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다리와 등에 피멍이 들었네요
골반도 삐었나봐요
얼굴은 다행히 멍이 안들었어요
메르스 때문에 나갈일도 없지만요 
저도 때렸어요 
멍은 커녕 붓지도 않았네요 
제가 때린게 맞은거보다 적어서 그런가봐요 
맞을때 몸도 말이 안나올만큼 아팠는데 
애들이 보고 있어서 마음이 더 아팠어요 

착한 사람이예요 
착한 사람이었어요 
날 만나서 이렇게 날 때리는 사람이 된거예요 
맘고생 많이 시키고 못된 날 만나서요 
그렇겠죠? 

우리 아빠엄마는 우리 남편이 순둥이인줄 알아요 
싸워도 절 때린다고는 생각 못해요 
남편이 착해서 다행이라고 그렇게 말해요 
그렇게 생각하고 나한테 신경끄고 싶은것 같기도 해요 

눈 한번 딱 감고 죽을까 생각해요 
언성 좀 높아지면 또 맞을까봐 무서워요 
말싸움 좀 하거나 몸이 피곤하고 아프면 
귀신같은 얼굴을 하며 저한테 다가와서 주먹을 쥐고 흔들거나 박치기 하는 시늉을 해요 
저보다 머리 하나 더 크고 몸무게 한 사람 더 붙는 사람이 그러니까 
너무 
너무 무서운데 
무서워하면 더 맞을까봐 눈 똑바로 뜨고 쳐다봐요 
남편이 잠깐 나간 지금에야 눈물이 나오네요 
너무 울면 애들이 깰까봐 크게는 못 울겠어요 

오랜 기간 왕따라서 친구 없구요 
결혼하기 전 남친도 편집증 있어서 친구 및 주변 사람 없어요 
부모님이랑은 고등학교 때부터 같이 안살고 일년에 한번쯤 얼굴 봐요 
제가 죽어도 통곡할 사람 아무도 아무도 없겠죠 없겠죠? 
그만큼 제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도 없겠죠? 

점점 강도가 세지네요 
이번엔 정말 뼈가 부러지는줄 알았는데 
제가 튼튼해서 안 부러졌나봐요 
다시 절 사랑한대요 
너무 밉다고하며 때릴땐 언제고 
난 무서운데 가까이 가기도 싫은데 얼굴을 보기도 싫은데 
그럼 또 때릴테니 알았다고 해야겠어요 
너무 무서워요 
죽고싶어요 
애들은 안때리겠죠? 
말 안들으면 막 욕하고 폭언하긴 하는데 아직은 안 때려요 

죽을까요? 
아니면 열심히 살아서 어떻게든 빠져나갈까요? 아이들이 좀더 크고 제가 자립할 능력 키울때까지 버텼다가 어떻게든 빠져나가고싶은데 
그 전에 제가 죽을지도 모르겠네요 

본인은 이게 심각한 상태라는걸 몰라요 
제가 제 정신상태가 심각한 상태라는걸 모르는 것보다 더 몰라요 
그냥 제가 자극해서 잠깐씩 그런다고만 생각하죠 
말로 해도 모르더라구요 
제가 자신을 망가뜨리고 잘 못다뤄서 그렇다고 해요 
그러다가 제가 크게 다치거나 죽어야 정신 차릴라나요 

제가 나빴어요 
제가 남편 마음을 헤아릴줄 몰랐어요 
속 많이 썩였어요 
잘못했어요 
이제 때리지 말아요 
제발요 
제발요 
고개 푹 숙이고 있을게요 
제발 오늘은 때리지 마세요 
눈물도 안 흘릴게요 
때리지 마세요 
애들도 안 울게 잘 돌보고 잘 재울게요 
설거지도 밥도 청소도 잘 할게요 
당신 하는 일에 아무 말 하지 않을게요 
일 이야기 하면 필요한 말만 할게요 
그렇게 노려보지 마세요 
다가오지 마세요 
손 올리지 마세요  
이 악물지 마세요
살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