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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animal_142981
    작성자 : 냥맘
    추천 : 18
    조회수 : 1016
    IP : 110.70.***.147
    댓글 : 30개
    등록시간 : 2015/10/11 03:13:02
    http://todayhumor.com/?animal_142981 모바일
    14년동안 함께한 너를 놓아주려는 나는..못된주인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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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생 5학년때 겨울쯤인가..추웠나 쌀쌀했나.. 아무튼 그랬던 날이었다.
    친구와 학교에 같이 가려고 종종 걸음을 했던,
    그런 평범했던 날.. 

    다닥 다닥 붙어있는
    비슷비슷한 붉은색 계열의 주택가를 걷다

     아기고양이 울음소리에
    종종 걷던 발걸음은 멈추었고 고개를 돌려
    주택가 사이의 담장을 보았다.

     담장 뒤에 있던 보이지 않는 너를 보듯이.

    이끌리듯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겨

     담장이 어깨정도 왔던 어렸던 나와.
    손바닥 만큼 작았던 너와 마주했다. 


    야옹아, 엄마 잃어버렸어?
    야아옹.


    그렇게 너를 만났다.

    작은 고사리같은 손으로 너를 안아
    품에 꼬옥 안고 집으로 향했다.



    키우면 안 된다하시는 엄마에게
    무릎을 꿇고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며

    이렇게 추운데 얼어 죽으면 어떡해?!

    라는 말로 우리의 인연을 허락받았다.



     아무것도 몰랐고,
    인터넷 활용을 못했던 나는..

    큰 플라스틱 통을 하나 구하고,
    별빛이 내리는 밤. 삽과 검은 봉다리를 들고
    누구에게 들킬까 호도도독 놀이터로 갔다.
     도둑질을 하듯 주변을 둘러보며 흙을 담고
    제법 무거워진 흙 봉투를 한아름 들고
    후다닥 집으로 왔다.

    도닥도닥 작은 손으로
    플라스탁 안에 담긴
    몰래 가져온 놀이터 흙을 도닥이며

    여기가 너네 화장실이야~

    라는 말에 너는 아무말도  없었지만
    바로 통 안으로 들어와 쉬야 하는 것을 보고
    손을 짝짝이며 감탄을 했었지. 


    너와 만난 첫 날 밤이였다.




    그리고 오늘 나는,
    26살의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고.
    너는 여전히 작은 얼굴에 동그란 눈.
    검은색 줄무늬에 카레 덮은 옷을 입고
    늘씬한 몸매와 살랑이는 꼬리를 지닌.
    귀엽고 사랑스럽고 또 사랑스러운 너가 있다.



    한 달 전 쯤 이였나...
    그보다 더 됐나....

    이게 뭐지...? 

    네 배에 난 붉게 오른 작은 혹을 발견하였다.
    철렁.. 꿀꺽 마른 침을 넘기며 찬찬히 보았다.

    야옹아....

    자리를 피해버리는 너를 보며
    나는 고개를 숙였다.

    미안...



    ..그리고 한동안 애써 보지않으며 
    오늘과 내일을 보내다..
    일주일 전쯤.. 크게 부풀어 오른 혹을 다시 보았다.


    야옹아...... 아.....


    작은 탄식과 한숨.
    자꾸만 가는 눈길에 먹먹해진 가슴을 쓸었다.


     그 뒤였나..
    밥도 잘 안먹고 물도 잘 안 마시고 
    문도 잘 열리지 않는 장농 속에서 지내는 너를.

    야옹아. 나 간다~?
    야옹아, 얼굴 까먹겠다.
    야옹이이~
    야옹이 잘 있어~ 다녀오께~ 
    야옹이야~ 뭐해에~

    부르기도하고, 혼잣말도 하고 

     가끔은 손을 뻗어 걸려진 옷을 살짝 치우면
    무심한듯 맑은 너의 눈과 마주쳐.
    너가 가장 좋아하는 머리와 턱을  쓰다듬으며
    너의 고롱소리를 들었지.



    그러던 오늘.
    아니 어젯밤..?

    집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다
    이불이 따뜻하고 뭉클한 느낌에
    야옹이를 부르며 걷어냈다.

    오랫만에 평소처럼 이불 속에 있는 너를
    쓰다듬으며 야옹이~ 하고 부르던 나는
    크게 부풀었던 혹이 터져있음을 보았다.

    혹이 한 줄로 깊게 패여 짙게 하얀 고름이 보이던
    너의 배를..


    야옹아.....


    우리 집 형편에 너를 병원에 데려 갈 수 없어...
    라는 말을 꿀꺽 삼키고..

    홀린듯 옷을 갈아입고 집에서 나갔다.
    24시 열린 병원으로 뱡했다.

     약이라도.. 약이라도.. 


    그런데 진료기록도, 진단서도.
    동물도 없는 상황에서는 약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진료비.. 주간 7천원,  야간 3만5천원.
    고름이 터진 경우, 2차 감염이 되면 위험.
    오늘은.. 토요일 저녁 11시.
    내일은.. 바로 가지 못하고 일정을 끝내면 6시..  

     이 생각들이 뒤섞이며 다시 집으로 향했다.



     추석때 얻은 두툼한 김 박스를  
    안에 있던 모아둔 종이들을 탈탈 털어버리고
    바닥에 수건을 깔고 평소 내가 입던
    수면바지를 위에 두고 너를 넣었다.

    하늘이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야옹아 괜찮아, 우리 병원가자.
    약 바르자.. 의사쌤한테 가자~
    괜찮아 나야.. 괜찮아..

    김 박스에 낸 구멍에 계속해서 얘길했다.


    막상 동물병원 앞에서 내리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겁게 발을 들어 병원에 들어갔다.

    고양이 방에 들어가 뚜껑을 여니
    얌전히 구석에 있는 너.
    아니 고개를 들어 마주친 네 눈을 보니
    많이 무서워하고 있구나....


    얌전히 있는 너를 들어올리자
    발버둥을 치며  소파에 내려간 너.
    붉은 핏방울이 바닥에 낙하하며
    내 손바닥에는 피가 고였다.

    미안해 미안해. 많이 놀랐어?
    나야..미안해.. 병원이야..
    우리 안 아프게 주사맞고 약 바르자..

    의사선생님께서 담요로 야옹이를 두르고
    내 손에는 휴지뭉텅이로 피를 닦고
    붕대로 지압하며 테잎을 감아주셨다.


     나는 내 마음이 전해지길
    야옹이에게 계속해서 도닥이며
    설명과 이름부르기를 반복하였다.

    워낙 무서워하여 하악질을 하는 너에게
    마취주사를 권유받았다.
    네. 해주세요.. 그럼 진료받을수있나요?
    주사는 아픈가요? 위험한가요?
    도도도도 나오는 질문에 차근차근 답주시며
    흰 종이를 건내받았다.

    마취동의서..
    방법이 없다 생각하니 급하게 싸인하고
    빨리 주사놔달라고 했다.

     그만 불안하게 해주세요..
    빨리 치료해주세요..

    마취주사가 들어가자 잠깐 움찔하며
    하악하는 너를 다독이며

     나야.. 미안해.. 조금만 자자..
    다시 얘기하였다.

    하악질이 잦아지자 상처부위를 보니
    아이고, 하시는 의사선생님께

    선생님, 왜 이러는 걸까요..? 
    많이 심각한거죠..?
    수술 해야하나요?
    바르는 약도 있나요?
    괜찮나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저기 짚어보신 선생님 손에는
    작은 혹처럼 볼록한 살들이 있었고.
    이것들이 다 종양이라고하셨다.

    아아.....

    이거 하나..이게 아니다.....아...
    최대치의 예상 수술비...
    2백 4십만원..


    아아...
    가슴이 내려앉으며 다리가 풀렸다.

    어렵게 고개를 돌렸다...

    할 수 없어요....


    감당할 수 없었다...
    그 큰 수술비....
    그런데.. 이거 하나가 아니라니..
    그외 다른 것들도.. 이렇게 부풀게.. 되나..?
    아.....

    가슴 속 깊이 있는 말을 .


    저기 ... 그럼.... 저... 하아..


    입구멍이 막힌다.
    입이 떨어지지않는다...


    안.. 후우... 안락...사도...해주시나요...?
    고통을..느끼나요..? 얼마...에요..?


    이 말을 꺼내니
    목이 메이며  눈물이 투둑 내렸다.


    미안해.. 너무 나쁜주인이다...
    아.... 미안해......어떡하니.........
    미안해...



    모든 설명을 듣고 항생주사를 맞고
    밖에 나와 택시에 올랐다.

     비가 새차게, 아주 새차게 창문을 두드렸다.

    집에가자.. 우리야옹이.. 고생했어..


     집에 도착하자 부모님은 일어나계셨다.
    집에서 나갈때는 주무시고 계셨는데..  
    내 방으로 들어와 바닥에 새 수건을 깔고
    너를 수면바지와 함께 내려 놓으니 
    주변을 둘러본 너는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다시 장농으로 들어갔다..

    그 뒷모습을 보다...
    부모님께 가서 오늘 일을 말씀드렸더니
    엄마는 눈물을 지셨고 아빠는 깊은 한숨을 내쉬셨다.

     조용히 내 손에 붕대를 풀고  
    소독을 하고 약을 발라 다시 감아주셨다. 


    먹먹해진 가슴과
    비틀거리며 가는 너의 뒷모습.
    그리고 배에 종양이 터져 고름이 나는데도
    내가 쓰다듬으니 고롱고롱하고
    눈 마주치며 부르니 꼬리를 탁탁 치던 모습도.
    건강했던 모습도 떠오른다.






    ....

    저.. 이제 어떡하죠.
    초등학생 5학년 겨울부터. 
    지금 26살이 된 지금까지..
    함께했던 너를....

    아프지않게 치료해 줄 수도 없고..
    아파하며 지내야 할 너도 볼 수 없어....

     
    출처 작년 노묘야옹이 미묘라고 자랑했던 냥맘입니다.
    우리 야옹이 여전히 이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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