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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hil_14232
    작성자 : 졸린사슴
    추천 : 3
    조회수 : 782
    IP : 124.63.***.50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6/07/22 22:01:31
    http://todayhumor.com/?phil_14232 모바일
    직업정신과 직업의식의 분리
    옵션
    • 창작글
    클로저스 사태로 벌써 3번째 글을 쓰고 있다.
    개인적으로 참 뜻깊은 사건이 될 듯 싶다.
    애게, 패게, 결혼게, 연애게에서 "후방주의" 붙은 글만 찾아다니다가
    덕분에 평소 생각한 바를 정리할 기회가 생겼다.
    발등뿐만 아니라 손등에도 불이 떨어져야 움직이는 편이기 때문이다.
     
    직업에 관한 사람의 인식을 두 가지로 분리하려는 시도는
    장자연 리스트 사건이 터질 때, 는 아니고 그 일을 회고할 때다.
    시기는 정확히 언젠지는 잘 모르겠다.
     
    평소에 가수, 배우들을 보면 얼마나 연습을 했을까 감탄하게 된다.
    음반, 영상을 보면서 다들 감탄하지 않나?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먹고 살겠지.
    그리고 사람들은 그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아주 많이 한다.
    자본주의에서 '명예의 배분'은 돈이고, 그들은 돈을 많이 버니까 대충 증명은 된다.
    못 버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는 하지만, 그들에 한정하면 그렇다.
     
    그런데 연예계에서 메타적 사건,
    그러니까 단순히 연애, 불륜, 사기 등의 사건이 아니라
    노예 계약, 성접대 등의 어느 연예인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
    연예계 자체에 대한 트러블이 생겼을 때 이를 둘러싼 반응들을 관찰했다.
     
    대중들은 늘 그렇듯이 굉장히 분노한다.
    물론 금방 사그라들겠지만, 어쨌든 소통을 한다기보다는 죽이려 든다.
    이건 남의 얘기라서 가능한 얘기다.
    자신의 허물에 엄청나게 화내는 사람, 본 적 없다.
     
    그건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닌데, 연예인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오유에서 참 인기를 얻고 있는 이론인 '국개론.'
    연예계도 결국 사람 사는 동네인 법.
    국개론은 연예계에도 그대로 통용되고 있었다.
     
    다들 자기 직종의 일이라 그런지 입 꾹 다물고 있다.
    세월호 팔찌를 차고 나오는 연예인은 많지만, 남의 소속사 일에는 입 꾹 다문다.
    하지만, 그 연예인들은 대중의 존경을 받는 사람들이다.
    자기 인생을 훌륭히 사는 사람, 으로 보이고, 적어도 그렇게 포장된다.
    그럼 도대체 그들이 받는 존경은 무엇인가?
     
    여기서 직업에 대한 인식을 둘로 가를 필요를 느꼈다.
    우선 직업정신이라 함은 흔히 말하는 '프로답다'를 의미한다.
    자신의 직업적 결과물을 항상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려 하며,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려하는 자세.
     
    가수들이 십수 년간 노력하여 완벽한 실력으로 음반을 내는 것,
    배우들이 몇 달에 걸쳐 액션 신을 연습해 단 몇 분간의 녹화를 완성하는 것,
    이러한 것들이 흔히 우리가 말하는 프로페셔널들의 자세다.
     
    그렇다면 직업의식은 무엇일까?
    자신의 직업군에 속하거나 관계된 이들의 직업에 대한 인식이나 처우,
    직업을 둘러싼 환경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
     
    '굿다운로더' 캠페인에 동참하거나 해외 자원봉사를 위해 아프리카까지 가는 배우들은 있지만
    고 장자연 씨를 위해 한마디 거들었다고 하는 배우들은 아직 듣거나 본 적이 없다.
    김미화, 김제동 씨가 정치적 의사 표현으로 인해 자신의 직장을 잃게 되었지만
    이를 위해서 뚜렷한 노력을 펼쳤다고 하는 연예인 아직 듣거나 본 적이 없다.
    몇 년 전 MBC 예능프로그램 <놀러와>가 10년 이상 자리를 지키며 해당 방송국에 공헌했지만
    출연진이 마지막 인사 한 마디 남기지 못해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었지만
    출연자들은 SNS에 뒷풀이 사진 한 장을 남길 뿐이었고, 그게 전부였다.
     
    그래서 2015년 연말에 <무한도전> 토론회에서
    이경규 씨가 예능인들은 밥줄 언제 끊길지 모른다고 했고
    여타 출연진들은 '그저 부정하는 말을 하지 않는 정도'였다.
     
    조용필 씨는 자신의 옛 노래들의 저작권을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지 않고 있다.
    무슨 사연이 있겠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 봤을 때는
    직업정신은 있으나 직업의식은 없는 것이다.
     
    서태지 씨는 저작권 문제로 협회와 법정 공방을 통해 승소한 적이 있고
    유재석 씨는 소속사와 소속 연예인 간의 출연료에 대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것들이 '메타적'이라는 것이다. 직업 그 자체에 대한 인식.
     
    그렇다. 직업의식이라 함은 메타적 인식을 말한다.
    한마디로, 철학을 말한다.
    노래 연습을 하지 않으면 방송에 못 나가지만
    노예 계약 문화를 수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방송에 못 나가는 것 아니다.
    눈 앞의 이익을 쫓는 것, 이것은 철학에 반하는 행위 아닌가?
     
    대한민국의 문제는 철학이 없다는 점에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매년 바뀌는 입시 제도로,
    정치 분야에서는 매년 바뀌는 입장 표명으로,
    연예 분야에서는 매년 체결되는 노예 계약으로,
    그 증상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꾹 참고 있다.
    한국 사회는 참는 데 익숙하니까. 표출하는 데 미숙하니까.
    '냄비 근성'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그래서 "대중은 개 돼지입니다."가 명대사로 남는 것이다.
     
    이제 본래 문제를 말해보자.
    클로저스 사태로 인해 많은 웹툰 작가들이 입장 표명을 했다.
    이에 사람들이 실망을 했다고 한다.
    정말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좋았는데, 등등
    평소 그 작가를 좋아하던 모습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런 만화를 그려내는 능력'을 좋아하는 것이어야 한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나.
    일제강점기 시절, 친일파의 앞잡이였던 사람들은 말 그대로 '편하게' 살았을까?
    아니다. 그들 나름대로 고민이 있었고, 치열하게 살았을 것이다.
    그딴 거 알아줄 필요가 없어서 그렇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치열하게 산다. 누구나 고민이 있다.
    다만 그것을 알아주려면, 그만한 사람이어야 한다.
    어떤 가수가 하루 6시간씩 노력한다면, 그런 열정에'만' 존경을 해야 한다.
    그 사람을 '인간으로서 존경'하려면 그 사람의 '인간관'을 봐야 한다.
     
    물론 실망할 수 있다. 그런 감정을 비판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다만 너무 빠져서 자기 감정 소모가 심한 사람들을 걱정할 뿐이다.
    사회 비판적 성격으로 인기를 얻은 웹툰 <송곳>의 최규석 씨도
    한때 사람들을 비하해 구설수에 올랐었다.
    진중한 대화를 해도 모르는 것이 사람이다.
    지나치게 작가에게 빠지지 말자.
     
    인식에 대한 분리가 잘 이뤄지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들이 많다.
    결혼게에 가면 '제 배우자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라는 토로들이 있다.
    나는 이러한 문제 예방에 정신과 의식의 분리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선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었다는 착각은 '나에게 잘 대해준다'는 인식에서 온다.
    그러나 조폭도 의리는 있고, 갱스터는 패밀리다.
    친한 사람한테 나쁘게 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중요한 것은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라는 문제다. 즉 인간관이다.
     
    나한테 아무리 잘 대해줘도 자식을 낳고서 교육 방침을 두고 싸울 수 있다.
    부모자식 간에 위계는 지엄하다는 입장도 있을 수 있고
    부모든 자식이든 동등한 사람이라는 입장도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인간관을 확인하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시부모나, 장인어른, 장모님께
    잘 안 대해주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렇듯 직업정신과 직업의식의 분리는
    개인의 개인을 위한 자기 관리에 대한 자세와
    개인의 공동체를 위한 관리에 대한 자세로 갈린다.
     
    아이돌 연습생이 성상납 피해를 호소한다고 한들
    입 꾹 다물고 있으면 다음 주 녹화는 들어갈 수 있다.
    이게 자기 관리다.
     
    나치당의 명령을 받아 유태인을 죽인 사람은
    자신의 임무를 훌륭히 수행했다는 점에서 직업정신은 뛰어나나
    직업의식은 형편없다고 볼 수 있다.
    이게 자기 관리다.
     
    극단적인 예시이며, 둘은 똑같지 않다.
    다만 직업의식의 유무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비슷하다.
    즉 철학에 대한 문제다.
    그래서 철학게 올려본다.
    졸린사슴의 꼬릿말입니다
    명저는 은하수와 같다. 문장 하나하나가 별이다.
    그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손을 뻗어본다. 지금 내가 누워 있는 이 땅이 바로 별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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