그렇지 뭐~ 그릇 빨리 닦고 들어가자."


    세희네는 집이 부자다. 그래서 이곳저곳 많이 다니면서 비행기를 수도 없이 타봤다. 그래서 연훈이가 세희에게 그런 질문은 한 것 같다. 한번 날아보고 싶은걸까.. 맨날 하늘만 쳐다보고..

    그릇을 씻고 방으로 들어왔다. 연훈은 방 한구석에 처박혀 있다. 왠지 안쓰럽다.


    "야, 그러지 말고 같이 놀자"


    "됐어.."


    이녀석 때문에 전체 분위기가 죽을까봐 강제로 끌어냈다. 팔목을 잡고 끌었다.

    그러고 보니 이녀석 차고있는 손목시계도 완전 고물이......


    '..어?'



    시계가 10분 빠르다.



    조금 당황했지만, 괜찮다. 아직까지는 모르는 일이다.

    밤새 술을 마시고 새벽에 잠을 깻다. 술을 너무 마셔서일까, 목이 마르다. 냉장고 쪽으로 가고 있는데,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스걱 스걱.


    어디선가 날카로운 소리가 들린다. 조그맣지만, 주변의 공기가 모두 찢어져 버릴것 같다.

    졸린 눈을 비비며 무슨 소리이지 확인하러 갔다.

    터벅 터벅.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다가갈수록 소름이 끼친다. 날카로운 바람이 살을 벤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소리는 창고방에서 들린다. 조심 조심 다가간다. 어두운 그림자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 멀리서 살펴보았다.

    잠을 깬지 얼마 되지 않아 눈의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초점이 조금씩 돌아온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어두운 그림자의 시선은 옆에 달린 창 밖 하늘을 향해있다. 입은 중얼중얼 무언가 혼자 말을 하고 있다.

    '대체 저애는 항상..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일까. 궁금하다. 궁금하다.'

    그가 지금 칼을 갈고 있다는 것 따윈 알고 있다. 오히려 그걸 보았기에, 저 입모양이 무엇을 말하는 건지 알아내야만 한다. 그의 입은.. 그의 입은..


    '아..'


    저절로 표정이 굳어진다. 아니, 벙 찐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냅다 달린다. 숙소가 아닌, 집을 향해서.




    허억 허억.. 집까지 뛰었다.. 한시간은 내리 뛴것 같다..


    "엠티 갔다더니, 이 새벽에 왜 온거야?"


    주무시다 깬 어머니가 걱정스레 말씀하신다.


    "술 때문에 힘들어서.. 그냥 와버렸어요."


    "아이고, 니가 술 때문에 힘들었단 말은 처음 듣는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헐떡대?"


    "빨리 자려고 뛰어왔어. 내일봐."


    이런 대화를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방 의자에 털썩 앉았다.

    너무나 힘들다.. 계속 뛰었더니 죽을 것 같다.


    '다른 의미로, 정말 죽을지도 모르겠는걸....'


    부엌에서 식칼을 꺼내, 나의 핸드백이 넣고 잤다. 잤다기 보다는, 계속 뒤척이며 밤을 지샜다.



    해가 떴다.

    티비를 켰다. 난 티비를 킨 줄도 몰랐다.

    계속해서 그 생각만이 든다.


    '...........'


    '드르르르르...'


    갑자기 핸드폰이 울린다.


    「-문자메세지도착-
    어제 엠티 끝나기도 전에 왜 집에 간거야?
    -연훈 」


    .. '급한 일이 생겨서..말도 안하고 가서 미안하다고 애들한태 전해줘'라고 문자를 보냈다.


    「-문자메세지도착-
    그래.. 오늘 할말이 좀 있으니깐, 우리 엠티 가는 쪽에 있던 작은 다리에서 2시쯤 만나자.
    -연훈 」


    '할 말 있으면 학교에서 해, 뭐하러 그런데까지 가?'라고 답장을 보냈다.


    「-문자메세지도착-
    하늘이 넖게 보이는 곳에서 얘기하고 싶다.
    -연훈 」


    '하지만 오늘 바쁜 날이니까 잠시밖에 못만나.. 있다 갈게..'라고 답장을 보냈다.


    식칼이 든 가방을 챙겼다. 불안한 눈빛이지만 각오는 되어있다. 집 밖으로 나섰다.

    생수를 계속 들이키며 버스를 탔다. 앞에 다리가 보인다. 오늘따라 다리가 너무 좁아보인다. 금방 떨어져 버릴 것 같다.

    버스에서 내렸다. 카드를 찍고 내리는 것조차 잊어먹었다.

    다리 건너 연훈이 보인다. 연훈은 가방 같은 것은 가져오지 않았다. 다리 난간에 걸터 앉아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오늘 하늘은 매우 맑다. 정말 구름 하나 없이 새파랗다.

    그에게 조심히 다가갔다. 그리고 물었다.


    "..할말이 뭔데?"


    "......"


    "빨리 말해.. 나 오늘 시간 없다고 얘기 했잖아.."


    "5년 전.. 사귀던 여자 친구가 있었어요.."


    "갑자기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그리고 그 말투는 뭐야.."


    "진짜 죽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이었어요."


    "너..너 왜그래.."


    "그 여자애의 이름은 '연희'였어요.. 그애랑 말할때는 항상 장난식으로 이렇게 존대말을 했죠. 어린 생각이었을지 모르지만, 우리 사랑은 영원할 줄 알았어요. 그만큼, 정말로 사랑했거든요.


    "...."


    "그런데.. 어느날 알게 됐어요.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사실을. 저를 속이고, 계속해서 만나왔던 사실을. 그녀와 그 다른 남자가, 사랑을 나누고 있는 장면을 보았거든요."


    "그만해.. 그런 얘기 하려고 나 부른거야?.."


    "저는 그 순간 이성을 잃고 그 남자를 구타했어요. 아니, 이성을 잃지 않았어도 마찬가지였을 거에요."


    "..대화로 해결 하지 않고 그 사람을 구타한건 잘못된 거 아니야?"


    "그녀에 대한 저의 사랑을 알고 있으면 그렇게 얘기하시지 않을 거에요. 하여튼.. 제가 사랑하던 사람은 제 편을 들어줄 줄 알았죠. 그런데 연희는.. 갑자기 방망이를 가져오더니 제 머리를 때렸죠. 쓰러져서, 기절할 때까지 계속. 죽기를 바라면서."


    "....."


    "그랬었죠.. 연희씨?"


    다리가 확 풀려버렸다. 충격으로 지갑이 떨어져나간다. 지갑이 떨어지며 주민등록증이 펼쳐진다.

    1986 5월 18일생. 김연희.


    "기억을 잃은게.. 아니였단 말이야..? 그 바보짓도 다 연기였단 말이야..?"


    "제가 깨어났을때, 생각 했어요. 그녀를 도망하게 하면 안된다. 그녀를 내 옆에 두면서, 천천히 복수할 기회를 노려야된다.."


    들고있는 가방을 꽉 쥐었다. 손을 가방 안에 넣고 갖고 온 식칼을 꽉 잡았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복수라도 하겠다는 거야?"


    두려움에 눈물이 나려 한다.


    "글쎄요.."


    눈앞에 연훈이 주머니에서 소형 나이프 칼을 꺼낸다. 나도 동시에 가방안 칼을 꺼내 들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나 연훈은 소형 나이프 칼을 강으로 던져버린다.

    수 초 뒤에 '퐁'하는 소리가 들린다.


    "됐죠? 이 자리에서 복수는 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 자리에서 나한테 어쩌라는 거야? 무릎 꿇고 사과라도 하라는 거야?"


    계속 눈물이 흐른다. 이제 두려움이지 무엇 때문인지는 나도 알지 못하겠다. 흐르는 눈물에 앞이 보이지 않아 팔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앞을 보았다.

    어?

    뭔가 휑 하다.


    난간에 걸터 앉아있던 연훈이 없다.

    수 초 뒤에 '풍덩' 하는 소리가 들린다.

    주위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연훈이 그렇게 죽은 뒤 2일이 지났다.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계속 방에만 멍하니 앉아 있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한 밥이 책상 옆에 놓여있다.

    서러움에 눈물만 자꾸 흐른다.

    아아, 연훈은 자기가 그토록 동경했던 하늘로 가버렸다.

    그 빌어먹을 하늘.


    '땅과 하늘중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울까?'


    빌어먹을.. 그렇게나 하늘이.. 좋더냐..

    잘하면 대화로도 풀 수 있었을텐데.. 시간이 지나면 관계가 회복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이대로 있으면 죽을 것 같아 잠시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왔다. 우편함에 편지들이 꽤나 쌓여있었다.

    그중 오늘은 조금 특별한 편지가 왔다.


    '보낸이-연훈'


    ......


    멍하니 편지를 보다가, 그것만 뽑아 들고 다시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신발을 벗지도 않은채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뜯지 않은 편지를 앞에 두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편지를 개봉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판도라의 상자가 앞에 있다면, 꼭 이런 기분이리라.

    조심스럽게 편지를 뜯었다. 기대와 불안감이 뒤섞인 기분으로. 정말 천천히 편지를 뜯어간다. 차라리 편지가 백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오랜만에 보는 익숙한 글씨체다.




    --------------------------------------------------------------------




    아.. 갑자기 그때 생각이 들다니..

    이제 4초 정도 남은 것 같다.

    나는 땅을 올려다 보고 있는데도,

    흐르는 눈물은 자꾸 땅으로 떨어진다.

    이제 3초정도 남았나.

    그의 마지막 편지 내용이 갑자기 떠오른다.

    눈물이 자꾸자꾸 흐른다. 중력으로 인해 고이지도 못하고 쉴새 없이 땅으로 떨어진다.




    --------------------------------------------------------------------




    -연희에게-



    당신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당신의 얼굴만 보면 죽일 수가 없었어요.
    전 아직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제가 학교에서 항상 기다린 건 당신이었고,
    제가 항상 중얼거린 건 당신의 이름이었죠.


    제 부탁 몇 가지만 들어주세요.
    제가 했던 것과 똑같이 하면 되요.
    언제나 보여드렸잖아요.


    제가 당신의 이름을 중얼거린 것처럼
    가끔이라도 제 이름을 되뇌어주세요.
    하늘에까지 전해질 수 있도록.


    제가 항상 하늘을 본 것처럼
    가끔 하늘을 봐주세요.
    제가 하늘에서 당신의 얼굴을 볼 수 있도록.


    전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어요.
    지금은 당신을 사랑해서
    그대를 죽이지 못했지만
    당신을 사랑하지 않게 되는 날이 오면
    그때는 당신을 죽이게 될 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그런 날이 오기 전에
    제가 먼저 죽어버리기로 했어요.
    저 넓은 하늘에서 언제나 지켜볼게요.


    죽음은 두렵지만,
    너무나 두렵지만,





    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어요.




    --------------------------------------------------------------------




    이제 더이상 흐를 눈물도 없다.

    그저 바람만 세차다.

    1초 남았다.

    땅과 하늘중 어떤게 더 좋은지 입다툼 했던게 부끄러워 졌다.

    하늘과 땅은 멀리 있는게 아닌데. 이렇게 단 10초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데.

    내 머리 위의 땅과 충돌하는 순간

    다시 네가 있는 하늘로 떠날게.

    조금만 기다려.

    방금 막 머리카락이 땅에 닿았어.




    하늘에서 폭발한 별가루가 또 한번 떨어진다.

    영원을 약속했던 사랑도 따라 굉음을 내며 폭발해 떨어진다.




    '쿵'






    ====================================================================================================























    출처




    웃대 - c226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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