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졸업사진을 찍고 내 필통에 여자아이 사진이 있길래
혼자 두근대며 이거 그린라이트인가 끙끙대다 초등학교 마지막 날 '잘가라!' 한마디 하고 도망갔다.
중학교 때
같이 다니는 친구무리 중 좋아하는 애가 있었는데
사실 걔는 나랑 있을 때 싫어하는 티가 조금 보였다. 오히려 우리 무리의 다른 남자애랑 있는게 좋아보였어.
마음에 조금 담아둔 채로 졸업했다.
고등학교....
차에 이불싣고 어디 가길래 따라갔더니 기숙사에 짐 풀고 니가 다닐 학교다 라고 당일날 들었던 곳.
(어느날 선생님께 드리라던 편지는 지원서였던 것이다.)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입학식 날 보니 여학생이 없다.
남고네.
대학교 1학년
공부 잘했던 중학시절에 비해 고등학교때 너무 놀아서 학교를 좋은데를 못 갔다.
하지만 재수 할 바엔 전공공부를 1년 일찍 시작하고자 들어간 학교.
수업 열심히 듣고 실험수업도 간사를 해가며 열심히 다니는데
어느 여름방학 동아리방에서 멍 때리다 친구들이 '어떤 여자가 널 부른다!' 라며 끌고간 곳.
장난인줄 알았는데 진짜 수줍게 서있던 여자아이.
친해지고 싶다 하여 인사하고 헤어지며 두근댔는데.. 그 아이는 남자친구가 있었어.
하하.. 2학기 중에 헤어졌지만.
그런데 내가 바보같이 같이 다니기보단 여자아이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려고 공부랑 운동 열심히 하고 난 뒤
멋진 남자가 되어 고백해야지 생각했지.
겨울방학이 되어 고백하니 2학기 다른 과 수업을 듣던 중 열렬히 고백한 다른 남자아이와 사귀게 되었다고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지.
대학교 2학년
마음은 아프지만 여전히 좋아서 같이 다녔다. 남자친구가 잘해주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으면서 속이 쓰렸다.
군대
이등병, 일병 때 전화를 하니 받지 않아서 연락이 끊겼다가 상병 때 해외에서 날아온 엽서 하나.
대학교 3학년
복학 후 겹치는 수업이 하나 있어서 같이 다니게 되었지.
그리고 터진 사건 하나. 안녕 내 4년동안의 두번째 사랑.
동아리를 하며 알게된 신입생 후배. 내가 아끼던 다른 후배도 그 아이를 좋아하는데 그 아이가 더 잘해줄 것만 같아 난 마음을 접었지.
그리고 받은 첫 소개팅. 벚꽃길 걸으며 갔던 카페에서 타로점도 보길래 봤지.
그 아주머니가 잘 맞춰서 둘 다 놀랐지. 그리고 그 아주머니의 '남자가 마음을 아직 열지 않았다. 열기만 한다면 천생연분'이라는 말도 맞게됐지.
음... 그래.. 아직 열지 않은 상태가 맞았고 바빠서 그 상태로 끝이 나버렸어.
정말 난 나쁜놈이었어. 난 외모를 안 본다 생각했었어.
성격상으론 정말 좋은 여자아이인데 연락이 와도 답을 늦게 하게 되고 만날 약속도 한 달에 한 번 꼴로 잡고..
지친 넌 먼저 그만하자고 연락이 왔어.
우리 처음 만난 날 샀던 팔찌는 미안함의 표시로 1년간 내 방에 걸려 있었어.
프로필 사진 항상 밝아 보여 좋더라.
대학교 4학년
두 번째 소개. 밥을 같이 먹으며 얘기했는데 참 괜찮은 아이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난 아직도 여자를 리드 못하는구나 생각했다. 밥을 어디서 먹을지 얘기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바쁜 일정 중 해외로 파견갈 일이 있어서 챙겨갔던 샌드위치와 여권케이스 선물.
우리는 그렇게 오랫동안 카톡만 하다가 어느새 연락이 끊겼다. 난 얘기를 재미있게 못하나봐.
학교 영어 프로그램이 있어서 지원해서 듣던 중
과제때문에 나랑 파트너를 맞췄던 여자아이가 소개해 준다고 하여 좋다고 하였다.
누군지 물어보는 말에 사실 그게 저에요 오빠... 라는 말을 듣고 멍 때렸다.
우리 과 체육대회 때 사온 커피, 내 친구들이 있음에도 같이 먹었던 학식, 같이 봤던 영화와 걸었던 시장거리
자정이 다 되어 고요한 도서관 옥상에서 같이 봤던 별빛.
하지만 두근대지 않았던 내 심장과 그래도 더 시간을 두고 사귀며 알아가봐야하나 솔직하게 말하고 우리 여기까지 해야 하나 라는 고민.
여기까지 하자 결심하고 할말이 있으니 만나자 말했던 문자에 어렴풋이 짐작하고 문자로 말하라고 하던 너.
또다시 좋은사람 상처준 것 같아 마음 아프던 중 어느날 다시 만난 날
솔직히 말해줘서 사실 고마웠다고.. 사실 다 티났다고, 알았다고..
졸업식날 꼭 가겠다고 맘 먹었는데 못가서 미안해. 졸업 축하해..
겨울이 되어가며 마음에 들어온 후배 하나.
오랬동안 봐왔기에 조심했던 나.
내년이면 1년간 교환학생으로 간다기에 조바심 냈던건지도 몰라.
만나서 고백하려 했지만 동선이 꼬여버려 하고만 문자고백.
일주일간의 잠수 후 들은 친한 선후배로 남자는 말.
석사 1년
겨울이 되어 실험실의 후배와 같이 작업하다 알게 된 후배의 열심히 하는 모습, 사람을 똑바로 바라보며 짓는 이쁜 눈웃음.
단 둘이 있을 때 내 연애고민인 척 내 감정을 말하다 너에게 들켜버렸지.
못들은 걸로 하겠다던 너. 그리고 그럴줄 알았다며 웃었던 나.
사실 그 이후로 넌 나날이 이뻐보여서 더 마음시렸다.
다른사람이랑 있을 때 더 즐거워 보여서 질투나. 나도 재미있는 사람이고 싶다.
석사 2년
세 번째 소개.
카톡으로만 대화하다 만나지도 못한 채 끝난 너.
내가 얘기하는게 그렇게 재미없었니......
26살 인생에 여자친구는 없었지만...
적고나니 인연이 없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후일 집안이나 직업 등 복잡한 관계가 얽히기 전 여자친구를 꼭 사귀어 보고 싶다.
서로 얼굴만 봐도 행복해서 30분간을 가만히 두근대며 시간을 보내보고 싶다.
...
나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는건 아니겠지요...?
그래도 멋진 사랑을 꿈꾸며
언젠가 같이 곱게 늙어갈 인연을 꿈꾸며
자책은 하지 않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