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오공이자, 날쌘돌이고, 홍길동이라는 사상을 가지고 있던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우리 집은 그 때 100평 규모의 오락실을 운영하며
그 안에서 생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었다.
하시던 일이 잘 안풀려 술과 함께 방황하시던 아빠 때문에
엄마와 난 교대로 오락실을 지켜야만 했는데
엄마도 자리를 비우고 볼일을 보러 나가실 때가 많아서
대부분 오락실은 나 혼자 지켜야만 했다.
동전을 교환해주고..
버튼이 안 눌러진다고 그러면..
인두랑 납 들고가서 땜질하고..
빼빠로 갈기도 하고...
가끔 돈먹는 일이 발생하면..
통 열어서 쇠를 팅겨주고..
일이 끝난 밤에는 열심히 청소를 하고 하루 매상을
점검할 정도였으니 거의 지배인 수준이었다. --;
이렇게 놀지도 못하고 일만 해야한다는 게 가끔 짜증날 때도 있었지만
어린 나이에 엄마를 도울 수 있다는 기쁨과
우리집 밥벌이에 한 몫 거든다는 자부심으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하루 매상이 팍팍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고
이상하다싶은 엄마가 내게 손짓을 했다.
엄마: 지배인. 요즘 매상이 왜 이러지?
수도꼭지 물방울 마냥 뚝뚝 떨어지고 있잖아.
이대리: 그게.. 저도.. -.a
엄마: 혹시 손장난 치고 있는 건 아니겠지? -.-+
이대리: 손장난이라뇨??
엄마: 중간에서 인터셉트 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
이대리: 사장님. 무슨 말씀을 그리 섭하게 하시나요.
사장님께 물려받은 젖꼭지가 시려오네요. (˚ ̄へ ̄˚)
엄마: 흐음.. 도대체 원인이 뭘까?
이대리: 제가 나서서 그 원인을 한번 밝혀보겠습니다. -0-
엄마: 좋아. 이번 일 잘만 풀리면 다음달 월급 인상해줄게.
한달 월급 3만원에서 인상되봐야 몇 천원. -_-;
강하게 나가야했다.
이대리: 저.. 월급보다도... 자전거 하나만 사주시면... -.-a
엄마: 자전거라...
이대리: 무리한 부탁이라면.. -_-;
엄마: 흐음.. 좋아.노력해보지.
이대리: 씨익~ ^^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아.. 그 얼마나 불러보고 싶었던 노래인가.
매상이 감소하는 원인을 기필코 찾아내 꿈에 그리던 자전거를 꼭 얻자. -_-
다음날부터 난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고..
쉽게 밝혀지지 않을 것만 같던 사건의 실마리는
며칠도 안 돼서 두각을 나타내고 말았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형들 두 명이 전투기 오락을 하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전투기가 죽어도 죽어도 계속 튀어나오는 거다.
그리고 오락실 주인인 나도 가보지 못한 창공을 비행하고 있고
생전 보지도 못했던 왕 전투기와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수상해서...
그들을 멀리서 몰래 감시했다. (-_★)
순간, 주위를 살피더니 뭔가 재빠른 손놀림을 취하는 그들.
똑딱.. 똑딱.... 소리가 들려온다.
앗!! 저것은....
전기 똑딱이!! @_@
샤앙~! 이제야 매상이 줄어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_-
예전엔 10원짜리 동전에 테이프를 징징~ 감아 100원짜리로
둔갑시키는 놈들 때문에 그 놈들 잡아내느라 고생했었는데..
이젠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최첨단 똑딱이로 튀기고 있는 것이었다.
그 얄팍한 놈들에게 일보의 뎀프시롤로 좌우를 파다닥!! 갈겨주고
로블로를 쌍콤하게 날려준 다음에
툼스톤으로 머리를 박살내고 싶었지만..
초딩이 중딩에게 개길 순 없으니...
우리 오락실을 아지트로 삼는 고등학교 깡패형들한테..
그 중딩들을 친절히 계좌이체시켜드렸다.
고등학교 형들: 씹새들아. 간이 배밖으로 텨나왔냐?
우리 땐 동전에 테이프 감으면서 막노동해야 했는데
니들은 그런 노력도 없이 공짜로 오락하고 있는 거냐?
중학교 형들: 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_=
고등학교 형들: 눈알 펴. 눈알 접어. -_-
중학교 형들: 읏.. 읏... +.+
이 날 이후로도 난 엄청난 끈기와 인내로 많은 놈들을 적발해냈고
그 놈들은 모두 고등학교 형들한테 기합을 받거나 개쪽을 당하고 나가야만 했다.
엄마는 이런 아들이 장하다며 앞으로 한 놈만 더 적발해내면 약속대로
자전거를 사주기로 하셨다.
난 마지막 한 놈을 적발하기 위해 불철주야 감시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벌써 소문이 쫙 퍼진 건지..
더이상 수상한 짓을 하는 아이들을 볼 수가 없었다.
마라톤에서 골인지점을 앞두고 탈진한 이 느낌..
제발.. 한 명만 걸려라. 한 명만..
어느 날이었다.
누군가가 눈치를 살피면서....
오락을 하는 게 보였다.
아.. 자전거가 다가오는 이 느낌.
똑딱.. 똑딱...
앗! 전기 똑딱이..
드뎌 걸렸구나!!
내.. 이 놈을 그냥 확!!
핫!!
놈이 아니라 년이다. 0_0
엄청난 오로라를 옴팡지게 내뿜고있는 뒤통수.
앞통수를 봤다.
헛.. 존내 상콤하다.
아주 걍..얼굴 가득 깜찍함이 느껴지는구나.
그리고 눈동자는 얼마나 초롱초롱한지 풍덩 빠져 배영을 하고 싶을 정도다. @_@
이대리..
거사를 앞두고 여자에 맘이 흔들리면 안 돼!! =_=;
그렇게도 갖고 싶어하는 자전거를 포기할 순 없잖아.
아냐..
지금 이 애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한 명만 더 잡아내면 되는 거잖아.
아냐..
이 한 명을 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힘들게 보내야했는데...
아.. 정말 미치겠구나.. (#x_x)
테트리스 하는 그녀 뒤에 섰다.
날 의식하는 듯 긴장하고 있는 그녀의 손떨림.
난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서는 오락기 위에 손바닥을 쿵! 내리찍었다.
그녀가 깜짝 놀란다.
이대리: 너... =_=
그녀: 으, 응?
남의 물건을 훔치다 걸린 사람처럼 그녀는 놀라서 어쩔줄 몰랐다.
이대리: 이, 이름이 모야?
그녀: 수.. 수지..
이대리: 몇학년이야?
그녀: 6학년..
이대리: 그래. 나랑 동갑이네. =_=
불안해하고 있는 그녀에게 내 손바닥을 활짝 펴보였다.
그러자 10층 원각자시 석탑처럼 잘 쌓아진 100원짜리 동전들이 그녀의
눈동자에 비춰졌다.
이대리: 이걸로 끝판까지 가봐. -_-
그녀: .....
이대리: 그리고 매일 와. 내가 스폰서 해줄게. -_-;
그녀: 고, 고마워.
결국 이렇게 앳된 소녀 앞에 난 무너지고 만 것이다.
크흐흑.. OTL
그러나 자전거를 잃은 슬픔보다 뭔가 알 수 없는 설레임이
내 기분을 업시켜주었다.
그래서인가.
다음날 난 그녀가 오길 간절히 바라며 테트리스 앞에 아무도 못 앉게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었다.
엄마: 이대리! 너 하루종일 오락만 하고 있을래? 가게 안 볼거야!
이대리: 나 오늘 테트리스 전세냈어!! 엄마가 가게 봐!
엄마: 너 자전거 포기하고 싶어?
이대리: 이제 자전거 없어도 돼!
엄마: 저게.. 뭘 잘못 먹었나..
한참동안 버튼을 눌러대고 있는데 그녀가 오락실을 들어와 내 뒤에 섰다.
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부처님 오신 날에 부처님 맞이하듯 그녀를 반겼다. .
이대리: 정말 왔네? ^^
그녀: 응.
이대리: 기~다려봐~
주머니에서 만능열쇠를 꺼내 오락기 좌물쇠를 열고 쇠를 열심히 팅겨주었다.
오락기 화면 하단에서 판 수가 신나게 올라가면서 50판에서 멈췄다.
이대리: 오늘 하루 종일 하고 가. ^^
그녀: 정말? 엄마한테 안 혼나?
이대리: 걱정마. 내가 엄마 이기니까.
참.. 그리고 내가 돈 퍼다날라줄테니까 오락기마다 너 이름 다 새겨둬.
1등에다가...
그녀: 히이~ ^.^
앵두같이 조그마한 입술에 싱그러운 웃음을 띄우는 그녀.
얼마나 귀여운지 초당 100번씩 뽀뽀날리고 싶었다. -.,-
그녀는 하루종일 즐겁게 오락을 했고 난 뒤에서 열심히 동전을 퍼다날러줬다.
그리하여 그녀는..
수많은 오락기에다가 자랑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도배질 할 수 있었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운동선수 이상으로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다음날.
학교 수업시간이나 방과 후 집에 오는 길이나
머릿속은 온통 그녀 생각으로 가득 찼다.
더이상 자전거가 비집고 들어올 공간은 없었던 것 같다.
아.. 입술침략으로 얼굴에 보조개를 파주고 싶은 그녀.
오늘도 올까?
아니.. 와 있을까??
그녀 생각에 그만 오락실 보조간판과 정면 충돌했다.
퍽!!
아야!! @_O
오락실로 들어오니..
어느 닌자거북이 오락기 앞에 새우처럼 구부정하게 앉아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난 그녀의 뒤에 몰래 서며 매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쌍칼을 든 파란복면의 레오나르도로 혼자 싸우고 있는 그녀..
얼마 못 가 적들한테 처참히 죽는다.
내가 동전을 넣으며 그 옆에 나란히 앉았다.
그녀: 엇? 언제 왔어?
이대리: 지금. ^^
그녀: 너 이거 잘해?
이대리: 웅.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나서지 말고 내 옆에만 꼭 붙어 있어.
내가 다 죽여줄게.
그녀: 으, 응.
이대리: 얍! 얍! 얍!! 죽어랏! 죽어!! ( ノ` 皿´)ノ
버튼을 신나게 두들기며 놈들을 하나 둘씩 물리쳤다.
오락실 주인에게 잘못 걸린 놈들은 모두들 한방에 나가떨어져야만 했다.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날 바라보는 그녀에게
난 복수 성공한 검객의 표정을 지었다. 쨔잔~ --v
우린 이 날 많은 오락들을 함께 했고 난 오락을 통해 그녀에게
내 마음을 전했다.
아니... 내 마음을 전하기 보다는...
내 인생에서 여자를 향한 첫 작업이 시작되고 있었다. -_-
전투기 게임을 하면서 그녀가 위급하면 내가 폭탄을 다 날렸고
더이상 쓸 폭탄이 없으면 그녀 대신 내가 몸을 날려
죽음을 맞이했다.
아기공룡들이 나오는 보글보글을 할 때는..
그녀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둔 다음 내가 풍선으로 놈들을 다 가둬버리고....
빨갛게 익어가는 풍선만 골라서 위험을 무릅쓰고 모두 내가 터뜨렸다.
그리고 고래가 나타나면 재빨리 고래에게 달려가 내 몸을 용감히 다이빙시켰고
그녀가 안심하고 과일만 먹으러 다닐 수 있도록 엄호에 최선을 다했다.
또한 너구리게임을 하면서 압정을 넘지 못해 순식간에 궁딩이를 찔려
죽고 마는 그녀에게 다정하게 점프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고난이도의
3단점프도 가르쳐주며 용감하고 다정한 남자의 모습을 흠뻑 보여주었다. --v
아.. 나에게 살짝쿵 넘어오고 있는 그녀.
이번엔 좀더 멋진 액션으로 점수를 따야겠군.
이대리: 이번엔 다른 거 할까? ^^
그녀: 아니. 답답해.
이대리: 그래? -_-; 그럼 나가서 놀까? ^^;
그녀: 돈 있어?
이대리: 당근이쥐. 걸어다니는 인간은행인데. ^0^v
그녀: 우아~! 빨랑 나가 놀자.
이대리: 그래. 잠깐만 기다려봐. ┏(ㆀ^,.^)┛
엄마가 안 보는 사이..
가장 매출이 좋은 파이널 파이트 오락기 좌물쇠를 따버렸다.
그리고 돈통에 가득찬 동전들을 재빨리 비닐봉지에 촬촬촬~ 쏟아냈다.
대충 봐도 이순신장군이 몇 백명은 돼보였다.
봉지를 들고 나와 우린 어느 만화방으로 들어갔다.
한참 인기를 끌고 있던 드래곤볼, 닥터슬럼프, 북두신권을 탁자에 쌓아두고서는
입가에 아이스크림을 흠뻑 묻혀가며 짜릿한 시간을 보냈고
거리로 나와서는 쌍쌍바를 사이좋게 하나씩 나눠먹으며 길을 걸었다.
순간, 어느 과학사 앞에 많은 아이들이 모여서 RC카 경주를 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입에서 오물거리던 아이스크림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그녀: 웅웅. 저거 나도 갖고 싶다..
이대리: 그래?
난 비닐봉지에 남은 동전들을 몰래 내려보았다. (+__)
RC카를 사기엔 좀 모자를 듯 했다.
이대리: 수지야. 내가 내일 꼭 사줄게. ^^;
그녀: 정말?? 돈이 그렇게 많아?
이대리: 난 돈 빼면 미이라야. 걱정 마. ^^
그녀: 그래도..
이대리: 내일 6시까지 여기서 만나자. 알았지??
그녀: 웅... ^.^
다음날.
난 또다시 파이널 파이트에 오락기 앞에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돈을 긁어모아야 했다. (  ̄º ̄)
역시나..
3개월 연속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는 오락기라 그런지
돈통에서 쏟아지는 동전소리들이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처럼
끊임없이 이어졌다.
촬촬촬촬..........
봉지가 찢어질정도로 가득찬 동전들을 은행에 가서 지폐로 바꾼다음
그녀와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로 갔다.
그녀는 약속대로 나와있었고 우린 과학사에 들어가 멋진 RC카를 한 대 사서 나왔다.
그리고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온갖 부품들을 차에 다 장착시켰다.
우린 다음날 또래로 보이는 아이들과 함께 과학사 앞에서 RC카 경주를 했고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며 공중회전을 쉽게 성공시킨 우리의 RC카 덕분에
1등의 영광을 우리가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럴 수밖에...
자동차에 쏘아부은 돈이 얼만데.. -_-;
그녀: 야호! 신난다! ^.^/
이대리: 히히. 우린 넘버 원이야. ^^b
이후로도 우린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매일 만나며 낭만적인 데이트를 즐겼고
난 자금조달을 위해 항상 오락기를 털어야 했다. (--+)
그리고 나중엔 돈맛을 알게 되어 한 대 두 대 늘려가며 털기 시작했다.
물론, 걸리지 않게끔 조금씩 조금씩 여러 오락기를 터는 센스도 갖추게 되었다. --v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옛말이 정말일까.
어느날 밤, 오락기 앞에 쭈그리고 앉아 썰렁한 돈통을 내려보며
의아해하고 있는 엄마..
엄마: 이거 정말 귀신이 랩할 노릇이네. 아니, 누가 돈이라도 빼가는 거야! 뭐야!
뜨끔... -.-+
슬쩍 도망가려하는데 엄마가 발을 멈추게 만들었다.
엄마: 대리야.. 요즘 돈이 왜이렇게 줄어든지 알아?
이대리: 엄마.. 누가 열쇠 하나 쳐서 돈 빼가는 거 아냐?
엄마: 설마...
이대리: 충분히 그럴 수도 있잖아. 저 옆에 오락실도 한 번
그런적 있다던데..
엄마: 어후! 속터져! 그럼 감시카메라를 구석구석 설치해야 하는 거야??
헉! 감시카메라 설치하면 나의 데이트도 위기를... 0_0;
재빨리 작전을 바꿨다.
이대리: 아 참!! 혹시.. 아빠가 돈 빼서 술 사드시는 거 아냐?
엄마: 아빠가?
이대리: 응! 예전에도 내 저금통 까부셔서 술 사드셨잖아. 충분히 그럴 수도.. -_-
엄마: 옳거니! 맞아! 이 인간 예전에도 한 번 그러더니.. 내 이놈의 인간을 그냥!!
우연인지..
아빠는 정말 술에 취해 들어오셨고.. 엄마는 아빠에게 육탄문자를 날리며
고공으로 붕~ 떠서 2단 옆차기를 날렸다.
아빠: 어.. 어... 당신 왜 이래~! @.@
엄마: 당신이 또 돈 빼가서 술 퍼먹고 왔지!! 어!!
아빠: 커어.. 무. 무슨 말이야.. 돈을 빼가다니.. @.,@
엄마: 어디서 또 오리발을... 오늘 너죽고 나죽자!!
아빠: 악!! 악!! 여보~!!!
나 대신 누명을 쓰고 개죽음을 당하시는 아빠....
미안해요... -_-;
다음날.
그녀는 또다시 오락실에 왔고 우린 여느때처럼 함께 오락을 즐기고
데이트를 하러 나서게 되었다.
이대리: 잠깐 기다려봐. ^^
이상하게도 엄마가 자꾸만 나를 감시하고 있는 듯 하다.
일단 엄마를 따돌려야만 했다.
이대리: 엄마.. 간판 좀 밖으로 빼내줘. 난 오락기 하나 고쳐야 하거든.
엄마: 그래. 갔다 올 테니 고치고 있어.
엄마는 별 의심없이 밖으로 나갔다.
난 그녀에게 미소를 띄우고는 파이널 파이트 오락기 좌물쇠를 찰카닥 열었다.
그리고 돈통을 봉지에 신나게 떨어뜨렸다.
촬촬촬촬....
은행에서 동전 세는 기계보다 더 요란하게 떨어지는 듯 했다.
그녀: 칫. 너 돈 많다는 게 바로 이런 거였니? 이렇게 맨날 돈 턴거였어?
이대리: 털다니. 여기있는 돈 다 내돈이야.
그녀: 피~ 그게 어떻게 너 돈이냐? 아빠, 엄마 돈이지.
이대리: 어차피 유산으로 물려주실 건데 미리 좀 가져가면 어때. 히히. ^^
그녀: 나 이런 돈으로 노는 거 싫어.
이대리: 수지야... -_-;
그녀: 빨리 도로 넣어.
이대리: 넌 모를 거야. =_=
그녀: ....
이대리: 이 돈 들고다니면서 널 위해 쓸 때가 나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 내 행복 막지 말아줘. 제발.. -_-
그녀: 내가 그렇게 좋니?
이대리: 그럼. 난 너가 좋아할 수만 있다면 하늘의 별을 따다
별사탕을 만들어 줄 수도 있는 걸..
그녀: 어쩜..
이대리: 그거 알아?
그녀: ..
이대리: 내 안에 너 있는 거. -_-
아... 감동에 찬 그녀의 눈망울.
순간, 뒤에서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뒤엔 나 있다."
스르르.. 등을 돌렸다.
헛..!!!
빗자루를 들고 서 있는 엄마... 0_0;;
엄마: 호호호!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내가 도둑 새끼를 키우고 있었네...
이대리: 어, 엄마... 0_0
공포에 찌들어 오장육부가 심히 오그라들었고
얼굴은 땀으로 메이크업 되어갔다.
빗자루에서 쇠로 된 쓰레받기로 무기를 교체한 모친이
몽둥이를 치켜들고 서서히 다가왔다
이대리: 엄.. 엄마.. 그.. 그게.. 말이야...
난 허겁지겁 뒷걸음질 치다가..
발에 땀나도록 도망쳤다. ┏(ㆀ0,.0)┛
그러나 페널티 문턱에서 엄마의 과감한 백태클에 걸려 자빠져..
결국 머리끄댕이를 잡히고 말았다.
난 주님과 어머니를 열창하며 두 손 싹싹 빌었고
엄마는 있는 힘껏 아들을 내리쳤다.
엄마: 내 이 도둑놈의 새끼를 그냥. 퍽! 퍽!! 퍽!!
이대리: 앗!! 사장님... 사장님.. 제발.. 진정하세요... *(")x(")*
그녀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꿀먹은 벙어리마냥 말없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고...
난 머리끄댕이를 이리저리 끌려가며 비명과 함께 미꾸라지처럼
몸부림 쳐야만했다.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몰매를 맞은 뒤..
산발이 되어버린 머리를 하고서는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며
오락실 주변을 삥~ 둘러봤다.
그러나 그녀는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이대리: 수지야.. (˚ ̄へ ̄˚)
.
.
.
그것이....
.
.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엄마가 무서웠는지..
그 이후로.. 그녀는 나타나질 않았다.
그녀를 찾아보려고 온 동네 구석구석 오락실, 만화방을
파헤치고 다녀봤지만 모두.. 헛 수고였다.
짧았던 추억이지만..
이별 뒤 상처는 어린 아이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시련일까..
한동안..
텅빈 오락실에서 초라하게 오락기 앞에 앉아
그녀가 새겨놓은 이름들을 보며.
가슴이 시려오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K.S.J.... K.S.J..... K.S.J........ K.S.J.........
수지야... ㅠ_ㅠ
- 긴 글 읽느라 대단히 수고하셨니다 -
Written by 이대리
이대리 유머공장 -
http://cafe.daum.net/2dae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