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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428850
    작성자 : 익명aWNob
    추천 : 4
    조회수 : 391
    IP : aWNob (변조아이피)
    댓글 : 13개
    등록시간 : 2015/05/12 21:09:07
    http://todayhumor.com/?gomin_1428850 모바일
    그냥 아무나 제 얘기 좀 들어주실래요..?
    좀 주절주절 긴 글이 되겠지만.. 그냥 누구라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기만 한다면 감사할거 같아요...
     
    저는 20대 후반 자취하는 여성입니다.
    가난한 집.. 매일 돈 땜에 소리지르고 싸우던 울 엄마아빠..
    그걸 아주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라온 나..
    하나 있는 오빠는 이런 가정환경 탓인지 청소년기에 심한 방황 끝에 고등학교도 중퇴하고..
    백수로 허송세월 보내며 부모님 속 끓이고 살고 있죠. 그러니 물질적으로 자꾸 제게 의지하려는 엄마..
    저는 결국 고졸로 취업해서 보증금도 없이 대출받고 월셋방 독립했어요.
     
    무뚝뚝한 부모님, 돈 없어 매일 싸우던 가족.. 이게 너무 스트레스였지만,
    홀로 독립 후에 돈 벌면서 명절 때나 주말에 가끔 본가에 찾아뵈서 용돈 조금 드리고
    그렇게라도 하니 좀 낫더라구요.
     
    그런데 지금은 저도 백수가 되었어요...
    잘 다니고 있던 회사에 더이상 다닐 수가 없더라구요.
    왜냐하면 상사한테 성추행을 당했어요.
    그런데 더 참을 수 없는건 이걸 같은 현장에서 목격한 제 동료와 제 상사가
    알면서도 본인들에게 피해가 갈까 모르는척 넘어가고.. 나중에 공론화 했을때 저에게 찾아온 배신감..
    성적 수치심과 자책감 외에도 그 회사에 있는 인간들 모두 내게 등 돌린 것 같고.. 너무 억울하고..
    아무도 믿을 수 없겠다는 피해의식과 큰 상처에 저는 결국 회사를 나왔죠.
    극심한 우울증과 스트레스, 불면증으로 정신과도 여기저기 수소문해봤지만,
    나아지지 않았어요... 형식적으로 상담하는 원장과 형식적으로 처방하는 약.. 그래도 제가 노력했어야했지만 결국 전 병원조차 나가지 않았어요.
    오로지 의지할 곳은 친구들뿐인데 그 마저도 제겐 몇 없었고..
    아주 친한 친구들은 벌써 시집가서 애기엄마들이라.. 힘든 얘기하며 의지할 수도 없었어요...
     
    가장 큰 울타리가 되어야할 가족한테조차 말할 수 없었죠..
    말해봤자 서로 좋을게 없고... 부모님 속만 더 상할거 알기 때문에 엄마한테만 그냥 회사랑 안맞아서 그만뒀다고
    난 젊으니 금방 다른데 일자리 구할 수 있으니 걱정말라고 얘기해놨죠..
    그러고 몰래 집에서 홀로 몇달을 밤새워 눈물로 세상을 원망하며 하루에도 수십번 자살을 생각하며 그렇게 보낸 나날들...
    이대로 죽으면 가장 큰 불효라 생각해서 꾹 참았어요..
     
    자취하느라 모아놓은 돈도 없어 이제 생활비도 간당간당하고 ,, 겨우 맘을 추스려 다시 재기해야겠단 의지로 구직해봐도
    이 나이에 고졸에.. 현실의 문에 부딪혀 취업 조차 내 맘대로 되지 않더라구요...
     
    얼마전 어버이날.. 웃는 얼굴로 용돈 드리러 갈 면목도 없고 기운도 의지도 없어서,
    전화라도 드려야지 마음은 먹는데 이 못난 성격 탓에 전화해서 그 몇마디 하기가 너무 힘든거에요...
    결국 본가에 찾아가지도 전화도 없이 그냥 집에 멍하니 혼자 있었어요...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어요. 정말 바보같고 나쁜 딸이죠.
    어버이날에 집에도 찾아오지 않고 전화한통 없는 자식에 얼마나 섭섭하고 걱정되셨을까요...
     
    그런데 방금전에 아빠한테 전화가 왔네요. 퇴근은 했냐, 밥은 먹었냐, 어디 아픈덴 없냐, 목소린 왜 힘이 없냐...
    연락이 없어서 걱정돼서 전화해봤다는 아빠의 전화..
    목이 콱 막혀서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면목이 없던 것도 있었고.. 아빠의 목소리가 너무 안 좋으셨기 때문이에요..
     
    연세가 좀 있으셔서 정년퇴직 당하신 후로 현장에서 일을 하시는데, 지하에서 일하느라 비염이 생겼데요.
    코가 막혀서 목소리가 많이 안좋으시더라구요. 게다가 어깨도 다쳐서 한쪽 팔을 거의 사용을 못하셔서 수술을 해야하는데..
    그 수술비 사백만원이 없어서 현장일 있을 때 알바 뛰어서 돈을 모으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젊은 내가 돈 벌어서 부모님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야 하는데..
    내 꼴이 지금 이러니 너무 죄송스럽고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는 내 자신이 한없이 한심하고 초라해졌어요.
     
    미운 엄마지만, 무뚝뚝하고 표현못하는 아빠지만.. 저랑 오빠 키우고 저희 가족 먹여살리느라 고생하신 울 부모님..
    원망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아빠 전화 한통에 눈물이 멈추질 않아요.
    제 자신이 너무 밉고 바보같고 한심해요.
    이제는 이 우울감에서 벗어나 얼른 돈벌어서 우리 가족 모두 싸우는 일 없이 행복했음 좋겠어요... 제가 많이 노력해야겠죠..
    그만울고 기운내서 이력서 하나라도 더 넣어야겠어요. 울면서 글로나마 풀어냈는데.. 조금은 속이 시원해진거 같아요.
    지루하고 긴 푸념 읽어주신 분들 계시다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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