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유산을 하고.. 설상가상으로 안 좋은 일들이 너무 많이 겹치더라고요..
사람들에게 말하고 푸는 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고.. 정말 심신이 지쳐있다는 것이 맞는 상황이었습니다...
우울해지고.. 제 스스로도 안 좋은 생각들이 많아져서..
어떠한 방법을 찾아서라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계속 키워왔었고..(소형견이지만..) 동물을 너무 좋아했기에.. 강아지 한마리를 키우기로 했습니다.
사실 남편도 동물을 너무 좋아했었고.. 집도 큰 아파트로 이사를 가기로 했기 때문에.. 강아지를 알아보고 있던 상황에..
너무너무 키우고 싶었던 대형견을.. 아파트에서도 잘 키울 수 있는 종으로 알아보고..여러가지 조사를 해서..
아주 예쁜 레브라도 리트리버 한 마리를 분양받게 되었습니다.. 역시 대형견이라서 몸은 작아도 머리도 크고, 발도 엄청 크더라고요..
아주 멀리있는 대형견 전문 분양소에서.. 여러가지 교육도 받고, 아이에 대해 평생 책임지겠다는 각서도 쓰고.. 필요한 용품들도 잔뜩 사서..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냄새도 심했지만.. 일주일정도는 목욕시키면 안된다고 해서.. 물티슈로 매일 닦아주고.. 강아지라 어디 아프기라도 할까봐.. 매일매일 남편과 거실 바닥에서 강아지 데리고 함께잤네요.. 중간에 감기에 걸려서 노란 콧물이 나오고.. 병원가고, 책읽고, 인터넷 찾아보고..
정말.. 어느순간.. 제 딸처럼.. 아니. 딸로.. 키우게 되었습니다.. 그게 이제 1년이 되었네요.. 대형견 동호회, 대형견전문가들의 조언을 보고, 대형견 전문 애견카페도 매주 빠지지 않고 가면서... 훈련도 정말 열심히 하고.. 소뼈, 오리발 등등 애견에게 좋다는 모든 간식을 직접 다 만들어서 먹이고, 사료도 최상급, 심지어 마시는 물도 정수기 물만 먹이면서.. 엄청 예쁘게.. 애지중지 하며 키웠습니다.. 사회화도 잘 시켜서.. 사람들에게 절대로 위협적이지 않도록 했으며.,. 마음이 아팠지만 대형견은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후에 파양을 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고 해서.. 혼도 따끔하게 내어.. 이제는 아기들이나 어르신들을 봐도 천천히 다가가고 격한 행동은 하지 못하도록 매일매일 노력했네요...
하지만 대형견은 사회화도 정말 중요하지만 그 체력이 너무 좋아서 매일 산책을1시간 이상씩 시켜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게 문제네요..
일단 사람들이 없는 시간대로.. 새벽2시에 나가서 남편과 비가 오나 눈이오나 산책을 시켰습니다.. 둘 다 일하고 쉬고 싶지만.. 그래도 우리딸이 집에 있으면 벽지도 다 뜯어놓고..장난감도 뜯어놓고... 스트레스받는 것이 눈에 보여서요.. 정말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일하고 있는 엄마의 마음이죠... 혼자 둔 다는 것도 너무 미안했고.. 6개월 전.. 제가 임신을 하게되었고. 한 번 유산했던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몸을 사리다보니.. 남편이 바쁠때는.. 저 혼자 산책을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애견카페에서 신나게 놀게 해도.. 1년 된 청춘인 우리 딸은.. 그 체력을 감당하지 못하더라고요.. 주변에서도 임산부가 개를 데리고 사는 것은 안된다고 만류를 하고.. 사실.. 아파트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주지않고 살고있었지만.. 집안에서 매일 목욕을 시키지 못하기때문에.. 털과 냄새가 제 딸인데도 힘들게 되었습니다.. 뱃속에 있는 아가의 건강도 걱정되었고요.. 남편은 저와 제 아이의 건강을 걱정해서 우리 딸을 다른 곳에 보내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딸을 어떻게 보냅니까... 그래서.. 마당이 있는집으로 이사를 갔네요.. 아파트에서 1년도 살지않아.. 엄청난 돈을 내야함에도불구하고.. 우리 가족이 함께 살기 위해서는 마당있는 집으로 이사를 와야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딸. 매일 작지만 잔디냄새 맡아가며.. 열심히 뛰놀고... 너무 좋아합니다..
애견카페도 일주일에 2번 이상씩데리고 갑니다.. 문제는.. 산책입니다... 제 옆에 딱 붙어서.. 걷고있는데도... 그렇게 어르신들이 와서 뭐라고합니다..
정말 어이 없는 건.. 목줄을 하고 돌아다녀도.. 먼 발치부터 소리를 지르고.. 무슨 개새끼가 그렇게 크냐고.. 무서우니까 가까이 오지 말라고...
제 딸은 그냥.. 정말 바보같이 웃으면서 제 옆에서 걷고있는데.. 그렇게 쫓아와서 그런 개는 밖에 데리고 다니지 말라고.. 사람들이 무서워서 살겠냐고... 진짜 그런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새벽에는 사람이 없지만... 제가 쉬고있는 지금.. 저녁 8시쯤 운동장에 데리고 가서.. 한번이라도 풀어놓으려고 하면..정말.. 옆에 가지 않아도.. 소리소리를 지릅니다.. 물론... 내 딸이 나한테만 예쁜건 잘 알지만.. 그래도. 가서 위협하지도 않았는데... 멀리서부터 소리지르는사람들을 보면..기분도 나쁘고..속이 엄청 상합니다.. 그래서 사람들 없는 건물 뒷편 조금한 곳에서만.. 살짝 풀어놓곤..하죠...
한번은.. 바다를 놀러가서.. 남편과.. 사람들이 좀 적은.. 구석에서.. 강아지를 풀고 수영을 시켰습니다. 레브라도들은 물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첫 수영이고.. 너무 행복해하는 제 딸을 보며.. 정말 행복했습니다... 여지없이 어르신들이 오시더라고요... 저기 아이들 놀고 있는데.. 같은 물에 어떻게 개를 집어넣느냐고... 바다인데도요... 제 남편도 그날은 정말 어이가 없어서.. 엄청 소리지르고 싸우시더라고요...
세상을 저 혼자사는게 아니고.. 대형견이라서.. 위협적인 것도 알고 있습니다..모든 사람이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기때문에.. 물론... 누구를 욕할 생각도 없습니다.. 하지만.,. 대형견을 우리 나라에서 키우기란.. 아니.. 대형견에게 스트레스를 주지않고 한국에서 대형견을 키우는것은.. 거의 불가능하네요.. 사람들 없는 시골에.. 아주 넓은 마당에서 마음껏 뛰놀며 키우지 않는 이상은요...
잠깐 산책 시키러 갔다가..사람들에게 그냥 욕을바가지로 먹고.. 우리 딸도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이렇게 무거운 배를 끌고 집으로 들어오면서.. 너무속이 상해...이렇게 글을 씁니다.. 오유는.. 매일 눈팅만 했는데.. 제가 너무 힘들 때.. 오유에서 아주아주 큰 위로를받았거든요.. 길고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너무감사합니다..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제 마음에위로가 되네요.. 죄송하고 감사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