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은 영미를 바닥에 눕히고 옷을 벗겼다.
영미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지만 하얀 육감적인 몸은 여전히 생기가 흐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두 눈을 뜨고 일어날 것만 같았다. 방안에는 여기 저기 아직 풋풋한 풀냄새가 가시지 않은 흙덩어리가 널부러져 있었고 고기가 썩는 듯한 악취가 방부제인 포르말린냄새와 섞여서 진동을 하고 있었다.
"영미야..괜찮겠어?"
지훈의 말에 영미가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신음소리를 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러는 것 같았다. 지훈은 너무도 보고 싶었던 영미를 만났다는 사실에 흥분이 되어서 제대로 영미의 표정을 살피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럼..할께"
지훈도 옷을 벗고 영미를 끌어안았다. 지훈의 불어터진 우동처럼 피둥피둥한 등판에 크고작은 흉터와 함께 커다란 호랑이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지훈은 몇번의 서투른 시도 끝에 영미의 안에 들어갔다. 한몸이 된 후에도 영미는 지훈의 몸동작에 맞춰 망가진 마네킹처럼 무기력하게 꺼덕거릴 뿐이었다. 그러나 지훈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지훈의 몸짓에 맞춰 꽃봉오리가 피어나듯 아주 조금씩 조금씩 깨어나는 영미의 육체의 반응을! 정신은 없어도 몸은 반응하는 것일까. 어느새 영미의 그곳에서는 미끈한 애액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하아..하아..영미야..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 지 아니..내가 조직을 배신한 것도 다 영미 너 때문이었어."
지훈이 발정난 개처럼 영미의 하체에 철벅 철벅 허리를 요분질 치며 말했다.
"이제 난 조직에서 영원히 손을 씻었어. 우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응? 그래 줄 수 있지?"
그러나 영미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알았다는 듯이 기계적으로 흔들리며 맥빠진 고개를 끄덕거릴 뿐이었다.
"뭐야..그렇게 건성으로 대답하지 말란 말이야. 내가 널 위해서 조직을 빠져나온 댓가로 어떤 꼴을 당했는지 알기나 해? 어서 진심으로 대답해줘 어서!!!"
지훈이 영미의 목을 손으로 조르며 윽박질렀다. 갑자기 영미가 감았던 두 눈이 확 뜨더니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끄으..끄으으으..
"이 개같은 년..난 진심이었는데 니가 감히 날 배신해 응?"
지훈의 억센 손가락은 쇠줄로 된 올가미처럼 영미의 목을 파고들었다.
"최경사..뭔가 찾아냈나?"
심반장이 담배를 피워물며 물었다. 원래 사건 현장에서는 금연이었지만 심반장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공공연히 '담배없이는 수사도 없다'고 말하고 다닐정도로 애연가였다.
"글쎄요..뭐랄까..상당히 곤혹스런 사건이군요. 일단 피해자와 가해자 신원은 확인되었습니다만..허어..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현장사진을 찍고 있는 감식반원들 틈바구니로 최민훈경사가 화일을 가지고 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막 30살이 된 젊은 형사로 꽤나 핸섬한 얼굴이었다.
"우선 피해자 신원입니다. 이름은 조영미, 나이는 23세입니다. 으휴 이미 죽은지 사흘이나 지나서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하더군요.. 강남 유흥가쪽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조직 '백호파' 두목 장영철의 둘째 아내였습니다. 그런데 저번 사건때 구속된 백호파 중간보스 주장모 있잖습니까? 그 사람 말에 의하면 장영철의 부하 중 한명과 바람이 났던 모양입니다."
"흠..그래..?"
"어쨋든 사인은 교살입니다. 목 언저리에 사람 손가락 모양의 교흔이 선명하게 남아있었습니다. 피해자의 질이 강간으로 심하게 훼손 되었습니다만 정액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반항한 흔적도 없는 것으로 보아 아마 무언가를 보고 정신적인 쇼크를 받아서 실신한 상태에서 강간당한 것 같습니다"
"그럼 가해자신원은?"
심반장이 발로 담배를 비벼끄며 말했다.
"가해자 성명은 박지훈. 29살로 '백호파'의 행동대장이었습니다. 현장 주변에 찍힌 지문으로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미 전과4범이라 수사실 컴퓨터 블랙리스트에 5초도 안되서 뜨더군요.. 박지훈이 바로 조영미와 정분이 났던 주인공입니다. 주장모가 말하기를 광분한 장영철이 조영미에게 목숨이냐 박지훈이냐 둘 중하나를 택하라고 강요했고, 결국 조영미는 조직과 짜고 박지훈을 배신했다고 합니다. 함께 도망가자고 꼬셔내서 조직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함정으로 유인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내말은.."
심반장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새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어떻게 박지훈이가 조영미를 살해하는 일이 가능하냔 말이야"
최민훈경사가 난처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그러니까 저도 그걸 모르겠습니다. 박지훈은 그때 두목을 배신했다는 이유로 조직원들에게 살해당했는데 말입니다. 그 사건으로 주장모를 비롯한 백호파 중간두목들이 줄줄이 구속되었고, 한강에서 인수한 박지훈의 불어터진 시체는 분명 가족들이 묘지에 매장했었습니다. 하지만 사건현장의 흙덩어리와 포르말린 냄새로 미루어보건데..이건...하...설마 그럴리는 없을 테고.."
출처 :
www.muzachi.com 작가 : 안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