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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readers_14556
    작성자 : 애플타르트
    추천 : 10
    조회수 : 468
    IP : 175.203.***.96
    댓글 : 13개
    등록시간 : 2014/08/11 11:35:07
    http://todayhumor.com/?readers_14556 모바일
    [병신백일장] 일렬로 나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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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게에서 추천받은 내 취향에 절묘하게 들어맞는 순간, 그 기분이 어떠한지는 느껴본 사람 만이 압니다.
    그 순간의 행복을 느끼고 싶으시면 당장 책게로 달려오세요! 
    --------------------------------------------------------------------









    5년 만인가. 간만에 들린 집은 폐가와 다름없이 변해있었다. 
    마루 곳곳 수북하게 쌓인 먼지가 그간의 세월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럴 법 싶다. 
    할아버지에게서 이 집은 세상 그 무엇보다 슬프고도 끔찍한 장소였을 터이니, 차마 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신발을 벗지 않은 채 마루 위로 발을 내딛었다. 들어선 내부는 상상 이상으로 참혹했다. 
    햇빛이 들지 않아 어두컴컴한 풍경, 벽지를 타고 오른 곰팡이, 썩어 들어가는 마루바닥까지.


    어느 영화에서 그랬던가. 사람이 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행한 장소에서 끝없이 반복하게 된다고. 
    누군가 그 끔찍한 마지막 순간을 반복하기라도 하는 양, 내부는 음산하기 그지없었다.


    역시 혼자 치울 수는 없겠네. 업자를 불러야겠어.


    일단 중요한 물건만 챙겨두도록 할까. 그리 생각하며 나는 방문을 열었다. 
    전주인의 고상한 취미를 반영하듯, 방 내부는 온갖 책으로 가득 메워져있었다. 
    이건 도저히 다 가지고 갈 수 없겠네. 일단 버려야 할 책들을 골라내야했다.


    우선 나는 책상 주변을 뒤적였다. 일기장이나 중요한 것이 있을지도 모르니, 우선 그부터 찾아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아무 것도 찾아낼 수 없었다. 
    텅 빈 서랍 속, 종이 조각 하나 만이 팔랑일 따름이었다.


    무언가 중요한 거라도 적어놓았는가. 
    나는 종이 조각을 집어 들었다. 
    애석하게도, 이에 적혀있는 것은 몇 개의 책 이름이 전부였다.



     

    「 미지의 섬,   안녕이라고 말할 때까지,   하늘의 문,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


     


    중요한 책이었던가. 일단 골라내볼까. 
    그럼에 종이 위 적힌 책들을 찾기 위해 책장을 살피려는 순간이었다.


    나의 몸은 일순 빳빳하게 굳어버리고 말았다. 
    책들은 정면에서 가장 잘 보이는 중앙, 일렬로 나란히 줄서있었다.


    나는 울음 섞인 미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도서명이 적힌 종이 아래, 글자 몇 줌을 남긴 채 집을 나섰다. 
    채 남아있을 누군가가 부디 이 종이를 발견하길 바라며.





    「 미지의 섬,   안녕이라고 말할 때까지,   하늘의 문,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괜찮아요, 아버지. 」









    --------------------------------------------------------------------
    *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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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8/11 11:47:56  59.3.***.206  타임코스모스  220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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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4/08/11 12:43:53  175.113.***.155  내세엔전지현  319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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