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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Amit - Research
제목: 탐구(Research)
부제: 잃어버린 지식을 찾아서 (a la recherche de la Connaissance de mana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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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가 자그맣게 빛나는 화면을 톡톡 건드렸다. “이 것의 이름은 뭐야?”
셀레스티아가 여동생의 어깨 위로 바라보았다. “피-패드야. 살살 다루렴.”
루 나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떡이고는 언니가 일할 수 있게 시선을 돌렸다. 조세 개편 서류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셀레스티아는 그 질문 하나면 충분하다는 태도를 보고 루나 몰래 미소를 지었다. 루나 성격에 언니가 잘난 척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
루나가 화면을 다시 눌렀다. 기기가 발전기에 연결되어있지 않고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화면에 시간 단위가 3일, 9시간, 49분을 나타냈다. 루나가 시계와 화면을 일분간 관찰하기로 하였다.
시 계의 분침이 돌아간 후 몇 초 뒤 화면의 시간이 1분만큼 줄어들었다. 무언가를 알아낸 듯한 느낌에 고개를 끄떡인 후 기기의 뒷면을 살펴보았다. 대부분 처음 보는 용어가 가득했지만, 용어가 쓰는 단위는 익숙했다. 아주 오랫 옛날, 어떤 페가수스가 “번개 구름 전위(Potential)”라고 지칭한 것이 기억났다.
“전자기 축전지라,” 루나가 화면에 발 끝을 대며 속삭였다. “기발하네”
“그치?” 셀레스티아가 웃음을 감추지도 않고서 대답했다. 어차피 루나의 시선은 저 멀리 가 있고, 시선을 돌려도 풍성한 머리칼에 가려질테니까.
루 나가 다시 기기를 만지작댔다. 아이콘을 누르면 아이콘이 확대되면서 화면의 중심에 나타나고, 버튼을 누르면 사각형이 위치를 잡으면서 글자를 새겼다. 새로운 것을 접하는 기대감에 목소리가 흥분하면서 떨렸다. “전류의 흐름에 따라 발광(發光)하고... 접촉을 인식하는 건가?”
“응, 응.”
루나가 눈을 깜빡이고서 더 가까이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아이콘 아래에 하얀 글자가 새겨져있었다. '나침반' 아이콘을 누르자 나침반처럼 생긴 화면이 튀어나왔다. 루나의 뿔이 살짝 빛났다. “지각 자기장의 방향과 축전지의 나열 방향에 따른 전위차의 변화로 방위을 찾아내네.”
“그런가?” 셀레스티아가 기특한 듯 동생의 등에 앞발을 얹었다. “나 문과생이잖아. 사회학부. 기억 안나?”
곧 그렇게 말하지 말걸 하는 후회감이 몰려왔다. 루나가 표정하나 변하지 않은 채 대꾸했다. “캔틀롯 대학이 설립된 건 오백 칠십 삼년 전이고, 사회학부가 정식 전공으로 인정받은 건 백 칠십년 전이야. 기억 안나는 게 정상이잖아.”
셀레스티아가 서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가 일하는 동안 둘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루나가 사각형 모양 아이콘을 누르자 나침반이 사라졌다. 아이콘을 다시 누르자 하얀 바탕에 회색 막대 모양의 창과 그 창 안에 또다른 하얀 막대가 있는 형상이 나타났다.
“이 것의 이름은 뭐야?”
“웹 브라우저라고 해.”
루나가 빈 창을 누르자 막대 모양이 여러개 나타났다. “이 것의 이름은?”
“키보드야. 여기 키를 누르ㅁ-”
루나가 앞발을 언니의 입에 대서 말문을 막았다. 셀레스티아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알았어, 오케이, 더이상 말 안할게.”
루 나가 고개를 내리고서 단추 몇개를 눌렀다. 다른 포니 같았으면 일상 생활이었을 타자였지만 루나에게는 전부 새롭고 흥미로운 행위였다. 화면에 나타난 텍스트의 목록을 보면서 루나가 고개를 갸우뚱했고, 곧 목록 맨 위에 있는 파란 글자열을 눌렀다.
자신의 초상화와 함께 자신을 소개하는 글이 보이자 루나의 얼굴이 살짝 붉게 물들었다. 화면을 언니에게 보여주면서 다시 한번 물었다.
'이 것의 이름은 뭐야?'
“계속 '이 것의 이름은 뭐야?' 고 묻는 것 말고, 다른 질문도 하면 좋지 않을까?”
루나가 고개를 저은 후 셀레스티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질문 하나면 충분해.”
“루나야, 현대 기술이란 게 얼마나 복잡한데. 한번에 하나씩 걸음마로 배워서 인터넷 전체를 이해하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을 거야. 보통 포니 같으면 대학에서 수년씩-”
루나의 목소리가 깊어졌다. “과마(過馬)를 그저 평범한 포니로 뭉뚱그리려고 하는 건가?”
셀레스티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도움을 받아야 될 때 고집스럽게 혼자 헤쳐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나도 지레짐작해서 유치원 다니는 망아지처럼 떠먹여주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야. 다시 묻는다. 이 것의 이름은 뭐야?”
셀레스티아가 고개를 수그리면서 대답했다. “벌써 천년이 지났어. 더이상 네가 알고 지내던 이퀘스트리아가 아니잖니.”
“감 히 그런 망발을!” 루나가 황급히 일어서서 셀레스티아를 향해 걸음을 딛었다. “이 땅을 위해 수백, 수천번씩 목숨바쳐 싸워가면서, 매일 밤 빛나는 보름달을 띄우면서, 발 밑의 땅이 감동해서 한숨을 쉴 지적인 업적을 남긴 과마(過馬)인데, 어떻게 이 땅이 내 땅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거야?”
“루나야, 더이상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하게 말할게. 이 땅은 네 땅이 맞아. 하지만 그 땅에 사는 백성과 그 백성이 만들어낸 기술은 별개인 것 모르겠어? 네가 만든 게 아니야. 만드는 과정에 기여를 한 것도 아니야. 네가 알던 지식은 이미 옛날 것이 되었는 걸.” 루나의 눈으로 본 셀레스티아는 서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것 같았지만, 갈기에 가려진 표정은 볼 수 없었다.
루나가 피-패드를 곁에 두고서 셀레스티아 곁으로 다가가, 턱을 잡고서 서로의 눈을 마주대었다. “과마(過馬)의 존명에 먹칠을 할 작정이라면 누구에게 먹칠하는 지 똑똑히 보란 말야!” 라고 소리를 쳤다가, 언니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서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도 옛날에 그런 말투를 안썼다는 건 잘 알잖니.” 턱을 잡힌 머리를 흔들어 뿌리친 후 천장을 바라보며 되뇌었다. 고요하고 침착한 목소리 뒤로 깊은 한 숨을 쉬었다. “미래로 시간 여행을 온 것도 아니고, 천년동안 갇혀있었어. 그 천년동안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옛날 추억만 바라보면서 버틴 것 아니었니.”
루나가 참고 있던 울화를 내질렀다. “언니는 내가 언제나 내일을 바라보면서 산 것 잘 알잖아! 내일 말야! 미래 말야! 달에 갇혀서도 항상 그래왔어! 어떤 일이 닥쳐도 계속 바라볼거야! 언니 말 한마디 들었다고 그만둘 것 같아?”
“하지만... 세월에는 장사 없는 걸.” 말한 고개가 힘없이 반대로 향했다.
루나가 셀레스티아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그 리고 눈을 감고서 말을 이어갔다. “난 그저 그런 포니가 아냐, 언니. 알리콘이야, 알리콘. 아직 달의 뜨고 기울임과 별의 움직임을 관장할 힘이 남아있다면, 내가 무얼 배우고 싶은지 고를 최소한의 선택권이 있는 것 아냐? 알고 싶은 걸 체계적으로 배우고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은 있다고. 아무리 못해도 내 삶을 어떻게 살 건지는 내가 결정할 거니까, 박물관에 앉아 먼지나 쓰는 유물 취급은 하지 말란 말야!”
셀레스티아가 고개를 젓고서 다시 서류를 바라보았다. “그래, 잘 알았어, 루나야.”
둘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있었다.
루나가 피-패드를 셀레스티아의 눈높이로 들고서 물었다. “이 것의 이름은 뭐야?”
셀레스티아가 보고서 대답했다. “포니피디아 라고 해.”
더 이상 부연 설명은 하지 않았다.
루나가 만족스러운 듯 끄덕이며 어떤 기능을 하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루나에게는 그 질문 하나면 충분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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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해본 번역입니다.
1130단어짜리 짧은 단편이라 금방 끝났군요.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