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요리를 해먹는 것의 장점은 먹고 싶은 메뉴를 마음껏 선정할 수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장점이 번거로움이라는 장애물과 맞딱뜨릴 때가 있습니다. 귀차니즘이라고도 불리는 아주 무시무시한 마귀 같은 녀석입니다.
이 마귀는 모든 정당한 식탐과 그것을 품은 훌륭한 미식가들의 오랜 적이자 커다란 장벽이었습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이룰 수 없고, 붙잡을 수 없으며, 맛볼 수 없는 행복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 행복을 쟁취하기위해 그리고 제 신앙심을 시험하고자, 저는 마침내 뜨거운 기름지옥 건너편에서 손짓하시고 계신 치느님을 접신하기위한 여정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분을 영접하는 것은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이 세계 어디에도 각양각색의 치킨성소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돈 몇푼에 기꺼이 우리를 만나주시는 자비로움을 지니신 분이 바로 치느님입니다.
하지만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나서 맛보는 열매는 더욱 달고 특별한 법.
진리를 위해 고행에 길로 접어드는 순교자의 마음으로 '기름으로 난장판을 치면서 어머니한테 등짝 스매쉬를 맞게 되더라도, 우리집 부엌에서 직접 조리 한다!!' 는 가시밭 길을 택한 것입니다.
혹, 이 같은 길을 함께할 동지분들이 계시다면 아래를 참고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우선 날개, 봉, 다리 등의 치느님의 유해를 조심스럽게 수습합니다.
그리고 소금과 후추로 밑간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의식을 거행합니다.
약 30분 이상, 의식을 치뤄야 보다 진실한 소환이 가능해집니다.
이후 계란흰자와 옥수수전분을 치느님의 유해 한조각 한조각 마다 곱게 분칠해주고 통이나 백에 담아 숙성을 시켜줍니다.
시간이 없다면 몇 십분에서 반나절정도를 숙성시켜도 좋습니다.
하지만 전 완벽한 부활을 위해 사흘간 냉장숙성을 택하고 말았습니다.
이제 그분은 사흘 뒤에 완벽하게 부활하실 것입니다.
인고의 시간이 흘러 사흘이 지나고 드디어 본격적으로 거사를 행할 날이 밝아 왔습니다.
아침일찍 냉장실에서 관을 통을 꺼내서 차갑게 식은 잔해들을 상온에 융화되도록 하였습니다.
만약 냉장실에서 꺼내자마자 바로 기름지옥행에 처한다면, 속살이 제대로 익지 않아 주화입마에 빠지게 되고 소환에 실패하게 됩니다.
특히 살이 두터운 닭다리의 경우 가위등으로 미리 흡집을 내주는 것이 좋습니다.
냉기를 가시게하는 동안, 양념소스를 조제합니다.
얼마전 텔레비젼을 통해 잠깐 접한 원조 양념치킨 소스를 보고 급조해보았습니다. 홍고추를 비롯해 몇가지 재료가 없어 집에 있는 재료들로 흉내를 내보았습니다.
고춧가루 아빠숟갈 1스푼 + 당근 반개 + 양파 1/4 개 + 다진마늘 1.5 스푼 + 다진생각 0.5스푼 + 요리당 2스푼 + 메실청과 비슷한 과일청 (혹은 딸기잼) 2스푼 + 아몬드 8알 + 토마토 1개 + 참기름 2스푼 + 파프리카 1/4개 + 파 반뿌리 + 초콜릿 쬐금
원래 고추장을 썼었는데 위와 같이 새로운 시도를 해봤습니다. 이건 원조 양념을 참고하고 나서 저만의 방법을 더해본 것이니 자유롭게, 취향대로 조정하시면 되겠습니다.
아무튼 위 재료를 믹서기에 갈아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혼합물에 케첩과 마요네즈를 적당히 섞어주고, 약한 불로 한번 익혀줍니다. 너무되다 싶으면 물이나 우유를 아주약간만 첨가해줍니다.
골고루 자 섞어주고 간이 잘 맞춰졌다면 잘 식혀줍니다.
오늘은 찍어먹기 용으로만 쓰고 양념치킨으로의 진화는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기름에 튀겨 치킨에 생명을 불어넣기 전 기름의 잡내를 없애주기 위한 방법입니다.
마늘과 파를 한번 바싹 튀겨주고 작업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분칠하고 숙성도 잘된 날개조각 하나가 막 기름에 튀겨져 나왔습니다.
윤기가 흐르고 노르스름한 것이 먹음직스럽습니다.
하지만 한번 튀겨서는 잘익지 않을 수가 있으므로 2번, 3번 튀겨주어야 합니다.
2번 튀겨져 이제 생명이 깃든 날개조각입니다.
이 성스러운 아우라에 가슴마저 벅차오릅니다. 모든 조각이 잘 튀겨졌다면 이제 접신을 할 시간입니다.
그릇이 넘치도록 풍성하게 담긴 후라이드 치킨입니다.
이곳 저곳 튄 기름이 뒷정리를 고되게하고 그 냄새가 집안에 진동함에 한참 환기를 시켜야하는 역경이 닥쳐왔지만 맛하나로 이 모든 아픔을 씻어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란 말입니까?
또, 여기 다른 신도분들께 그 맛을 장황하게 설명해드리지 않아도 다들 이미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치느님과 함께한 행복한 한끼를 이제 뒤로하고 설거지를 하러 가보겠습니다.
모두 맛있는 식사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