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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istory_14585
    작성자 : Belisarius
    추천 : 20
    조회수 : 1245
    IP : 14.45.***.16
    댓글 : 12개
    등록시간 : 2014/03/11 18:49:30
    http://todayhumor.com/?history_14585 모바일
    신하들이 짱짱맨이었던 나라 동진(東晉) - 上
    1386289262t3QWTIPzxg7UNnVYewyBc.jpg
     
    진 무제(武帝) 사마염.
     
    서기 280년, 오(吳)를 정벌함으로서 통일군주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생전에 벌여놓은 황족권력 강화책
    때문에 이 힘을 주체못한 황족들이 내분을 일으키는 바람에 도리어 훗날 나라의 멸망과 직결되는 요인을 제공한 장본인이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삼국시대를 통일한 왕조는 다름아닌 사마씨의 진(晉)나라였습니다. 오랜 전란기를 겪고 비로소 태평성대가 오는가 싶었겠지만 곧 머지않아 진나라는 황족 간의 내분으로 '팔왕의 난' 이라는 병크를 터뜨리고 또한 이 틈을 타 북방에서 대규모 남하해온 흉노를 비롯한 기타 여러 이민족들에게 박살이 나서(영가의 난) 쫓겨가 건업(建業), 즉 오늘날의 난징에 자리하니 이를 동진(東晉)이라 합니다.
     
     
    1387523678qp1sLcNtY.jpg
     
    5호 16국 시대의 전개와 동진.
     
    말그대로 다섯 오랑캐가 열 여섯개의 국가를 세우며 깽판치던 시대를 말합니다.
    화북에서는 5호 16국이라는 헬게이트가 열렸고 양자강 이남, 즉 화남에서는 동진이 세워졌고요.
     
     
    1387523308CU39RuXRodegXa9eVhjo9.jpg
     
    진 원제(元帝) 사마예.
     
    진 왕조의 시조격인 사마의의 증손자로서 사전에 팔왕의 난으로 진나라가 거덜날 기미가 농후하자
    일찌감치 옛 오나라 땅이기도 한 강남으로 이주하여 뿌리내린 인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측대로 머지않아
    진나라가 이민족들에게 박살나 멸망하자 건업에서 진의 대통을 잇는다는 명분으로 다시 진 왕조를 세우지요.
     
     
    패망한 왕조의 명맥을 다시 잇는다는 명분은 좋았으나 사마예의 동진은 여러모로 불안한 점들이 많았습니다. 우선 무엇보다도 나라랍시고 세운 왕조의 기반이 부실했던거죠.
     
     
    이는 동진이 자리잡은 강남 땅의 특색과 연관지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다루는 동진이 존속했던 시대의 명칭이기도 한 위진 남북조 시대는 문벌귀족과 호족들이 지배계층으로 군림하여 저들끼리 다 해먹고 살던 시대였습니다. 이 시대의 황제나 황권이란 것도 귀족-호족들이 지지하고 뒷받쳐 주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로 유명무실한 것이었고 특히 이 강남일대의 경우는 유독 그러했습니다.
     
     
    Saam_Gwok_262_CE.png
     
    아시다시피 노란색이 오나라입죠.
     
     
    이는 동진 이전에 강남에 할거해있던 오(吳)나라의 정치나 군사제를 살펴보면 바로 알 수있습니다. 당시 삼국이 다 그러했지만 유독 토호-호족들의 입김이 셌던 오나라는 정치도 유력한 문벌귀족 가문들과 연합하여 이끌어나가는 일종의 연합정권의 성격이 강했고 군사제도 또한 황제가 거느리는 중앙의 강려크한 군사력은 커녕 역시 주로 귀족들이나 호족/토호들이 사적으로 거느린 사병들로 구성되어 있었을 정도로 그만큼 지방 유력자들의 색깔이 강하게 드러나는 동네였습니다.
     
     
    강남의 대표적인 명문가문을 꼽아보자면, 육손을 비롯한 육항, 육기, 육운 등의 문무계 인물들을 대거 배출해낸 오군 육씨, 오나라의 초대승상을 지낸 고옹의 출신가문인 오군 고씨, 역시 오의 중신이자 손권에게 잔소리 하는게 취미였던 장소나 제갈량에게 아가리 파이터 타이틀을 거머쥐게 해준 장온 등의 인물들을 배출한 오군 장씨,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군 주씨가 이들이었는데요. 보시다시피 이들 모두 오군(吳郡) 출신이라 하여 이들 모두를 싸잡아 오군 4성(姓)이라 부르곤 합니다.
     
     
    그 밖에도 회계의 우, 위, 공, 하씨도 나름 빵빵한 집안이라 이들도 회계 4성이라 불리웠고(그냥 <삼국지>에서 오나라 신하들 중 이 8개 성씨에 해당되는 인물은 이 가문출신이라 보시면 됩니다) 아무튼 이 강남 땅이 호족들이 떵떵거리던 동네였다고 보시면 됩니다.
     
     
    잡썰이 길었는데요, 요점은 이겁니다. 자고로 귀족/호족들의 지지가 따라주어야 비로소 나라가 명분과 정통성을 갖고 위상을 세우는 법인데 당시 강남의 호족들은 그다지 사마예의 동진 왕조에 충성을 바칠 기미가 아니 보였었다라는 겁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그 중 결정적인 이유만 꼽아보자면 이렇습니다.
     
     
    우선 군주인 사마예부터가 그리 미덥잖게 보였을겁니다. 말그대로 망국의 떨거지 황족이었던데다(사마예가 사마의의 증손자라고는 하나 방계혈통 쪽입니다) 사전에 사마예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아 대체 이 인간은 어디서 뭐하던 놈이며 과연 이 인간을 황제로 섬겨도 되는가에 대한 의문과 불안감, 즉 사마예의 황제로서의 자질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그 무렵 북방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이민족이 언제 강남까지 밀고들어올지 모르는 마당에 과연 사마예가 우리를 지켜줄만한 인물인가에 대하여 긴가민가 하는 입장이었던 거죠.
     
     
    사마예에 대한 믿음도 문제긴 문제였지만 뭣보다 강남에서의 사마예의 입지가 그리 탄탄하지 못했다는 부분도 한 몫했습니다. 비록 사마예가 팔왕의 난 무렵에 일찌감치 남하하여 강남에 자리잡았다지만 내린 뿌리의 깊이는 그리 깊지 못했습니다. 즉, 강남의 호족들에게 여전히 사마예는 듣보잡 스러운 황족이었고 그 능력도 의심받는 상황으로 여러모로 난국이 예상되는 판국이었는데, 바로 이때 역시 강남의 유력한 가문이자 호족세력인 낭야 왕씨 가문이 사마예를 적극 지지하며 사마예를 따르자며 강남호족들을 설득하고 나섭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왕도(王導)라는 이가 있었고요.
     
    1387523336Zi292A5FrqPoEOD2v2O.jpg
     
    왕도(王導).
     
    사마예를 도와 동진창건에 지대한 공을 세운 건국공신이자 명신으로서
    훗날 동진의 재상이 되어 불안정한 동진을 반석 위에 세운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강남의 유력한 호족가문 출신이라 했습니다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 낭야 왕씨는 명성을 날린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고, 또한 강남 토박이 출신 호족가문도 아닙니다. 한미하다고까지 하기는 뭐하지만 내로라하는 뭇 명문가들 사이에선 듣보잡스럽던 이들 가문을 일으켜 세운 이는 삼국시대 위(魏) 왕조와 진(晉)을 섬긴 왕상(王祥)이란 사람으로 이 사람을 시작으로 낭야 왕씨 가문은 빛을 보기 시작합니다. 즉 따지고 보면 그리 유서깊은 가문은 아니었다는 거죠. 여담이지만 이 왕상은 '와빙구리(臥氷求鯉)'란 고사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왕상_1~1.PNG
     
    일본의 삼국지 게임인 <삼국지12>에서의 왕상.
     
    참고로 왕상은 왕도의 종조부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본관인 '낭야(瑯琊)'는 오늘날 중국의 산동성에 위치한 곳으로, 사실상 북방출신의 호족가문이라 할 수있지요. 그럼 이들이 이 무렵에는 어떻게 강남에서 유력한 호족행세를 하고 있느냐 하니, 이는 사마예가 낭야왕 시절, 낭야 땅에 있을때 왕도와 맺은 인연때문이라 볼 수있습니다. 사실 이건 일의 경과를 이해하시려면 당시 한창 벌어지던 팔왕의 난과 연관지어 봐야하는지라.. 자세한 과정은 생략하겠습니다. 팔왕의 난까지 들먹이며 쓰자면 내용이 산으로 가니까요.
     
    아무튼, 이때 사마예와의 인연으로 훗날 왕도는 사마예가 강남으로 자리를 옮길 때 동행합니다. 본인 뿐만 아니라 가문전체가 아예 이주해버렸던 것인데요, 사마예와의 친분도 친분이지만 당시 팔왕의 난으로 웬만한 귀족들이 갈려나가는 마당에 중앙과는 동떨어져있다고는 하나 언제 어떻게 숙청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한 몫했을겁니다. 그리고 이는 왕도가 말한 바 있는 명철보신책(明哲保身策 : 분별력있는 행동으로 가문과 제 자신을 지킨다)과도 관련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사마예를 따라 남하한 시점을 계기로 낭야 왕씨 가문은 강남에서 명실명백한 유력가문으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런 의문을 품어봄직 합니다. 제 아무리 가문을 통째로 옮겨왔다고는 하지만 강남에는 쥐뿔도 없는 정착민 신세인데 어떻게 강남의 유력가문이 되었는지 말이죠.
     
    실상은 이렇습니다. 쥐뿔도 없기는 커녕 사실은 이미 강남에 어엿한 기반을 마련해둔지 오래였습니다. 왕도는 사전에 가문을 강남으로 이주할 계획을 갖고 있었던 듯 합니다. 자신은 중앙직을 지내면서 한편으론 제 가문의 일원들을 강남에 속한 주(州)인 양주(楊州), 형주(荊州)를 다스리는 지방장관 격인 주자사(州刺史)로 임명시켜 보낸 바 있었던 것이죠. 중원의 숱한 주는 냅두고 저 멀리 강남의 땅을 다스리는 곳으로 가문사람들을 보낸 왕도의 조치는 지극히 의도된 것이었다고 볼 수있겠습니다.
     
     
     
     
    1386136604XayEa9MJ23ZgVWVAJa6ZHSuQB3.jpg
     
    형주, 양주(초록색)이 보이실겁니다.
     
    노파심에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행여나 유주의 영토가 한반도까지 표시되어있는 점은 무시하세요.
    중국지도를 번역한 자료지 싶네요.
     
     
    여튼, 사전에 마련해둔 덕분에 기존의 강남 호족들을 제치고 잘나가는 가문이 된 낭야 왕씨 가문은 사마예를 적극 지지하며 그 밖의 여러 강남 호족들을 포섭해나가기 시작합니다.
     
    물론 맨입으로는 안됐겠죠. 그럼 어떻게 강남 호족들을 포섭했는지는 다음 편에서 이어서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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