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미경이라는 여자는 인터넷에 어떻게 자신의 신상명세정보가 흘러나갔는지 모른지만 자신의 메일로 면접이라는 제목이 왔을 때 너무나 기뻤다.
대학을 졸업하고 몇군데 직장에서 일을 해보았지만 모두 임시직이라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 두어야 했다. 최근에 여러군데에 이력서를 넣어보았는데 그 회사들 중 한군데서 답장을 보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메일에는 날짜와 시간 그리고 장소만 있을뿐 구체적인 회사명은 없었다. 다소 의심이 갔지만 직장이 급했기에 정장을 갖추고 그날 인터뷰를 할곳으로 찾아갔다.
건물은 신축중이라 분양중이라는 현수막이 크게 한쪽 건물벽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실제로 많은 곳이 텅텅비어 있었다. 메일에서 통지한대로 찾아간 10층의 그 호실도 임시로 갖추었는지 의자와 회의용 테이블만 덜렁 놓여있을 뿐이었다.
그곳에 자신을 맞이한 사람은 50대의 남자였다. 사실 이곳까지 오면서 혹시 말로만 듣던 사기극이 아닐까? 하고 불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사무실안에서 그 남자를 보자 이상하게도 안심이 되었다.
자신을 박 태규 상무라고 명함을 건네주는 남자는 전형적으로 사람을 안심시키는 착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다소나마 안심이 되었다.
명함을 재빨리 훑어보니 오성금융이라고 적혀있었다. 순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기도 했다. 그녀에게 편안하게 앉으라고 하면서 옆에 마련된 차를 건네주었다.
“
인터뷰라고 해서 너무 긴장하실 필요도 없구요. 무슨 사기조작극인가 해서 걱정하 실 필요도 없습니다. 저는 명함에 있는 그대로 오성금융이라는 곳을 대표해서 나왔습니다. 들어보셨는지요?”
“기억이 날 듯 말 듯 합니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박상무는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편안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한동안 금융계 뉴스에서 이슈가 되었던 금융회사죠. 사채업자들이 연합하여 법인으로 세운 최대규모의 사금융회사이니까요?”
“아! 그렇군요.”
그제서야 그녀는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비록 금융계나 경제계에 관심이 없다하더라도 한동안 뉴스에서 계속 떠들어 댔던 회사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불안한 구석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박상무는 자세하게 설명했다.
“사실 이번 일은 저의 오회장님이 개인적으로 기획하는 이벤트인데 한명의 적임자를 찾기위해 저희가 수백명을 인터뷰하고 있습니다만…”
박상무는 의식적으로 끝말을 흐렸다. 그 덕분에 예상대로 그녀의 눈동자는 더욱 호기심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시다시피 이 일은 극히 보안이 필요하기에 지금하고 있는 인터뷰 자체부터 비밀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일에 대한 설명을 하기전에 여기 보안서에 대해 읽어 보시고 서명을 하셔야 됩니다. 그리고나면 제가 모든것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박상무는 앞에 놓인 한장의 서류를 건네 주었다.
“천천히 읽으시고 보안을 유지하신다고 서명을 하시면 정식으로 인터뷰를 하실 수 있습니다.”
박상무는 자신의 펜까지 친절하게 건네 주었다. 그녀는 몇줄안되는 보안서류를 재빨리 읽어 내려갔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 일을 시작할 자격을 얻으려 한다면 멜을 받은 것부터 시작하여 모든 절차들에 대해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보안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받은 메일을 함께 지워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미경은 이 모든게 도대체 왜 그런건지 궁금증이 더해져만갔다.
말 그대로 일을 하든지 안하든지 어디에서나 보안은 기본이라는 생각에 서명을 못할 이유가 없었다. 펜을 건네받고 서명란에 자신의 이름과 사인을 남겼다.
박상무는 조심스레 서류와 펜을 건네받고는 서명란에 사인이 있는 지 확인하였다. 그리고 만족한 웃을을 지으며 그녀에게 다시 말을 꺼냈다.
“그럼 이게 다 무엇에 대한 내용인지 설명해 드리죠. 아까 말씀드렸지만 저희가 지금까지 수백명을 인터뷰했습니다만 한명을 뽑을것이고 말씀 드렸죠. 이벤트는 쉽게 말하면 담력테스트입니다.
하루동안 저희가 마련한 시체공시소에서 시체처럼 보내고 나온다면 1억원을 드릴 예정입니다. 물론 그에 따른 절차와 준비는 저희가 모두 마련할 것입니다.
일단 저희가 하실 의향이 있는지 없는지만 이곳에서 확인할 것이고 하실의향이 있으시면 이미 승낙한 수백명의 후보자로 등록이 될것입니다.
저희는 그중에 이벤트에 가장 적합한 한분을 뽑아 연락을 드릴것입니다. 뽑히신다면 물론 선금으로 2천만원을 입금해 드리고 이벤트로 하룻밤을 지내고 나시면 8천만원을 바로 입급할 예정입니다.
저희 오성금융의 회장님이 개인적으로 주관하시고 미리 선금을 입금해드리니 무슨 사기다 그런 것이 아닌 것을 확인하 실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은 설명해 드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그 행운의 당첨자가 아니니까요. 그 후보자로 참가할 의사가 있는지만 말씀 주시면 됩니다.”
박상무는 얘기가 끝나자 마자 앞에 놓여있는 두꺼운 서류를 펼쳤다. 팔만 뻗으면 닿을 거리라 미경은 종이위에 무엇이 쓰여 있는지 볼수 있었다.
맨 앞줄에 사람들의 이름이 있었고 그 옆은 O, X칸이 있었다. 모두 O란에 동그라미가 쳐져있었고 X는 아무 표시가 되지 않았다. 앞서 자신처럼 인터뷰를 한 사람들은 모두가 후보자로 이미 승낙을 한듯 했다.
바로 앞에서 당장 자신의 가부를 요구하고 있으니 미경은 좀 더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구태여 못할 것 도 없었다. 쉽게 생각하면 공동묘지에서 하룻밤 자고 나면 1억원이 생긴는 일이라고 간주할 수 있었다.
미경은 자신의 의사를 기다리고 박상무의 얼굴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후보자로 올려주세요. 하겠습니다.”
미경은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이 꼭 쥐어지며 힘이 들어갔다. 박상무는 고개를 끄덕이며 O에 동그라미를 쳤다. 그리고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제 개인적으로는 조 미경씨가 뽑혀서 1억원의 행운을 가졌으면 하네요. 제가 이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저도 후보자로 등록하고 싶은 일인데 행운을 빕니다.”
그말을 듣자 마자 미경은 자신도 흥분되기 시작했다. 자신도 꼭 그 이벤트에 적임자로 뽑히고 싶었다. 아무리 무서운 이벤트라 해도 하룻밤만 지나면 1억원의 거금이 생기는 일이었다.
역사상 가장 비싼 아르바이트가 아닐가 생각했다. 수백대의 일이라 확률상으로 어렵겠지만 혹시나 자신이 뽑혔으면 했다. 사무실밖으로 배웅을 하며 박상무는 다시 한번 그녀에게 행운을 빌어주었다.
사흘후에 그녀는 인터뷰 전화를 받았다. 박상무의 흥분된 목소리였다.
“조 미경씨죠? 사흘전에 인터뷰를 했던 박 태규상무입니다. 기억하시죠?”
“아! 예.”
순간 그녀도 설마하는 기대감에 갑자기 흥분되었다.
“축하합니다. 조 미경씨가 이벤트의 적임자로 최종 결정되었습니다.”
“예? 정말로요?”
미경은 설마하는 아득한 기대감이 현실로 바뀌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예. 틀림없습니다. 오늘 정식으로 통보가 났습니다. 내일 오후3시에 저번의 그곳으로 다시 오실 수 있는지요?”
“예! 갈 수 있습니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참! 잊지마시고 저희가 입금할 통장 사본을 하나 가져오십시오.”
“예? 예!”
미경은 수화기를 놓고 나서도 한참동안 그렇게 들떠 있었다. 다음날 다시 그곳에 갔을 때 사흘전과 비교해서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박상무의 환대는 저번보다 더욱 친절했다.
솔직히 미경은 이 전체가 무슨 사기극이 아닌지 의심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박상무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무척이나 잘 이해하고 있다는 듯이
그녀에게서 통장사본을 먼저 요구하였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어디에다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미경에게 똑똑하게 들려왔다.
“김 부장. 대영은행 계좌번호 289-49999-2436 조 미경씨앞으로 입금을 부탁하네.”
다시 한번 똑 같은 말로 확인을 해주고는 전화를 끊고 그녀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조미경씨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다행히 수백대 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 적임자로 뽑히셨네요.”
“예. 정말 감사 드립니다.”
미경은 얼떨떨한지라 그 외에 다른 할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저번에 말씀 드린데로 절대로 사기나 그런 것이 아니니 불안해 하지 마십시오. 오늘 중에 미경씨의 구좌로 2천만원이 입금될 것 이니 확인하시고 이제 그 이벤트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과 설명서가 모두 이안에 있으니 집에가서 확인해 보십시오.
거기에 설명된 내용데로만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계약서도 함께 동봉되어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승인을 하신다면 서명을 해가지고 오시면 됩니다. ”
“예..예..”
미경은 그저 예만 남발하며 박 상무가 건네준 노란색 서류봉투를 받았다. 안의 내용물은 무척이나 얇았다. 다행히 읽을 내용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게 다였다.
사흘전 인터뷰때도 짧게 끝났지만 행운을 확인한 오늘의 미팅도 무척이나 짧았다. 박상무는 다시 한번 축하한다는 말을 잊지 않고서 행운을 빌며 그녀를 엘리베이터까지 바래다 주었다.
출처 : 리얼판타(www.realfanta.com)작가 : 자유사랑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