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흥미롭습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드는 기획이 대단합니다.
한 청년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다.
독특한 게임을 개발했다길래 어느 정도 인가 싶었다. 대뜸 책부터 내려놓는다. 마치 데스노트를 보는 듯한 그 책을 보며 “미팅 때 이런 다이어리를 들고 다니다니 뭔가 취향이 독특한 분이로군’이라 생각했다. 그는 그 책을 ‘봉인의 서’라 불렀다. 책을 펼치자 괴상한 문자들과 도형들이 눈앞을 가득 메운다. 궁금증은 더해만 간다. 그리고 이내 핸드폰을 켜고 어플리케이션을 실행시키는 듯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사진을 촬영하는 화면이 뜬다.
‘카메라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사람인가?’ 괜한 실망감이 들기도 한다. 그 순간 뭔가가 눈앞을 휙 하고 스쳐 지나간다. ‘잘못 본걸까? 왠 사람같은게 지나간 것 같은데?’.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서서히 카메라를 옆으로 돌리자 순간 괴이한 웃음소리와 함께 뭔가가 튀어나온다. 귀신이다. 에이 난 또, 사람인줄 알았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아주 오래 전에 전설로만 떠돌던 한 책이 세상에 드러난다. 유저는 우연히 이 책을 찾게 되면서 게임이 시작된다. 책의 덮개를 여는 순간 수많은 귀신들이 세상에 풀리게 된다. 결자해지다. 이제 유저는 미쳐 날뛰는 귀신들을 다시 봉인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야 한다.
정처 없이 떠도는 귀신을 봉인하라
게임을 설명하는 이택진군이 눈 앞에서 봉인을 풀어 버리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기자도 같이 귀신을 찾아 떠나게 됐다. 귀신을 찾는데는 ‘봉인의 서’와 이 책을 판독할 수 있는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이 필요하다. 우선 우선 휴대폰을 책 표지에 가져다 대면 봉인의 서가 열리며 게임이 시작된다. 이제 책으로 된 봉인의 서를 천천히 넘겨보면 맨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책장을 넘길 때마다 봉인되지 않은 귀신들의 모습을 바로 볼 수 있는데, 당연히 ‘봉인의 서’에 표시된 귀신들이 앞으로 봉인해야 할 귀신들이다.
인터페이스는 비교적 간단한데 어플리케이션 상에서 책장을 터치해보면 이제 귀신들이 나타나 미쳐 날뛴다. 가장 먼저 음흉한 웃음소리가 들리고, 이 웃음소리를 따라서 귀신의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카메라를 움직여서 우선 귀신을 포착해야 한다. 3D사운드를 지원해 개발했기 때문에 이어폰을 통해 귀신의 소리를 들으면 위치를 좀더 잘 파악할 수 있다. 때로는 바로 눈앞에 서 있을수도, 때로는 뒤통수에 서 있을 수도 있다. 재빨리 카메라를 움직여 사진을 찍어 본다. 사진을 찍는 순간 귀신이 움츠러든다. 약해진 것 같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봉인진을 그리면 봉인에 성공한다.
톡톡튀는 아이디어로 승부 ‘스크롤 오브 실즈’는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소속 Coming ‘쑨’팀이 개발한 증강현실 게임이다. 실생활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할지도 모르는 귀신이라는 소재에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의 ‘카메라’기능에서 착안해 개발에 성공했다. 개발 기간은 단 3개월, 짧은 기간 동안 제작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팀의 리더 이택진 군에게 이 게임은 좀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게임 분야에 입문해 만든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택진 군은 팀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놀랍다’라고 표현했다. 스스로 게임 개발에 대해 잘 모르고 잘 하지 못하는데도 팀원들이 잘해서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손사래를 친다. 반면 그 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는 “휴대폰 기기 성능의 문제나 GPS 문제로 등으로 인해 프로젝트 개발에 한계가 있었다”라며 “귀신이 저 멀리서 걸어오도록 만든다거나, 좀 더 화려한 이펙트를 넣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고 밝혔다.
이런 저런 사정 탓에 현재 구현된 게임은 개선의 여지가 많은 일종의 프로토 타입처럼 된 셈이다.
태생적 한계로 개발 중단 가능성 아쉽게도 ‘스크롤 오브 실즈’는 현재 버전에서 개발이 중지될 가능성이 높다. 학기별 팀 작업을 위주로 진행되는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택진 군은 다음학기부터 새로운 팀과 함께 다른 작품을 개발하게 될 예정이다.
그는 “학과 특성상 다음 학기에는 새 작품을 해야할 확률이 높다”며 “기회가 된다면 학과 외 프로젝트로 방학기간 등을 이용해 작품을 손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동안 ‘취업’위주의 교육에만 치중된 것으로 보였던 게임학과들이 드디어 창의성을 발휘하는 모양이다. 모처럼 신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작품을 볼 수 있어 기쁜 취재였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개발을 진행해 옥수역 귀신, 자유로 귀신 등 유명한 귀신들을 어플리케이션에서 찾아본다거나, 친구녀석을 붙잡고 ‘너 등 뒤에 그게 뭐냐’라며 등에 매달린 귀신을 보여줄 날이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