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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애기 울음 소리?"
나는 순간 최중사의 말이 떠오르면서 온 몸에 조여드는 긴장감과 공포에 순간 무슨 말을 더 해야 하는지 잊고 있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김병장은 가만히 수그린 자세를 유지하며 연신 수신 안테나를 이리저리 돌리며 소리의 근원지를 찾고 있었다.
무슨 재미있는 것이라도 찾느냥 김병장은 천진스런 모습으로 파괴적인 빗소리에서 정체 모를 어떤 소리를 골라내고 있었다.
"OK!! 찾았다!!"
김병장은 자신의 실력을 자랑이라도 하듯 싱글벙글한 모습을 한 채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곧 그는 나의 어두운 표정을 살피고는 안테나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헉.....신발 놀래라!!!"
김병장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하며, 나의 존재도 무시한 채 욕설을 내뱉았다.
접시형 안테나가 사건현장을 정확히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김병장, 정확히 어느 지점인지 찾아내......"
내 말에 김병장은 부릅 뜬 눈을 한 번 깜박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두 눈을 부릅 뜬 김병장의 표정은 그가 겁을 집어 먹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우리는 차량 내의 우의와 우산을 꺼내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김병장은 천천히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발을 옮겼다.
진원지가 서서히 가까와올 수록 김병장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정체 모를 그 소리는 김병장은 사건 현장의 낮은 대문으로 유도하였다.
낮은 대문을 밀고 들어가면서 나는 심장박동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조그만 마당 가운데로 들어서자 김병장이 감자기 걸음을 멈추고, 어둠 속의 그 집을 조용히 응시했다.
"왜 그래?"
나의 물음에 김병장은 조용히 그리고 아주 나즈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바...바로... 앞....앞에 있습니다."
나는 곧바로 손전등을 전방을 향해 비추었다.
작은 툇마루가 눈에 들어왔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너....이 자식...고양이 울음소리를 착각한 거 아냐?"
그러자 김병장은 전방을 주시한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답을 했다.
"고양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 코 앞입니다."
나는 계속하여 전방 주변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무엇인가를 찾아내려고 애를 썼다.
"소리가 끊겼습니다..."
헤드폰을 쓰고 있던 김병장이 멍하니 한마디 내뱉았다.
나는 잠시 동안 손전등이 비추어진 툇마루 주변을 멍하니 응시했다.
빗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중대장님, 못 들으셨습니까? 상당히 크게 들리던데..."
갑자기 그의 목소리 톤이 낮아졌음을 느낀 나는 그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우의를 뒤집어 쓴 채 그는 나를 보고 말하고 있었지만 어둠 속에 가려진 그의 얼굴은 볼 수가 없었다.
나는 그의 표정을 확인하려고 손전등을 그의 얼굴에 비추었다.
그런데 손전등 빛으로 확인된 그의 표정이 나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한쪽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지금 장난친거냐?"
"아닙니다. 제가 왜 장난을 칩니까?"
그러나 여전히 그의 비웃는 듯한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너 왜 웃고 있지?"
이 말에 김병장은 갑자기 두 눈을 부릅뜨고 경직된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 윽박지르듯 대답하였다.
"그럼!!!!!!!!!! 이런 표정으로 있습니까!!!"
순간 나도 모르게 주먹과 발이 동시에 그를 향했다.
"이런 미친 새끼가 있나!!!"
공수부대 출신인 나의 주먹질과 발길질은 내가 생각해도 치명적이고 거칠었다.
그러나 이러지 않으면 그의 기이한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김병장은 힘없이 고꾸라져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연발했다.
얼마나 나갈지 모르는 그 비싼 장비의 상태가 염려되었지만 다행히도 김병장은 그것을 꽉 움겨잡고 있었다.
"일어나 새꺄!! 감히 나한테 장난질을 해?"
나는 그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차량이 있는 곳으로 끌고갔다.
나는 조수석에 그를 던지듯이 쳐박아 놓고 운전대를 잡았다.
연신 몇 번의 기침을 하던 김병장이 입을 열었다.
"죄..죄송합니다. 중대장님...제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 봅니다."
"이 새끼... 한 번만 그런 장난치면 머리통에 총구멍을 내 주겠다. 알았어?'
이렇게 말은 했지만 왠지 장난같지가 않은 김병장의 행동은 나를 서서히 알 수없는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나는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으며 장대비가 쏟아지는 빗속을 내달렸다.
그 날 밤 나는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조사를 시작하면 정리될 것만 같았던 사건이 자꾸 미궁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아 머리가 복잡했다.
게다가 김병장의 기이한 행동이 마음에 걸려 더더욱 나는 잠 못드는 밤을 보내야만 했다.
힘겹게 밤을 보낸 나는 일어나자 마자 급한 연락을 받았다.
최중사가 군 검찰로 이송된다는 소식이었다.
아직 해 놓은 것도 없는데 벌써 이송되다니...
헌병대는 사건조사를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급히 사단장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이미 이송명령이 떨어진 후라 사단장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젠장!! 사단장 끗발도 벌거 아니구만."
나는 절로 탄식이 나왔지만 이러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서둘러 헌병대로 향하였다.
내가 도착하자 벌써 최중사는 이송준비가 완료되어 검찰 호송차량에 올라타고 있었다.
내가 급히 달려오자 온 몸을 포박당한 채 말없이 차안으로 들어서던 최중사가 나를 알아보았다.
"중대장님.."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불렀다.
그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는데 나는 아무런 말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한 쪽 입꼬리를 올리고, 진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에서 나는 알 수없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다시 돌아오겠다며 말하는 미소짓는 저 표정, 저게 내가 아는, 살인을 저질러 죄책감의 시달리던 최중사란 말인가?
어떻게 지금 이 상황에서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머리속이 믹서기로 갈려진 것처럼 뒤죽박죽이 되는 기분이었다.
문득 지금 저 한마디가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그제서야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래...다시 보자. 행운을 빈다."
멀어지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지금부터 나는 최중사가 없는 상태에서 그의 무죄를 증명할 증거를 찾아야 한다.
그에게서 들은 얘기라고는 단 세 가지 뿐이었다.
애기울음 소리를 들었다는 것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과 그리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것.......
어쩌면 지금 나는 무모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무엇을 더 알아낼 수 있단 말인가?
알리바이, 살해도구, 족적, 지문, 그리고 총소리를 들은 주변 이웃들, 현장을 목격한 경찰들........
이미 모든 증거들은 최중사가 확실한 범인임을 말해주고 있다.
내가 이것을 뒤집을 수 있단 말인가?
혹시나 최중사는 내가 아는 선량한 모습으로, 깊은 내면 속에 잔인한 살인자의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의 겉모습에 속은 것은 아닐까?
어제 김병장의 기이한 행동은 정말 장난이었을까?
내 머릿속은 도무지 지금의 상황을 정리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나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면서 답답한 머리를 식히고자 모자를 손으로 벗어 쥐었다.
오른손에 쥐어든 모자가 종이장처럼 구겨지고 있음을 모른 채 나는 천천히 뒤돌아서 걸었다.
멍하니 넋나간 표정으로 뒤돌아 걷는 나의 모습을 본 헌병대원들이 연신 나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했다.
나는 부대에 돌아와서도 혼이 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행정실을 지켰다.
'애기 울음소리.....툇마루 근처에서 소리가 멈추었다. 그리고 박병장이 기이한 행동을 했다.'
무엇인가를 정리해야 하겠는데, 아니 무엇인가를 지금해야 하는데 정말로 아무것도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
그 때 불현듯 나는 머릿속을 스치는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래...툇마루...거기를 파보자.'
나는 서둘러 사단에 굴삭장비와 차량을 요청했다.
그런데 행정실을 나가려는 순간 나는 갑자기 CP의 간부용 무기고가 떠올랐다.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권총을 챙겨야 할 것 같다는 본능적인 의무감이 들었다.
나는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무기고에서 권총 한자루를 꺼내고, 실탄이 삽입된 탄창을 권총에 끼워 넣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장전은 하지 않고 안전핀의 위치를 안전에 조정하였다.
밸트 뒷쪽에 깊숙히 총을 숨긴 나는 부대 밖으로 나와 사단 본부에서 내려오는 지원차량을 기다렸다.
본부 차량이 눈 앞에 나타났다.
서서히 가까워지는 지원차량을 바라보고는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운전병이 김석우 병장인 것이다.
"너, 뭐야? 난 운전병을 요청했는데...."
김병장은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제가 죄송한 것도 있고 해서 자원했습니다."
나는 의심스런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사건현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큰 강을 끼고 도는 다리를 하나 지나야 한다.
낙석이나 산짐승 같은 위험 요소 때문에 지나치게 가파른 산악지형에는 강물을 끼고 도는 다리를 만들어 지나도록 한다.
다리 위를 내 달리는 차량 내에서 몇 분여 동안 아무 말없이 우리 둘은 전방을 주시한 채 앉아 있었다.
"굴삭 차량은 언제 오지?"
"곧 뒤따라 올 겁니다."
다시 침묵 속에 우리는 빠져 들었다.
이 침묵을 다시 깬 것은 김병장이었다.
"최태영 중사는 어떻게 애기울음 소리를 들은 겁니까?"
"몰라 임마. 그 얘기 그만해."
전방을 주시한 채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앉아 있었다.
"난 하고 싶은데.....왜 안하지?"
그의 말이 존칭이 아닌 짧은 어구로 끝나는 것을 눈치 챈 나는 고개를 돌려 김병장을 쳐다보았다.
그제서야 나는 김병장이 앞을 보지 않고 나를 보며 웃는 모습으로 운전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온 몸이 싸늘해지는 한기가 순간적으로 몰려왔다.
최중사 얘기를 저 놈이 어떻게 아는 것일까?
"너...이 강아지....최중사가 얘기 어떻게 알았어?"
이에 김병장은 전방을 주시하는 것을 포기한 채, 잇몸이 모두 드러날 정도로 크게 미소를 짓더니 나에게 말했다.
" 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다시 온다고 하지 않았니?"
그의 엽기적인 표정을 보는 순간 나에겐 분노와 공포가 동시에 밀려왔다.
"너...이 신발새끼!!!"
이 말과 동시에 이미 내 오른손은 밸트 뒷쪽에 깊이 숨어있는 권총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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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종격투기까페 글쓴이 : 다쓰베이더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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