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너의 어머니께서
OO이는 숙녀되기는 한참 멀었는데, 제 방을 얼마나 돼지우리처럼 하고 사는지 몰라.
라고 웃으면서 짖꿎게 너의 어깨를 치며 얘기하셨을때
너는 발끈하면서
무슨 그런얘기를해 엄마!
라고 투덜투덜 거리곤 했지.
그리고 우연한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너의 집에 들렸어야했을때
그다지 더럽진 않지만 깨끗하진 않고, 잘 정돈되있지는 않은.
화사한 꽃무늬 이불컬러만 아니었다면 여자방일 것 같지 않은 방을 보았지.
그렇지만 나는 계속 니가 사랑스러웠어.
알고 있었어.
그리고 너는 그 사실을 부끄러워는 했지만 그다지 숨기려 하지도 않았고.
"난... 그렇게 깨끗하게 치우지는 못하는 편이야."
"언니가 항상 내가 지나갔던 자리는 꼭 티가 난대. 휴지를 흘린다거나, 뭘 떨어트린다던가.."
또 새콤달콤을 좋아하기에 항상 사다줬었지.
그리고 새콤달콤 껍질은 정말,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되곤 해서 그걸 보며 웃었어.
화장실에서도, 부엌에서도, 침대 머리맡에서도.. 자기 전까지 새콤달콤을 까먹었을 너를 생각하니까 귀엽더라.
사람들이 살림못하는 여자하고 결혼하면 힘들다더라.
그런데 말이야.
내가 왜 너랑 결혼을 결심하고 프로포즈 했는지 알아?
그 너의 어머니가 돼지우리라고 까지 했던 널부러진 방 한켠 긴 4단 선반에
내가 화이트데이때 줬던 아깝다고 먹지도 않고 보관한 사탕들, 우리가 같이 여행갔던 곳 입장티켓,기차표, 그리고 내가 겨울마다 사줬던 손난로들. 처음으로 내가 준 꽃다발의 꽃을 예쁘게 말려서 보관해둔 병. 우리의 사진이 담긴 액자. 포토앨범.내가 써줬던 편지들.
지금은 안이 비어있는 내가 사다준 목걸이, 귀걸이의 선물박스. 꽃다발을 담았었던 봉투에. 내가 인형뽑기에서 뽑아줬던 고래인형까지.
도시락을 싸다줬을때 김밥에 꽂혀있던 동물모양 포크가 귀여워서 챙기겠다고 했는데 까먹어버린 그 포크들 까지 니가 챙겨서 살포시 거기에
놓여있을 것을 봤어.
정말, 잘 정돈되있더라.
예쁘게.
그리고
항상 퇴근하고 자취방에 돌아오면 내 방이 마법을 부린 것처럼, 우렁각시가 왔던 것처럼 깨끗해져 있는거야.
설거지도 다 되있고 이불도 다 정리되있고.
게임하느라 널부러져있던 게임시디들도 차곡차곡. 우리가 같이 키우는 햄스터 톱밥도 다 갈아져있고.
빨래는 건조대에 다 널어져 있고 말이야.
언제는 젖은 수건을 같이 넣어놔서 빨래감들도 촉촉해져있었는데, 그걸 니가 빨래돌린 옷들인줄 알고 더러운 김치국물 묻은 옷을 차마 못본채
건조대에 널어놔서 웃으면서 놀리니까 얼굴이 빨개져서 미안해라고 했었지.
내가 항상 굳이 이런일 안해줘도되. 라고 하니까
아니야 집에 와서 방이 깨끗하면 기분 좋을것같잖아!
라고 하며, 내 자취방을 정돈해주곤 했어.
그래서 니 방이 돼지우리라고 했을때 더 놀랐을 수도 있어.
우리 집에서는 엄마처럼, 너무 부지런한 가정부아주머니처럼 내가 옷을 뱀 허물 벗듯이 벗어놓으면 바로 개어서 옷장속에 넣어주고
옷걸이에 걸어다주는 너. 양말이라도 휙 벗어다 놓으면 쏙 빨래통에 넣어주는 너.
참 고마워
빨래대에 대충 마른 양말들을 통에 순서정돈없이 집어넣고 매일 아침시간을 양말 짝 찾는데에 소비하느라 맨날 늦는다고 살짝
투덜부리며 그날도 같이 외출하기위해 신을 양말짝을 맞추고있었지.
내가 투덜거리는 것을 가만히 듣고만 있더라. 그리고 내가 신을 수 있게 신발을 가지런히 앞에 놔주었어.
그리고 다음 아침에 출근하려고 양말 통을 열었는데
그 중구난방처럼 널려있던 양말들이
다 짝을 맞춰서 동그랗게 말려있더라. 회색양말, 수면양말, 줄무늬양말, 검은양말, 발목양말...
그때 깨달았어.
그리고 너한테 물어봤어.
왜이렇게 열심히해?
너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지.
"우리 결혼하면 이렇게 살거잖아! 그래서 연습하는거야!"
그래.
결혼하자.
니가 너무 사랑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