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글입니다. 무지 오래된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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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제대한지 3년도 더 된것같다. 아는사람이 너 군대어디
갔다 왔냐? 하면 강원도 철원이요..하면 너 엄청 고생했겠다
그래도 남자라면 그정도는 해야지..하면서 칭찬해준다.
얼마전 친구들이랑 과형들이랑 만나서 군대얘기가 나왔다.
늘그러던대로 난 침묵.... 그때 방위나온형이 으아..군대너
무 힘들었다. 난 유격받는라고 죽는줄알았어...18번 온몸
비틀기.. 그게 제일힘들었다니까.. 하면서 분위기가 무르
익었다. 역시 군대훈련의 꽃은 유격이니까..
한참 얘기하다가 갑자기 형중에 한명이 그랬다. " 야 강
최전방에서 철책근무까지 하다온놈도 안말도 안하는데 니가
왜 설치냐? 안그러냐?" 하면서 무안을 주었다.
그러자 머쓱해지 그형이 너도 군대얘기좀 해보라고 했다.
...
근데 할얘기가 없었다-_-;; 별루... 요..
역쉬 고생한놈이 뭐가 달라도 달라.. 봐라 임마 남자가
이정도는 되야지!" 하면서 막 띄워줬다.
" 야 전방에서 유격훈련은 많이 틀리다며..유격훈련어
쩌대?"
" 유격안뛰었는데요..."
순간..정적....군대갔다오면서 유격을 안뛴사람이 있다니...
라는 눈길이 나를압도하고 있었다..
군훈련의 꽃은 바로 유격이다. 유격의 꽃은 행군이다.
방위도 1번은 뛴다.
참고로..내 선배중에 상근인데 3번뛴 사람도있음-->불쌍..
"그럼 RCT나 ATT는?"
"그런거 안뛰었는데요..." "너 군대갔다온거 맞냐?"
참고로 난 정말 유격뛰고 싶었다. 군생활멋지게 해보고싶었다.
군대도 끌려간게 아니라 지원해서 갔다. 원래 해병대갈려고 지원
할려고 병무청갔는데..아무래도 수영을 못하기땜에 잘못하다가
죽을까봐 어쩔수 없이 육군으로 갔다.
군대갈때 눈물흘리는걸 보았다. 난 웃고 들어갔다.
신교대훈련마치고 나서 눈물흘리는 박찬호를 보고 이해가안갔다
자대배치...처음군대가면 엄청난 암기사항에 목이터져라 군가부르고
운동못하면 대가리박고 욕도 바가지로 듣고...항상90도를 유지하고
이런게 먼저 떠오를 것이다.
나도 열쉼히 해야지..하고 자대에 갔다. 근데 가자마자 왠 격오지
근무라고 우리소대는 산꼭대기가서 5개월동안 살다오라고했다.(참
고로 여기는 신고합니다에서 나온 차인표가 군장매고 뒤질려고
하면서 꼭대기까지 뛰어간곳인데..참고로 약 1000m정도된다)
그곳에서 생활은 나의 이상향의(?) 군생활과는 너무나 멀었다
아침 9시 기상..가볍게 눈비비고 일어나서 애국가 한번 부르고
점오를 끝낸다. 그다음에 근무설사람 근무서고 나머지는 장기나
닭싸움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후 6시쯤...저녁을 먹고 모두
TV앞에 모여든다. 취침점오는 그당시 유행했던 룰라의 사바사바~~
그렇다. 날개잃은천사 엉덩이 춤을 다같이 추면서
점오끝~~ 하면 그대로 뒤집어 져서 할일한다.
(자고싶으면 자고 책보고 싶으면 책보고...)
(TV도 애국가 나올때까지 봤는데..그때 부대 최고인기가 바로 비비
랑 아스팔트사나이였다.나도 배뒤집고 누워서 재밌게 봤는데..
옆에서 우리분대장이 " 야...나 근문데..대신나가주라~~(아양떨면서)
나: 아이씨...시러요...
분대장: 야..앙....
나: 에이...그럼 녹화해놔요.....
분대장: 고마워.^^
(이때 나는 이등병 4호봉인가 됐다...지금생각해도 어처구니가없다
군대맞아?)
지겨운 5개월의 생활이 끝나고 내려가면 이제 진짜 본격적인 자대
생활과 다음달로 잡혀있는 유격훈련에 흥분했다. 나도 드디어 유격
을 뛰는구나...하는 마음으로 내려왔는데 갑자기 상급부대의 지시로
예정에도없던 우리 대대가 긴급 GOP투입을 했다.
GOP 하면 눈내리는 철책을 눈앞에 두고 번쩍이는 눈빛으로 북과대치
하면서 실제 실탄과 수류탄으로 중무장한 멋진 군인아저씨가 떠오른다
하지만... GOP들어가니 소대장이 너 머리 좋으니까 상황병해라..하는
것이였다. 상황병은 소대의 모든 총기나 탄약,장비등의 수치를 항상
유동성있게 외워야하고 A4 10여페이지에 달하는 상황브리핑을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외워야한다... 그리고 .....
맨날 책상에 앉아서 전화받고 6개월의 GOP생활을 끝냈다.-_-;;
요즘 북한 농구단 방문으로 잠깐 유행했던 "반갑습니다"라는 북한
노래를 난 그때 이미 2절까지 외우고 있었다(맨날 대남방송에 나오
는 노래다). 대남방송의 하이라이트가 뭔줄 아는가?
바로 퀴즈시간이다. 아직도 기억하는 간드러진 북한여성의 목소리
가 생생하다. " 남조선에서 고생하시는 장병들을 위한 퀴즈시간이
돌아왔습니다...짝짝짝... 1번문제.. 세상에서 가장 치사하고 더
러운 사람은 누구일까요? 남자목소리: 아니 그것도 모르겠어요.
바로 남조선의 김영삼 그 도적놈대충 이런수준인데
아직도궁금한건 그때 대한민국의 일급군사기밀을 어떻게 그렇게
북한얘들이 잘알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아뭏튼 6개월후 .... 다시 부대 복귀...벌써 상병이다. 군대갔다
온분들은 잘 알다시피 상병때는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때다. 밑에
얘들 관리하랴 고참들 눈치보랴...난 GOP철수하자 마자 바로 분대
장 교육갔다. 우리중대는 철저히 사병과 분대장의 위치가 나눠져
있었다. 아무리 계급높고 짠밥높아도 사병고참이 분대장을 건들지
못한다. 분대장도 마찬가지..분대장은 분대장 눈치만 보면 된다.
맨날 방바닥 뒹글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다가 드디어 사건이 터졌다. 벌써 2년가까이 우리대대가 유
격훈련을 받지 않자...연대에서 니들 이번에 유격뛰어 하고 전문
이 왔다. 이게 왠 날벼락? 유격은 열외가 없다. 환자도 뛰어야
한다.(뭐 의무대천막 쳐놓지만) 아 짠밥먹고 이게 무슨날벼락이
냐 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갑자기 몇주있다가 사단에서 "야
니들 작업잘한다며...벙커나 지어라" 하면서 유격을 취소했다.
(참고로 우리대대는 작업잘한다고 표창까지 받음)
열심히 작업을 하고 마침내 96년 8월이던가??? 또 띵가띵가하면
서 세월때리고있었는데(그때 거의 중대왕고였다. 거의 내 말한
마디에 중대원이 벌벌떨었다.^^) 갑자기 우리대대장님의 결단이
있었다.
직접 상급부대 찾아가서 우리 부대 이렇게 유격을 안뛰면 대대
원이 너무 나약해진다. 제발 유격좀 뛰게 해달라...하고 부탁을
한것이다. 그 소식을 들은 우리 대대원들은 대대장에 대한 분노
가 극에 달했다.
이제 유격은 현실로 다가온것이다.
내 동기는 병장왕고에 무신 날벼락이냐 면서 죽어도 못뛴다고
비분에 차서 그 힘들다던 유격조교에 지원했다.
(조교하면 1주정도 교육받고 (엄청구른다) 대신 우리 대대
유격뛸때 조교가 된다 )
마침내 유격을 3일앞둔 날... 내 동기는 너는 이제 죽었어
하면서...이를 갈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첫번째로 이녀석의
사냥감이 될것같은 불길한예감으로 열심히 PX데리고 갔다.
벗뜨...
여러분은 기억하는가? 96년 여름 중부지방을 강타한 대홍수를!!
그때 전방에서 군인 수십?
다리가 끊어지고 길이 사라졌다. 나는 새벽 4시에 자다가 죽을
뻔했다..
그때.....우리사단 유격장도 .....떠내려갔다...
(참고로 우리사단 유격장은 과거 삼청교육대가 있던자리다)
(지금도 다른사람한테 유격장떠내려가서 유격안뛰었다고하면
거의 안믿는다)
그렇다. 유격장이 떠내려가서 내가 유격을 못뛴것이다. 난 정말
유격뛰고 싶었다...그리구 제대했다..
군대 2년2개월동안 훈련이라곤......혹한기훈련 하나다...
난정말...군생활 힘들게 하고 싶었다. 고생도 하고 삶의 의욕을
찾고 싶었다. 누구보다 군인정신이 투철했었다.
이게 내 군생활이다.. 차마 친구들한테는 무시당할까봐 못한
얘기를...죽을때까지 무덤에 가져갈려고했던...얘기를 이곳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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