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은 제게 좋은 날씨와 여유를 주었어요.
뭘 할까 고민을 많이 했죠.
결국 요 근래 해소할 길이 없이 쌓여있었던 묵은 감정들을 요리와 함께 날려버리기로 결심했어요.
그래서 하루동안
요리하고 먹고 설거지하고
요리하고 먹고 설거지하고
요리하고 먹고 설거지하고
요리하고 먹고 설거지했더니 상쾌하네요.
그럼 레시피 적어보도록 할게요.
I. 연어 파스타 (Salmon Tagliatelle) 금요일 아점
연어와 조개를 메인 재료로 쓰고 탈리아텔레라는 면을 사용한 파스타에요. 전 생선을 싫어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아침에 연어를 사오고 싶었어요.
주재료 : 연어, 조개, 탈리아텔레(혹은 아무 파스타)
부재료 : 양파, 마늘, 칠리, 앤쵸비(없어도 무방), 레몬 혹은 라임, 올리브오일, 파슬리, 방울토마토, 화이트와인, 치킨스톡(없어도 뭐...), 브로콜리(없....)
1. 재료준비해서
2. 연어는 손질하고 조개는 미리 해감해서(소금물에 2시간정도..)
3. 끓는 물에 브로콜리는 잠깐 블렌칭한 다음에
4. 전 돼지니까 면 3개를 넣어주고 5분 타이머를 재고
5. 끓는 물 살짝 퍼서 치킨스톡 반개 녹인 다음
6. 올리브오일을 팬에 두르고 마늘 칠리 앤쵸비 넣고 앤쵸비가 사르르 녹을때까지 휘적휘적한 후에
7. 양파에 땀내주고 스톡넣고 화이트와인이랑 후추랑 한국에서 찾기 힘든 빌어먹을 생 파슬리 대신 파슬리가루도 약간 넣어서
8. 연어넣고 약간 색깔 내고나서 브로콜리랑 방울토마토 넣어야하는데....방울토마토를 먼저 넣어버렸.......지만 오늘은 내가 쉐프니깐..
9. 조개도 넣고
10. 뚜껑덮고 대충 1~2분 마음속으로 세면서 춤도 추면
11. 조개는 뚜껑열리고
12. 돼지털 가득한 내 손으로 라임도 직접 짜주면
13. 예쁘게
14. 완성입니다. 한입 하시겠어요???
연어는 개느끼하니까 화이트와인이랑 곁들여서 마시면 존맛인데 혼자보기 아까워서 허세샷도 찍어봤어요.
II. 연어 스테이크(Pan Fried Salmon) 금요일 점심
사실 연어를 살때 굉장히 많이 고민했어요. 알래스카 연어 통조림이 2300원으로 세일을 하고 있더군요. 쌩으로 산 만큼 스테이크도 점심으로 만들어봤습니다.
주재료 : 연어, 당근, 윗둥이 썩어가는 파프리카, 펜넬(따윈 마트에서 구경도 못해봤으니까 그냥 청경채)
부재료 : 냉장고에서 나뒹구는 브로콜리 한짝, 케이퍼, 올리브(없..), 소금, 조개(없..), 칠리, 설탕, 화이트와인식초(가 없으면 그냥식초), 화이트와인(이 없으면 그냥 물), 올리브오일, 마늘, 타임분말
1. 재료 준비해서
2. 3분간 블렌칭..청경채는 잠깐 담가야하지만 귀찮으니 그냥 다 담가주고
3. 올리브오일 두르고 칠리를 바짝익힌다음에 마늘을 넣고 케이퍼와 올리브를 넣어야하지만 그냥 대충 때려넣고
4. 화이트와인식초(2750원) 세 스푼과 설탕 한스푼넣고 블렌칭한 야채 넣고 휘휘휙해서 대기시키고
5. 휘휘휙한 팬에다가 그냥 화이트와인 약간과 마늘 칠리넣고 조개 넣어서 1~2분간 조리하고
6. 팬에 올리브오일 살짝 두르고 타임이랑 연어 넣어서 적당히 구워주고 데코레이션하면
7. 이렇게 완성이네요. 연어만 단독으로 먹으면 무지하게 느끼합니다. 하지만 아래에 설탕과 식초를 발라놓은 채소와 곁들이면 환장의 짝꿍이 됩니다. 달고 신 요런 요리를 agradolce라고 한다네요. 님에게만 알려드리는거에요.
III. Gnocchi with Pea (뇨끼) 금요일 저녁식사
그리스를 포함한 지중해 연안에서 주식으로 먹는 요리에요. 딱히 한국말로 할수가 없는데..굳이 바꾸면 그리스식 수제비 정도가 되려나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가 '그리스인 조르바' 라는 책인데요. 이 책에서 '뇨끼' 와 '애저구이'를 조르바라는 주인공이 아주 맛있게 먹는 묘사가 있어요. 그거에 삘받아서 열심히 연구해서 만들었답니다. 수블라키라는 그리스식 꼬치구이도 있는데, 이것도 정말 맛있어요.
근데 이게 반죽을 해야해서 손도 많이가고, 엄청나게 고운 밀가루를 써야하고..감자 품종도 약간 우리가 주로 먹는거랑 다른건지...반죽도 힘들고 한데 몇 번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이제는 쉽게 만들 수 있어요. 여러분도 몇 번 도전해야할거에요. 글씨 폰트 더 못 줄이나...
주재료 : 감자, 달걀, 완두콩, 파마산 치즈, 00 flour(는 구하기 힘드니까 그냥 중력분...)
부재료 :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 버터, 타임분말(없)
1. 감자를 삶아서 포크로 으깨주고(감자 으깨는 장비 사주면 평생 뇨끼해드림....)
2. 계란 노른자만 넣고 후추랑 타임 약간 가미해서
3. 밀가루도 약간 넣고 반죽하면
절대 안만들어지더군요......
제가 쓰는 비율과 노하우는...궁금해하시는 분이 있다면 댓글로...
4. 아무튼 거지같이 반죽안되는 놈을 겨우겨우 멱살잡고 동그랗게 말아서
5. 칼침을 놔주고 물을 끓여서 소금 조금 넣고 퐁퐁 넣어주고
6. 제철이 오지 않은 덕에 망할 싸구려 냉동완두를 올리브오일 두른 팬에 넣고
7. 반죽이 떠오르기 시작하면 잠깐 기다렸다가 팬에 넣어주면
8. 님 손목 기름튀겨서 빨간 반점 생기고 버터까지 넣어주면 기름 불꽃놀이 효과 2배가 되면서
9. 앞뒤가 노릇노릇해질때까지 구워주고
10. 레몬껍질 갈아서 킥을 더해주고 파마산가루 뿌리면 완성입니다.
아~~~~ 하세요
IV. 베이컨 완두콩 파스타(Bacon Pea Rotelle) 금요일 밤참
정석대로 하려면 판체타라는 통 베이컨을 썰어서 만들어야하지만 대형마트에 기생충처럼 퍼진 와인담음 베이컨밖에 없어서 이걸 이용해서 만들었어요.
주재료 : 로텔레(아무 파스타), 베이컨, 완두콩
부재료 : 레몬, 치즈(전 파마산을 썼습니다. 피자에 뿌리는 파마산 가루 아니되옵니다.), 후추, 소금, 파슬리 등등
1. 대체 빌어먹을 완두는 언제 제철이 오는건지 오늘도 냉동완두로 준비해서 끓는물에 10분간 파스타랑 같이 삶고(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합니다...다만 사랑하지 않았을 뿐...)
2. 팬에 올리브유 두르고 베이컨 넣고 양파넣어서 땀내고
3. 후추와 마트에서 한 통에 2000원 하는 싸구려 파슬리 바질가루 등등 넣어주고
4. 10분지난 파스타와 해동되버린 망할 완두콩 넣고, 시들해들해져서 할인판매 500원에 득템한 싸구려 레몬즙과 그나마 고급진 파마산을 갈아주면
5. 사람이 먹을 정도의 파스타가 됩니다.
이렇게 오늘 하루를 푸짐하게 보냈습니다.
맛은 제가 보장할테니 혹시라도 요리해보시고 맛이 없다면..연락주세요. AS해드립니다.
중간에 파스타가 아닌 이상한 요리가 있다고 생각되신다면...그건 아마도 새벽에 너무 배고파서 헛것을 보신게 아닐까요??
그럼 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