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선수에 대해서는 함부르크 데뷔때 부터 꾸준히 경기를 챙겨 봤기 때문에 선수의 발전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 조금 유추해 볼 수 있겠다. 꽤나 관심 깊게 지켜본 유망주이기도 하면서, 지금은 굉장한 선수로 성장해 있기 때문에 이렇게 글을 쓰면서 유추하고 정리하는 즐거움은 더 남다를 것이다.
우선, 몇 년을 꾸준하게 지켜보면서 손흥민이라는 선수가 갖고 있는, 보통의 평범한 선수와는 차별되는 뛰어난 능력은 아래와 같다.
1. 폭발적인 스피드와 드리블.
2. 골에 대한 집중력과 강한 승부욕.
3. 꽤 정확한 슈팅 능력
4. 오프사이드 라인을 능동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괜찮은 시야
위 네 가지의 능력은 포쳐형 포워드로써 필수적인 능력이다. 즉, 수비 가담을 적게 하고 빈 공간을 탐지하고 있다가 공격 상황시에 빠르게 오프사이드 라인을 부수면서 올라가 슈팅을 날리는. 그런 역할에 필요한 능력인 것이다. 측면에서는 인으로 치고 들어가면서 감아차기 또는 먼 포스트쪽으로 슈팅하는 모습, 중앙 공격수인 상황에서도 페널티박스 끝으로 질주하면서 슈팅하는 모습. 그러한 특징들을 이전의 경기들에서 잘 살펴볼 수 있다. 그를 잘 갖추고 있기에 모두가 한 목소리로 손흥민을 '좋은 포워드'라고 표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그가 좋은 포워드인 이유중의 하나는, 티키타카를 부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이다.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부터 시작된 축구 전술의 흐름은 '높은 수비라인과 전방압박, 짧고 빠른 패스'로 대변하는 '티키타카'에 있다. 이는 강팀과 중위권 팀이, 상대적으로 비슷하거나 약팀을 상대로 하여 상대방의 진영까지 전방 압박을 하며 몰아서 가두고, 짧고 빠른 패스와 빌드업을 통해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며 상대방의 공간을 최대한 자신의 팀에 유리하게 설정하며 옵사이드 트랩으로 넓게 비어있는 수비라인 뒷공간을 조율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이러한 전술의 대세인 '티키타카'. 독일식 '게겐프레싱'에 손흥민은 그 전술을 파괴하는데 최적화한 포워드이다. 높은 수비라인으로 인해 비어버린 후방의 넓은 빈 공간과 옵사이드 트랩을 빠른 속도와 드리블로 파괴해 버리고, 허겁지겁 복귀해 들어가는 센터백이 타겟형 중앙 공격수로 시선이 끌려 제대로 마크하지 못할 타이밍에, 안쪽으로 침투해 들어가며 슈팅을 날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함부르크 시절의 토어스텐 핑크와, 2014 레버쿠젠 시절의 사미 히피아 감독이 즐겨 쓰던 '삼각편대의 높은 라인, 중-후방에서의 강한 압박과 빠른 역습' 전술은 티키타카와 게겐프레싱을 사용하는 팀들에게 잘 들어맞아서, 그 전술은 손흥민의 장점과 결합되어 누가 봐도 감탄을 자아낼 수 있는 멋진 골과 승리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다만, 몇몇이 손흥민을 '월클급'이라고 칭하는 것과는 달리, 내 시선으로 손흥민을 보았을 때는 아직은 완벽한 선수는 아니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는 '좋은 포워드이자 핵심 선수'일 뿐이지 '월드 클래스'로 치켜 세워줄 만큼의 능력을 보유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월드 클래스는 위에 나열한 네 가지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필요로 하고, 거기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아직 젊은 손흥민이 더 발전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위와 같은 빠른 역습 전술의 대응법들이 점차 발전하면서, 사미 히피아의 레버쿠젠은 하락세에 직면하게 되었다. 사미 히피아가 경질되고 로저 슈미트가 감독이 되면서 레버쿠젠의 전술은 '빠른 역습전술'에서 '전방위 압박전술'로 크게 변화하였다. 시메오네 감독이 보여준 AT식 전방위 압박은 공-수에 따라 압박라인을 전후방으로 바꾸며 역습을 틀어막으며 모든 공간을 사용하는 스타일이다. 여기에는 '공격수'와 '수비수'의 구분 없이 전원 압박, 전원 라인 조정을 하게 된다. 그런 전술의 변화에 따라서 손흥민 또한, 이전처럼 수비상황때 역습시 공간을 찾아 들어갈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보다도 더 밑에서 압박과 수비를 하며, 공격 상황에서도 수비진과 미드필더진 사이에서 압박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 전술 변화 속에서 드러난 것이 '손흥민의 기복'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기복'이 있는 것이 아니다. 팀의 바뀐 전술상의 룰을 수행하는데 손흥민의 부족한 능력들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절대, 손흥민이 2014년의 키슬링-손흥민-샘-카스트로로 대변되는 이타적인 공격진에서 활력이 생겼다가, 2015년의 키슬링-손흥민-벨라라비-찰하노글루 같은 이기적인 공격진에서 제 실력을 펼치기 힘들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고 생각한다. 또한 손흥민의 멘탈이나 체력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중요한 것은, 손흥민의 현재 능력이 변화된 전술과 룰에서 요구하는 능력치까지 잘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확히는 이전에는 큰 단점이 아니었던 부분들이 지금은 큰 단점이 되어 부각이 된 것이다.
1. 상대방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개인기-몸싸움을 통한 탈압박 능력.
2. 오프 더 볼 상황에서의 적절한 위치 선점.
3. 90분 내내 압박을 하고, 압박을 견뎌낼 수 있는 피지컬.
4. 좁은 공간에서도 공을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는 볼 트래핑과 퍼스트 터치 능력
그 단점들은 현 소속팀에서도 보이고 있지만, 선수 사이에서 스탯이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국가대표팀 내에서 더 명확하게 보인다. 상대방이 수비라인을 내린채 손흥민에게 공간을 주지 않으려고 둘-셋이 붙어 있거나, 수비와 미드필더 라인을 좁게 하여 블록화 할 때 손흥민이 굉장히 무력해 지게 된다. 최근 경기에서 무리하게 돌파를 시도하거나, 좋은 위치에서도 블록을 뚫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럴 경우에는 국대에서는 드리블러인 손흥민보다, 파괴력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탈압박과 공수 능력이 좋은 이재성이. 소속팀에서는 팀워크는 떨어지지만 탈압박과 피지컬이 좋고 위치선정을 더 잘하는 벨라라비가 그 룰을 소화하기 더 좋다.
그래서 최근 손흥민이 이전과 같은 프리롤로 위치선정을 하는 모습 보다,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압박하여 공을 따내고 주변에 패스를 하는 모습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전술과 룰이 바뀌어버린 이상 '게겐프레싱 브레이커 손흥민'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지금까지 시즌 17호골을 넣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의 장점이 특출난 것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지만.
장점과 단점이 나왔으니,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로저 슈미트의 '압박축구'. 그리고 대한민국 국가대표 경계대상 1호인 '핵심선수 손흥민'인 것은 절대 바뀔 수 없는 부분이며, 이는 필수적으로 손흥민이 변화해야 하는 부분이다.
아마도 그 해답은, 최근 레버쿠젠 경기를 보면서 손흥민의 플레이가 이전보다 조금 더 변한 것에 있지 않을까. 이전보다 압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변의 동료들을 이용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짝을 이루는 좌측면 수비수로 이번 시즌초에 영입된 웬델이 공-수 밸런스가 좋고 손흥민과 호흡이 잘 맞고 있어서, 매칭이 안 좋았던 보에니쉬 때보다 수비 부담이 좀 덜해지면서 좀 더 위에서 플레이가 가능하게 된 편이다. 이를 통해서 손흥민이 어떻게 변해갈지 나름 유추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지만 그럼에도 그는 지금 자신에게 맞지 않는 현재의 전술과 룰에서도 슈미트 감독에게 신뢰를 받을 만큼 열심히 하며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룰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면서 손흥민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손흥민은 더 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내가 프로 데뷔를 한 때부터 꾸준히 지켜본 바. 슈퍼 탈렌트라는 별명이 맞는 선수이며, 굉장한 승부욕을 가진 노력파이며, 특별한 강점을 지닌 손세이셔널한 선수이다. 그리고 그는 내가 판단하는 손흥민 보다도 더 '자신을 잘 알고 겸손할 줄 아는'그런 선수이기 때문이다. 남은 시즌과 다음 해에 더 발전하게 될 그의 모습을 팬으로써 기원하며 글을 마쳐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