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냥이 잃어버렸다는 글 이후로 두번째네요.
그저께 저녁에 잃어버린 반려묘 춘삼이를 어제 저녁에 다시 찾은 기념으로
예전부터 오유에 올려볼까 했던 사진들을 올려봅니다.
5월 말 어느 날 밤에 사무실에 있던 저와 남편은 잠시 바람을 쐬려고 나왔어요.
근처에 있는 화단 앞에 벤치가 있기에 거기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힘없는 아기냥이 "냥~냥~" 하고 우는 소리가 들러더라고요.
이 아기냥 소리가 계속 들리니까 애가 아픈가 싶어서 이곳저곳 찾아봤는데
냥이 모습은 안 보이고 어느 순간 소리도 안들리더군요.
그래서 그냥 엄마냥이가 데려갔구나 싶어서 신경 안쓰고 사무실로 돌아갔어요.
그리고 2~3시간 후, 자정이 다 되어서 집에 가려고 나와서 다시 그 벤치 쪽을 지나가는데
또 "냥~냥~"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다시금 냥이를 찾았는데 모습은 안 보이고 소리는 계속 들리고...
그런데 화단 뒤로 샛길이 있더라고요. 그 샛길에 아주 작은 아기냥이 벌벌 떨고 있었어요.
"얘가 두시간 넘게 울고 있었나?" "그래도 근처에 엄마냥이가 있지 않을까."
둘이서 이런 얘길 하고 있는데 근처의 가정집 현관문이 벌컥 열리더니 어떤 아저씨가 나오셔서
저 새끼고양이 엄마 없다고, 낮부터 계속 혼자 울던 애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걱정되는 마음에 데리고 왔습니다.
다시 사무실로 데리고 들어와서 보니까 애가 마르기도 했고
몸에 응가가 많이 묻어서 냄새도 좀 나고요. 상태가 좋지는 않더군요.
그래도 보살피는 엄마냥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다음날까지 얘를 어쩌나 고민했는데
그 화단 근처의 상가 사장님이 얘를 보고는 원래 엄마랑 다니던 냥이인데,
며칠 전부터 혼자 돌아다니더라고 하시더라고요.
엄마냥이 키우다가 무슨 사정으로 사라졌나봐요.
그래서 혼자 돌아다니다가 도저히 못살겠으니까 하루종일 울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일단 병원에 데려가보니 한달 조금 넘었는데, 발육이 많이 뒤쳐진 상태라고 하시군요.
그래서 결국 키우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사실 저는 바로 키우자고 했는데 남편은 키울 자신 없다고,
고양이 좋아하는 지인에게 입양을 보낼까 고민을 했거든요.
근데 이 아이가 저보다 남편을 더 따르고 좋아하고
남편 차소리만 들려도 벌떡 일어나서 남편 들어오면 냥냥대고 앵기더라고요.
그러니까 결국 남편도 넋이 나가서 키우자고 한...ㅎㅎ
당장 냥이 용품이 없어서 급한대로 안 입는 패딩을 깔아줬더니
거기서 잘 놀고 잠도 잘 자더군요.
이름은 구수한 이름으로 부르고 싶어서 춘삼이라고 지었어요.
성격 자체가 순하고 착해서 적응도 잘하고 저희도 잘 따랐죠.
이건 사진 찍으려고 하는 순간 카메라에 가까이 다가와서 찍힌 사진입니다. ㅎㅎ
이때는 같이 지낸지 한달쯤 지난 후의 사진이에요.
애처로운 눈빛...
갸웃~ 갸웃~
한두달은 상자나 쇼핑백을 보여주면 무서워하더니
좀 더 큰 뒤에는 자기가 알아서 들어가서 놀더군요.
책상 책꽂이 사이에서도 자고요. ㅎㅎ
아기 때 몇번 아파서 병원도 가고 그랬는데
다행히 잘 커서 중성화도 끝내고... 조금 안심이 되네요.
이대로 20년 넘게 같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그저께 춘삼이 잠깐 잃어버렸을 때 저도 남편도 잠도 못자고 그랬거든요.
계속 찾아다니기도 하고요.
근데 어제 저녁쯤엔 제가 계속 밥도 못 먹고 우울해하고 있으니까
남편이 어차피 못 찾을 거다, 동물한테 너무 맘쓰지 마라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면서 제가 막 뭐라고 했거든요.
그러다 얼마 후에 춘삼이 찾으니까 동물한테 맘쓰지 말라던 남편이
춘삼이 끌어안고 엉엉 우느라 말도 못하더라고요.
춘삼이도 냥냥 거리면서 울고요. ㅎㅎ
아무튼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주는 위안과 기쁨은 말로는 표현이 다 안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