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리그 전전 →파산 위기에 선수들도 거리모금 →하우감독 부임 6년만에 정규 2위영국 축구팬들은 요즘 4부리그를 전전하던 한 팀의 반전쇼에 환호하고 있다. 창단 125년 만에 사상 첫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앞둔 AFC 본머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본머스는 28일 영국 본머스 킹스파크에서 열린 볼턴 원더러스와의 2014~2015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45라운드 홈경기에서 3-0으로 이겼다. 이로써 승점 87점을 확보한 2위 본머스는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3위 미들즈브러와의 승점 차를 3점으로 벌렸다. 본머스는 골득실에서 미들즈브러보다 19골 차이로 앞서고 있어 마지막 경기를 지더라도 2위까지 주어지는 프리미어리그 승격 티켓을 사실상 손에 넣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본머스의 깜짝 승격은 영국 현지에서도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본머스는 1890년 창단됐지만 하부리그를 전전하던 팀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본머스가 들어올린 우승컵은 단 세 개. 그것도 마지막이 1987년 풋볼리그3(5부리그) 우승이었다. 이후에는 두 차례 파산 위기에 몰리면서 상위리그는 꿈도 꾸지 못했다. 다잇 에디 하우와 제이슨 틴달, 스티븐 플레처 등 본머스 선수들이 직접 '본머스를 지키자'는 모금함을 들고 거리를 누비는 게 일상이었을 정도다. 2008년에도 400만 파운드(약 65억원)의 빚을 갚지 못해 존폐 기로에 섰지만, 지역 사업가인 애덤 머리와 제프 모스턴 본머스 사장 등 5명이 컨소시엄 형태로 구단을 인수하면서 경영난을 해결했다.
경영난이 해결되자 거짓말처럼 일이 풀리기 시작했다. 2009년 1월 본머스 출신인 당시 31세의 하우 감독이 최연소 감독으로 부임한 뒤 6년 만에 꿈의 무대에 올라서게 됐다. 본머스가 승격에 성공한 비결은 화끈한 공격에 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선수만 4명이 넘는다. 이번 시즌 본머스 역대 최고 이적료 300만 파운드(약 48억원)에 유니폼을 갈아입은 칼럼 윌슨(23)이 20골로 최다 득점을 자랑하고, 얀 케르모르강(33)이 15골을 넣었다. 브렛 피트만(27)과 맷 리치(25)도 각각 13골을 책임졌다. 덕분에 본머스는 2부리그에서 가장 많은 95골을 기록해 평균 득점이 2골을 훌쩍 넘는다. 반대로 실점에선 24개 팀 중 23위(40골)를 기록할 정도로 탄탄한 수비력도 갖췄다는 평가다. 본머스가 챔피언십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게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본머스가 마지막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1987년 지휘봉을 잡았던 해리 레드냅 퀸스파크 레인저스 감독은 "과거 내가 본머스 최고의 감독이었다면, 이젠 하우가 그 이름을 물려받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본머스의 숙제는 이제 꿈의 무대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승격의 꿈을 이룬 대부분의 팀들은 이듬해 곧바로 강등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 우승팀인 레스터시티도 이번 시즌 강등권에 머물고 있다. 경쟁의 기반 자체가 다른 탓이다. 실제로 2012~2013시즌을 기준으로 봤을 때 본머스의 매출액은 510만 파운드로, 맨체스터 시티(2억 7100만 파운드)의 55분의 1에 불과하다. 홈구장 좌석 수는 1만 1700석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7분의 1 수준이다. 다행히 본머스는 프리미어리그 승격으로 최대 1억2000만 파운드(약 1959억원)의 새로운 수익이 기대되고 있다. 롭 윌슨 셰필드대 교수는 "본머스가 갑작스럽게 커지는 수입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생존의 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