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안녕하세요. 자극적인 제목으로 여러분의 이목을 끌긴 했지만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것은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 글을 사실 저번부터 쓰고 싶었는데 마침 오유분들이(무슨 내용의 글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성폭행범의 친구가 성폭행범 편에서 거들어 주는 거에 아주 분노하시길래(사실 그 때 그 글에 분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게 맞습니다..) 나도 저 인간들과 같은 부륜가, 내가 이 글을 써서 원하는 게 뭐지 싶어 보류해뒀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익명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궁금해서 글을 올립니다. 개인적인 의견이든 비판이든 다 군말없이 듣겠습니다.
본론에 대해 얘기하자면 고삼 때 일이네요. 전 옛날부터 내성적인 성격이라 대인관계가 그렇게 넓진 않아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도 계속 연락하는 친구가 손에 꼽아요. 그 한 명에 대한 이야깁니다.(앞으로ㄱ이라 하겠습니다) 다른 반이었는데 수준별 수업이 같아서 지내다가 친해진 애였어요. 저희 학교가 기슥학교라 거의 매일 친하게 지냈죠.
내성적이긴 한데 그래도 제가 썸을 한 번 탔습니다. 2학년 후밴데 저 애와 구면인 사이였나봐요. 딱히 저 애가 매개체인 건 아니지만 처음으로 썸도 타보고 고백도 해보고 했습니다.(차였지만..)
차이긴 했지만 선후배 사이로 어정쩡하게 지냈습니다. 오히려 주위에서는 그 이후로 사귀는 걸로 오해했을 수도 있었겠네요. 제가 하도 좋아해서..
그렇게 몇개월 지나고 가을 쯤이었나, ㄱ이 방도 빼고 학교를 갑자기 안나오는거에요. 휴대폰도 연락이 안되고.. 자퇴를 한 건지, 큰 일이 난 것 같은데 제게 말을 안해줘서 엄청 섭섭했죠. 그래도 고삼이고 바쁜 시기라 이 일로 계속 붙잡진 않고 수능을 쳤어요.
수능도 쳤고, 대부분의 수능 친 고삼들이 그렇듯이 잉여롭게 보내고 있을 때 이제 고삼이 될 후배한테 자주 장난치러 갔어요. 그러다 어느 날 걔가 ㄱ은 잘지내냐고 묻더군요. 나도 잘 모르겠다 나한테도 연락안하고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고, 그때까지 장난스럽게 얘기했어요.
그러더니 걔표정이 굳어지면서 저한테 얘기하더군요.
'ㄱ이 나한테 빈교실에 둘이 있을 때 성폭행을 하려고 했다. 그래서 그 문제로 퇴학처리될 뻔했는데 자기가 선처해서 다른학교로 옮겨졌다'
처음에 듣고 손이 벌벌 떨렸어요. 어..업하고 말문이 막혔어요. 이게 무슨 말이야 싶다가도 그새끼가? 뭘했다고? 누구한테? 싶었어요. 좀 까불거리고 욱하긴 해도 진짜 착한 애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고 후배한테 멍청하게 사과만 했어요. 멍청하게 달래주진 못할망정 미안하다고만 했어요. 뭐가 미안한 건지도 모르고.
그런데 제가 이 얘기를 듣기 전에 사실 ㄱ한테 잘지내냐고 연락이 왔었어요. 후배얘기, 성폭행, 퇴학 그런 얘기는 하나도 안하더군요. 제가 그 내용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겠죠. 학교에서 이미지 떨어질까봐 정말 조용히 처리해서 아무도 모를 테니까요.
그 때 저는 마냥 연락 끊긴 친구가 반가워서 걱정하고 안부를 물었죠. ㄱ도 그런 저를 굉장히 반가워 했고 계속 연락을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런 시기에 제가 후배한테 그런 얘기를 들은거구요.
그러고 어떻게 됐냐구요? 아무일 없었어요. 저는 가식적이게 그런 얘기를 듣고도 후배에게는 애정을 표현하고 ㄱ과는 계속 연락을 하며 지냈죠. 졸업하기 전에 후배와는 결국 안좋게 틀어지고 ㄱ은 서로 다른 대학을 가도 종종 보는 사이입니다.
전 제가 이렇게 스스로가 병신인 줄 몰랐어요. 그 땐 무슨 낯짝으로 그렇게 후배랑 지냈으며 ㄱ한테는 속으로 쓰레기새끼라며 별 욕을 하면서도 연을 끊지 못했어요. 제가 그 때 다른 행동을 하면 어떤 결과가 생길지 무서웠고 뭔가가 부정당할 것 같은 느낌이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하고 방관만 했어요..
그러고 대학생이 되서 ㄱ이랑 둘이 술을 마시다가 ㄱ이 제게 고백을 했어요. 그런 일이 있었다. 절대 해서는 안될 짓을 했는데 후배도 선처를 해줘서 별탈없이 대학생활 하고 있다. 그 때 죄책감이 너무 심해서 죽을 생각까지 했다, 누구한테도 연락못하고 있다가 연락한게 넌데 반갑게 맞아줘서 진짜 고마웠다, 진짜 죽을 죄를 졌고 그 이후로 반성하면서 살고 있다, 그동안 숨겨서 미안하다..
...갑자기 술 잘 마시다가 그 얘기 꺼내서 당황했죠. 언젠가 저한테는 얘기하길 기다리긴 했죠. 그런데 또 그 때 무슨 말을 할진 생각해 두진 않았어요. 사과는 제가 받을 일도 아니었고, 친구라지만 성폭행 잘했다 할 수도 없잖아요.
별 말 안했어요. 그냥 죄책감 안고 살아라고. 니가 할 수 있는게 뭐 있냐 죽으면 뭐 니 잘못이 사라지냐, 앞으로 걔한테 평생 미안해하면서 회개하고 살아라. 하구요..
사건 자체에는 잘못이 없지만 대인 관계에서 후배에게나 ㄱ에게나 잘못이 있기 때문에 제가 뭐라 할 처지도 아니었어요. 후배만 정말 안타깝고 지울 수 없는 상처가 생긴 피해자인 거죠..
아.. 길게 글 썼는데 마무리를 못맺겠다.. 아무튼 저 일 이후로 ㄱ이랑은 원래 지냈던 대로 지내고 후배는 결국 제 짝사랑의 끝으로 더 연락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 글을 읽으실 분들이 얼마나 계실진 모르겠지만 답답해 사망하실 분들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제 선택에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아요. 더 선택할 수 있는게 없는대두요. 단지 여러분들이 이러한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의견이 궁금합니다. 아무한테도 얘기못했던 사연을 이런 식으로 풀고 싶기도 했구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