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미국에서 학부과정중에 있을 때의 일이다.
그 당시 본인은 기숙사 생활을 하였고, 2명이 같이 쓰는 방을 쓰던지라
미국인과 함께 룸메이트로 지냈다. 학교 생활을 하던 중 하루는 이녀석이
혹시 시간 괜찮으면 벨기에 출신의 여자 석사생을 만나볼 생각있냐고
물었다. 머 당시는 시간이 좀 괜찮았고, 저녁시간에 잠깐 와서 이야기좀
나눈다고 하여 승락했다. 그런데 왜 나를 만날까 궁금하여 룸메이트 녀석
에게 물어보니 그 벨기에 여자가 국제지역학 전공자로서 동아시아 관계에
대하여 논문을 준비중이라고 했다. 미국땅에는 별의 별나라 출신들도 많지만,
벨기에라는 월드컵에서 한 번 봤을만한 나라의 여자가 동아시아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렇게 여차해서 그 다음 날 저녁 그녀가
우리 방을 방문했다.
키는 좀 작았고 통통했지만, 명석해 보이는 외모를 가진 여자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머 사실 우리나라 된장녀처럼 만나는 대면에 몇살이고 머가 어쨋니
저쨋니 물어보는 것은 매우 실례이기 때문에 사적인 질문은 안하고
도대체 왜 동아시아에 관심을 갔고, 주변에 다른 아시아인이 있을 텐데
왜 날 만나려고 하는 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사실 한국에 대해서 별로 관심도 없고 잘 몰랐는데(미국에서 살다보면 이런
말에 좀 익숙해 진다. 걔 중엔 좀 아는 얘들도 있지만 별로 한국에 관심이
없다), 내가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의 관계에 관심을 갔고 석사 과정에 진학
하여 공부를 하다보니 한국에서만 발견되는 특이한 점이 나를 매료시킨다."
이게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하였다. 그래서 무엇이 너를 그렇게 매료시키
냐고 물었더니 하는 말이
"왜 한국 여성들은 군대를 가지 않느냐?"
라고 묻는 것이었다. 사실 그 당시만 해도 내가 좀 어리고 순진했던 것 같다.
"남자가 당연히 가야지 왜 여자가 군대에 가나?"
"그럼 군대에 징집되어가는 나라 여자들은 여자가 아닌가?"
"한국의 여자들은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기 때문에 남자가 징집대상이 되는
것이고, 내 어머니 내 여자친구가 군대에 가는 것을 용납하기 힘들다."
"한국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유럽과 북미 국가의 여성들보다 오히려 나은
대우를 받고 있으며, 휴전상태에 있는 남한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도저도
가릴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대화가 오갔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 여자가 무슨 목적으로 날 만나
려는지 당췌 알 수 가 없었으며, 단순히 우리나라 사정을 잘 아는 서양여성
이 신기하기도 하였고, 우리나라를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하는 생각
이 들었다. 또한 아직도 우리나라가 일측일발의 전쟁 바로 전의 상황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지는 않나.. 머 그런 저런 생각이 교차했다.
"아니 그럼 도대체 나를 만나려고 하는 목적이 무엇이냐?"
"유럽의 국가들과 북미의 국가들 역시 한국과 비슷한 사회발전을 해 왔다.
최근 동성결혼이 일부 허용된 것처럼 앞으로 수년에서 수십년이 지나면
한국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 이다. 단지 내가 관심을 갔는 부분
은 한국에서의 여성운동이 구미에서 발생한 것 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
로 발전하고 급속도로 발전하는 것이 흥미로우며 그에 비해 한국 남성들
은 여성을 자신들이 아직도 보호해 줘야 할 대상으로 느끼는 것 같다."
머에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나역시도 군필자이며 한국에서 고등
학교까지 마쳤기 때문에 사고방식은 한국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여지것(그당시) 여자가 군대에 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생각
해 보지 않았으며, 이 서양여자가 한국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면 안다고
나한테 이런 말을 하나 조금은 불퀘하기도 하였다.
"도대체 무슨 말이냐? 너는 나의 가치관에 혼란을 줄 수 있는 말을 하고
있는 중이다. 구체적으로 얘기해 봐라."
"남한은 북한과 대치 상황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역은 남성에게
만 지우며 여성은 어떠한 형태로도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여자는 아기를 낳지 않느냐?"
"미안하지만, 여자가 아기를 낳기 때문에 국방의 의무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은 다분히 후진적인 발상이다."
이런 직접적인 이야기를 나에게 해대니 매우 당황스럽고 '후진적인'
이라는 단어에 몹시 기분이 상했다.
"그럼 니말에 의하면 한국이 후진국이라는 것인가?"
"논점이 다른대로 흐르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한국이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20대 30대의 한국 여성들 대부분
당신이 그들에게 군대가라고 하면 미친놈 취급할 것으로 예상한다."
"당신이 얼마나 많은 한국여성들을 만나봤다고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나는 영자한국신문을 가끔 보고, 아리랑 티비도 본다. 그리고 내가
캐나다에서 학교를 다닐 동안 상당수의 한국여성과 교류를 했으며
특히 어학원에서 만난 한국여성들에게 내 생각을 이야기 하면 그
뒤로는 나를 싫어한다는 것을 느꼈다."
"당신의 의견이 너무 개인적이라는 생각은 안해봤는가?"
"너 자신이 더 잘알 지 않는가? 한국남자가 한국여자에게 군대가라
고 하면 어떠한 반응이 나올지를."
"그렇다면 왜 한국인의 마인드가 후진적이라는 말을 했나?"
"내 생각엔 일본인도 이기적이지만, 한국여성만큼 이기적인 사람들
을 보지 못했다. 어느나라나 이기적이고 자신만 아는 사람은 존재
한다. 니가 잘 알듯이 서구 국가는 매우 개인적이다. 하지만, 국가
시스템과 사회적 합의는 그렇지 않다. 어느 한 쪽의 희생만을 강요
하는 것은 후진적인 발상이 맞다. 한국여성들은 분명히 특권을
누리고 있으며, 이러한 부분이 남성들 사이에서도 통용된다.
너처럼... 그렇기 때문에 후진적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럼 도대체 나를 왜 만나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냐?"
"네 루미 ㅇㅇㅇ이 나에게 너는 오픈마인드된 사람이고 이러한
이야기를 해도 화를 내기 보다는 대화를 하려고 노력할 사람
이라고 말해 줬다. 그래서 널 보자고 한 것이다. 나는 한국
남성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 좀 더 알아보고 싶어서였다."
머 이런 대화를 나누고 그녀는 돌아 갔다. 얼마 후 한 번 더 만나게
되었는데 그 때에도 비슷한 대화를 했다. 하지만, 그녀가 한 마디
더 나에게 해 주었는데,
"서구국가에서의 한류는 불가능할 것이다. 어느 백인여성도 그런
신데렐라 드라마는 보지 않을 것이다."
"그럼 섹스앤시티는 머냐?"
"단지 한 부분일 뿐이다. 모든 미국드라마가 신데렐라를 만드냐?"
그녀와의 만남 후에는 내가 단지 반박할만한 논리를 찾지 못
한 것에 대하여 분했었다. 그리고 내가 한국인인데 백인여자가
마치 한국사정에 대해서 잘 아는 것처럼 이야기 하는게 기분 나빴다.
헌데 지금은 그녀가 옳았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여성들의 권리를 찾아주기 보다는 그들에게 그에 합당한 의무를
지우는데에 노력해야 한다. 남자들 역시 더 이상 한국여성을
자신이 보호해야 할 존재로 인식하지 말아야 한다.
된장녀 논란과 여성부존폐는 더 크게 다루어 져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부분에서 우리 사회의 극단이기주의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 존폐 역시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s. 어제 뉴스를 보는데 국가유공자 가산점을 또다시 5% 내렸더군요...
한 공무원취업준비 여성이 하는 말
"5% 건 10%건 저희들에게는 중요하지 않거든요? 완전 폐지만이
평등한 취업 보장기회를 주는 거예여"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자신의 이기심을 발휘하지 마십시오.
그분들 가슴에 다시 한 번 못 밖는 일입니다.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