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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4217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8
    조회수 : 2052
    IP : 210.99.***.18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1/04/19 10:03:42
    http://todayhumor.com/?panic_14217 모바일
    [펌][단편,브금]나는 개로소이다


    나는 짜증이 났다.

    아까 낮에 온 낯선 침입자들이 마당에서 떠들어대며 나의 저녁잠을 방해하고 있었다. 침입자들은 모두 4명이었다.
    덩치가 커다랗고 머리가 반쯤 벚겨진 중늙은이와 얼굴이 흉측하게 얽은 말라깽이,그리고 키가 작고 뚱뚱한 안경쓴 사내와 5살쯤 되어보이는 여자아이였다.
    아이는 머리를 양갈래로 땋아서 분홍빛 리본으로 장식되어있었고 며칠동안 씻지 못했는지 얼굴이 지저분했다.
    게다가 두 손이 밧줄로 묶여있었고 옷은 반쯤 찢겨져서 알몸을 겨우 가릴 정도였다. 아이는 몹시 두려운 듯 바들 바들 떨고 있었다.
    나는 그 중에서도 특히 두목격으로 보이는 머리가 벚겨진 중늙은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가 우리 주인의 고향 선배면 선배지 왜 오자마자 난생처음 보는 내 배를 발로 뻥 걷어차는가.
    아무리 내가 사람이 아닌 개라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다. 그래서 나는 그 사내만 접근하면 이를 드러내고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사내는 내가 줄에 묶여있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작대기로 주둥이를 툭툭 치며 약을 올렸다. 정말이지 개만도 못한 인간이다.

    대낮부터 똥간에 모여드는 파리 떼처럼 우리 주인집에 꾸역꾸역 모여든 일당은 마당에 가마솥을 걸어놓고 물을 끓였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나는 가슴이 철렁 주저앉았다.
    5마리나 되던 내 형제들도 매년 이맘 때마다 한 두마리씩 사라졌다. 나는 내 차례가 온 것이 두려워서 집속에 틀어박혀 끙 끙 앓았다. 잠시 후 밖에 퍽 퍽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참이 지나도 쇠줄을 잡아 끄는 기색이 없어 슬그머니 나와보니 사내들과 주인은 가마솥 주위에 빙 둘러앉아 삶은 고기를 먹고 있는 중이었다. 바닥에는 피 묻은 포대자루가 널부러져있었다. 아..불쌍한 내 동족이여.
    게걸스럽게 고기를 뜯고 있는 두목사내의 옆에는 검은 하드케이스 가방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뒤쪽 대청마루에는 낮의 그 어린 여자아이가 웅크리고 앉아 내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손목이 밧줄로 기둥에 묶여있는 모습이 꼭 내 처지랑 같았다. 아이의 커다랗고 까만 눈동자에는 슬픔과 두려움이 짖게 배어있었고 찢겨진 옷사이로 드러난 작은 몸에는 크고 작은 멍자국이 수도 없이 나 있었다. 아이가 혀를 날름 날름 내밀면서 지 손목에 난 상처를 핥으며 훌쩍 훌쩍 울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컹 컹 짖었다.

    "저 놈의 개새끼가 왜 저렇게 짖고 지랄이야!"

    두목사내가 왈칵 화를 내며 나한테 뭔가를 집어 던졌다. 캑! 그것은 내 이마에 명중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먹다 만 뼈다귀였다.

    "넌 그거나 먹고 조용히 있어. 시끄러워 죽겠네..쯧"

    저런 인간하곤 싸워 봤자 내 손해다. 나는 뼈다귀나 물어다가 내 밥그릇에 떨구었다. 소녀는 아직도 내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말라깽이가 한 손으로 고기를 뜯으며 말했다.

    "형님, 지금쯤 아이부모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을까요? 아무래도 돈 받자마자 돌려주는게 좋았을.."

    "시끄러워 자식아, 꼬맹이가 이미 우리 아지트랑 얼굴이랑 다 봐버렸는데 그냥 풀어주면 어떡해? 더구나..그..몸검사 해보면 다 뽀록날거 아냐? 부모가 가만있겠어? 유괴범 검거율이 90%가 넘는 거 뉴스에서 봤어 못 봤어? 니들은 아무 걱정 말고 내가 시키는 데로만 해. 당분간 잠잠해 질 때까지 여기서 숨어 지낼 테니까 몸조심들 하라구. 이 가방에 든 돈은 정확히 각자 몫으로 나눌 테니까 딴 맘들 먹지 말구. 우린 이제 한배를 탄 거야"

    두목사내가 자기 옆의 검은 가방을 툭 툭 치며 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쭈뼛거리고 서 있는 우리 주인에게 말했다.

    "야, 중달아. 넌 어째 안 먹냐? 너도 장소를 제공했으니까 이제 우리랑 공범이야. 니 몫은 따루 줄 테니까 우리가 널 신뢰할 수 있게 행동으로 좀 보여봐라. 그래도 고향후배라고 믿을 만한 놈이 너밖에 생각 안 나드라. 자, 어서 먹어."

    사내의 목소리는 자못 위협적이었다.

    "네..네 형님..우흐흐흑.."

    우리 주인은 뭐가 그리 겁나는지 눈물을 질 질 흘리면서 사내가 떠주는 고깃국을 받아먹었다. 그나마 턱을 덜덜 떠느라 국물의 절반은 바닥에 흘렸다. 주인은 고기 한점을 겨우 씹어넘기고 속이 안좋은지 켁켁 거렸다. 사내가 그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우리 조직의 화려한 앞날을 위하여!"

    "위하여!"

    일동은 소주잔을 치켜들고 밤이 새도록 술을 퍼 마셨다. 그 모습을 마루에 묶인 여자아이가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밤이 되었다. 일당들은 모두 술에 곯아 떨어져서 안방이며 마루에 널부러져있었다. 아이는 아직도 마루 한구석에 앉아 울고 있었다. 갑자기 아이가 고개를 들고 미닫이 문이 열린 안방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는 두목사내를 쳐다보았다. 아이는 엉큼 엉큼 기어서 사내에게 다가갔다. 기둥에 묶인 밧줄의 길이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아이는 사내의 머리맡에 다가가 사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사내는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탈출하려면 지금이 기회였다. 그러나 아이의 행동 반경 안에 무기로 쓸 수 있는 마땅한 도구가 없었다. 아이의 얼굴이 분노로 흉측하게 일그러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손톱을 세우고 사내에게 달겨들었다. 그리고 막 여린 이빨로 사내의 목을 물어뜯으려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서 컹 컹 짖었다.

    팍! 캥!

    "아 씨펄 저놈의 개 때문에 꿈자리까지 뒤숭숭하네"

    그러나 나에게 댓가로 돌아온 것은 다 떨어진 슬리퍼 한짝이었다. 잠이 덜 깬 사내는 괜히 나에게 오지게 욕을 한바탕 퍼붓더니 아무것도 모르고 다시 잠이 들었다. 방 한구석에 피해있던 아이가 나를 쳐다보았다.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형사들이 들이닥친 것은 그날 새벽이었다. 순식간에 들이닥친 5명의 형사들에 의해 술에 취해 뻗은 일당들은 맥 한번 못춰보고 수갑을 찾다. 일당들은 굴비처럼 줄줄이 수갑에 묶인 채 마루에 꿇어 앉았다. 불행하게도 아무 잘못도 없는 우리 주인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 자식들아, 늬들이 이런 시골구석에 숨는다고 못 찾을 줄 알았어? 늬들 몽타쥬 벌써 울릉도까지 다 깔려있어."

    형사들 중에서 '최경사'라고 불리우는 가장 젊어보이는 사람이 말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의기 양양하던 대장사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런 말도 없었다.

    "현금은 그대로 있읍니다만 아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중년형사 한명이 안채에서 검은 가방을 들고나오며 말했다.

    "자, 아이는 어디다 숨겼어? 어서 말 못해?"

    최경사가 재촉했다.

    "아 글씨 저희는 몰러유, 잘 때 잠깐 한눈 파는 사이에 도망쳤어유. 시간 있음 요 뒷산부터 뒤져보시든가.."

    안경 쓴 뚱뚱이가 느릿 느릿 대답했다. 찾을 수 있으면 찾아보라는 식이었다. 나는 밥그릇 속에 뼈다귀나 달그락 거리고 빨면서 일이 어떻게 되어가나 지켜보고 있었다.

    "심반장님, 이 자식들 도저히 입을 열지 않는데요. 본부로 데려가서 심문할까요?"

    "아니, 최경사 잠깐 기다려봐"

    심반장이라고 불리우던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가 눈을 빛내며 내게 다가왔다. 나는 또 옆구리를 걷어차이는 게 아닌가 싶어 움찔해서 집 안에 들어가 숨었다. 둥그런 개집 입구너머로 심반장의 손이 내 밥그릇 속의 뼈다귀를 집어드는게 보였다.

    "이..이런 개만도 못한 자식들.."

    심반장의 목소리가 분노로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으흐흐흐..저..저는 그냥 시키는데로 했을 뿐이예요..우흑..고향선배인데다 경찰에 알리면 나도 죽여버린다고 해서 크흐흐흐..나..나도 공범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제로 먹였어요..나..난..먹기 싫었는데..으흐흐흐.."

    주인이 눈물을 흘리며 범행일체를 자백했다. 일당들은 주인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이 악마 같은 자식들아. 아직 5살도 채 안 된 아이를 유괴해서 죽이는 것도 모자라서 끓여서 먹어? 인간의 탈을 쓰고 그럴 수가 있냐 이 천벌을 받을 놈들아.."

    심반장이 핏줄이 불거진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

    "반장님! 자백받은 데로 피해자의 머리카락하고 나머지 유골은 뒷간에서 나왔습니다."

    중년 형사가 뒷마당에서 나오며 말했다. 손에 든 길다란 장대 끝에는 오물에 범벅이 된 검은 머리카락뭉치가 걸려있었다. 걸레조각처럼 걸린 분홍빛 리본도 보였다.

    "이 자식들, 지난 3일동안 아이를 강간한 다음 증거를 없애려고 자루 속에 넣고 복날 개 잡듯이 때려서 죽인 모양이야. 연대의식을 다진다고 한명씩 돌아가면서 그 짓을 했다는군. 쯔쯔 암것도 모르는 5살짜리 아이를..법이 없다면 이 새끼들을 이 자리에서 쏴 죽이고 싶네."

    심반장이 씁쓸하게 말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귀신은 속여도 감식반에 있었던 내 눈은 못 속이지. 나는 사람의 뼈 한 조각만 있어도 동물의 뼈와 구분할 수 있어. 심지어 나이랑 신체크기까지도 알 수 있지"

    어느새 경찰차 두 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문밖에 도착했다. 범인들이 차에 오르는 동안 마루에서 어젯밤의 그 여자아이가 보였다.

    손에 묶였던 쇠사슬과 온몸의 멍 자국은 어디로 갔는지 없었다. 깨끗한 옷차림과 양갈래로 묶은 머리의 분홍빛리본이 잘 어울렸다. 아이는 나에게 티없이 환한 미소를 띄우며 마치 고맙다는 듯이 조그만 손을 흔들었다. 아이의 몸이 냉수에 얼음장이 녹듯이 점점 공기와 동화되었다. 멀어져 가는 경찰차 사이렌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즈음 어느새 아이도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출처 : www.muzachi.com 작가 : 안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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