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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매번 요리게에만 글을 올리다가 오늘은 육아게에 한번 올려봅니다.
(요리게에 올린 글: http://todayhumor.com/?cook_181172)
전 지금 별거 1년반정도 된 29살 아빠에요. 아들은 5살이구요.
와이프랑 결혼한 해 부터 리스에다가 부부싸움에...이런저런 트러블을 격고 긴 고민 끝에 이혼을 전제로한 별거를 진행중입니다.
(조금더 자세히 쓰건: http://todayhumor.com/?wedlock_994)
아무튼,..
전 이혼하고 싶다고 생각한지는 꽤 되었어요. 다만 아들이 늘 맘에 걸려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죠.
와이프는 육아&가사 둘다 너무너무 성격에 안맞아 하는 사람이라..
결국에 전 이혼을 전제로한 별거를 제안 했고, 와이프는(워낙 "싫으면 헤어지든가" 라는 입장이었던 사람이라) 별다른 말없이 수락했죠..
하지만 전 부부간의 이별이 부자간의 이별이 되는 그런 상황은 정말 싫었어요.
뭔가 넌센스하다고 까지 생각을 했죠.
그래서 가능한 최대한 아들과의 거리를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다행이 와이프도 그것에 동의했구요.
여기서.
제가 별거직후부터 지금까지 해온 "천천히 하는 이혼"의 단계를 써보고 싶어졌습니다.
1. 물리적 거리
셋이서 살던 집A에서 집B로 제가 별거를 합니다.
별거처는 집A에서 버스로 20분 거리.
별거당시에 아들에겐 "아빠 여기서는 연구할 수 가 없어서, 연구하는 연구방 만들었어" 라고 설명을 했죠.
그리고 되도록이면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물론 집A에서요.
그런데 두달후 와이프가 집값(동경의 월세)이 감당이 안된다며 집C로 이사를 합니다.
근데 제가 살던 집B와 와이프가 새로 이사한 집C는 버스&전철로 한시간 거리.
이때부터 집B와 집C의 물리적 거리때문에 제가 좀 힘들어 집니다.
툭하면 버스 막차가 끊켜서 6km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서 전철을 타고 집에 간다던가 했죠.
여기서
2. 정서적 거리
전 별거한 당일도 와이프집에 있었습니다.
왜냐면 아이에게 최대한 영향을 덜 주고 싶어서 였죠.
같이살던 집과 새로 별거한 집을 정말 수없이 왔다갔다 했습니다.
하지만 저녁이되면 아이에게 인사를 하고 전 제가 사는 집B로 돌아가야 했죠.
어느날 버스를 타고 별거처인 집B로 돌아가는데 와이프한테 전화가 오더군요.
전화를 받으니 아들이었어요..
"아빠.....어디야..." 라고 울먹이는 목소리.
전 너무너무 미안해서 "지금 아빠가 갈게" 라고 말하고 바로 버스에서 내려서 냅다 뛰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전 하나 결심했습니다.
아이가 익숙해 질 때까지 "작별의 순간"을 최대한 줄이자..라고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가 잠들때 까지 같이 있는것 이었습니다.
물론 매일은 아니죠. 그럴거면 별거고 이혼이고 의미가 없으니까.
다행히 와이프는 일에 푹 빠져 살았고, 가사도 육아도 워낙 흥미&능력이 없었던지라 주2~3일 정도는 제가 아이를 봐야 했어요.
그때 전 아이가 다니는 보육원에 마중가서 저녁해먹이고 씻기고,
그리고 재웠죠.
아이가 잠드는걸 확인하고 전 제가 사는 별거처로 돌아갔습니다.
그 생황을 거의 1년조금 넘게 계속 했어요.
근데 정말 힘들었어요..아이를 재우고 밤늦게 혼자사는 집으로 돌아가다보면 "내가 뭘하고 있는걸까.."싶기도 하고...
어느새 "아빠는 날 재우고 자기 집으로 돌아간다" 라는 사실을 눈치챈 아이의 모습을 보면 뭔가 안쓰럽기도 하고..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3.현황
위에 와이프가 집C로 이사를 갔다고 했는데요...여기서 와이프가 일하는것도 모자라 대학원에 진학해버립니다...ㅋ
가뜩이나 가사&육아에 손을 안대시던 분이 일하면서 대학원까지 가시니...
제가 아이를 주4~5일을 봐야하는 상황...
여긴 동경에 시댁도 친가도 친척도 없거든요.
저는 또 성격상 "그럼 당신이 결정한거니 당신책임입니다" 라고 하면서 아이 일을 나몰라라 할 수도 없어서...
결국 제가 또 이사를 갑니다.
집D로요...별거 1년반이 접어드는데 와이프와 아들이 사는집과 불과1km거리의 집으로 이사를 하다니...ㅋㅋㅋㅋㅋ
근데 이게 정말 신의 한 수 였어요.
저도 마음껏 아이를 볼 수 있구요.
더이상 막차시간 신경쓰며 아이 볼일도 없어지고.
주4~5일을 제가 아이를 키우다보니 저의 정서적으로도 아이의 정서적으로도 뭔가 굉장히 안정되어가고 있다는걸 느낍니다.
가끔 와이프와 셋이서 밥도 먹고요..
마지막으로
4.오늘밤
오늘도 전 아이를 보육원에서 데려와 밥을 해먹었습니다.
둘이서 숙제도 하고, 노래도 듣고..
"오늘은 누구네 집에서 잘래?" 하고 물어봤더니, "오늘은 마마(엄마)네 집" 이라고 하더군요.
새로산 레고가 있다면서..ㅋㅋ
그래서 "그래 알았어, 샤워 다하고 마마네 가자" 라고 했죠.
그리고 와이프가 사는 집 엘레베이터를 탔죠.
대뜸 아이가 이러더군요.
"있잖아..오늘...예전처럼 나 잘때까지 있어주면 안돼?"
전 좀 놀랐어요..그래도 전~혀 못할건 없었기에
"왜 안돼~ 당연히 돼지~알았어 잘때까지 있어줄게..그리고 언제든지 말해, 아무때나 어디서든 니가 있는곳까지 아빠가 갈게.."
그랬더니 아들이 이렇게 말했어요.
"사실...예전에 나 잘때까지 같이 있어준거...진짜 기뻤어."
음...
전 아들앞에서 "아 그래?" 라고 넘겼지만, 속으론 뭔가가 무너져 내려왔어요.
"아..헛된건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고..
"이제 올해 6살되는 녀석에게 무슨 말을 시키고 있는건지.." 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뭔가 그냥 준수하게 기뻤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모든 경우가 다 이렇게 천천히 헤어질순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한때는 모아니면 도 라는 식의 이혼을 생각했죠..
하지만 우린 어른이잖아요.
이혼은 어른의 결정이고 결코 아이들의 결정이 아니에요.
그런데 어른들은 생각보다 강해요. 반면에 아이들은 생각보다 약하죠.
또 어른들은 시간이 많아요. 하지만 아이들의 시간은 정말 짧죠.
그렇기 때문에 이혼하는 어른들은 그 어떠한 경우에서든 가능한 최대한 아이들을 배려하며 이혼이란 단계를 밟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혼 안하는게 맞지" 란 사고방식에 대해선 다루지 않을게요.)
저도 아직도 와이프를 보면 싫은감정 화나는 감정 아직도 느껴요.
근데 그런 감정에 빠져서 아이에게 "사실은 해줄 수 있는 일들" 도 못해주는 그런 경우는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전 부부와 부자(혹은 모자)의 관계는 좋은 의미에서 선을 긋고, 천천히, 아이를 생각하며 헤어지려 합니다...
모든 어른,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길 바라며 긴 글은 여기서 줄일게요.
(사진은 오늘 아들과 만들어 먹은 저녁밥 케밥과 스패니쉬 오믈렛 입니다.ㅎㅎ)
출처 | 내 과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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