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난번에 국회의사당으로 한밤중에 난입했다가 체포돼서, 온몸에 피멍이 든 경험이 있었던 다음부터는 국회의사당 여의도 근처로만 가도 뭔가 찝찝하고 솔직히 다시 가기 싫더군요...
 
저는 사실, 교사를 준비하는 교사지망생입니다. 공부를 하던 도중,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나는 내가 나중에 가르치려고 하는 학생들에게, 어떠한 가치를 가르치고 싶어하는걸까?

만일 FTA 가 이렇게 통과되고 나서, 신산업과 중소기업의 기반이 약해지고 민영화된 사회적 성향이 강해지며 빈부격차가 더욱 심각해 지는 상황 속에서, 그 아이들에게 스스로의 '재능'을 돌아보고, 그를 통해 삶을 더 가치있게 살고 천수를 불태우는, 그런 삶의 진로를 당당하게 권유할 수 있을까? 

오히려, 너희들의 사회적인 안전을 위해서 책상머리 앞에 앉아있는, 수능공부, 야간자율학습에만 모든 것을 쏟아붓고, '스팩'을 쌓고 대기업에 들어가는 꿈을 꾸거나, 공무원이 되려는 그런 삶을 선택사항으로밖에 강조할 수 없는, 어찌보면 현재의 나 같은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그런 환경밖에 물려줄 수 없지 않을까.

스티브 잡스의 재능이 개화했던, 차고(garage)에서 탄생하는, 그런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아이들이, 사회적 시스템과 분위기에 억눌려서 결국 '재능'이 억눌려 묻혀져버리는 그런 사회적 특성이 더더욱 심화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반쯤은 허풍이고, 반쯤은 어디서 줏어들은 것이지만, 저는 언제나 그레이트 티쳐가 되고싶었습니다. 사실 어쩌면 저는, 저 혼자만 멋진 교사노릇을 수행하고, 저 혼자만 그레이트 티쳐가 되면 세상을 변하게 만들 수 있을것이고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해결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영웅심리에 취해있었을 지도 모르죠.

그런데, 급변하는 정치정세를 보고, 여러가지 정보를 습득하고,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보면서 알게되었습니다. 세상이 좀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으면, 저 역시 아무리 제 신념을 펼치고, 또한 그 신념을 가르치고 싶어도 한계가 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 

'진보'라는 말을 어떤 이들은 북한과 관련된 말로, 혹은 특정 정치적인 구호로 매도하곤 하는데, '진보'라는 것의 핵심은 저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바람직한 인간성의 또다른 면, 인류의 발전을 가져오는 '재능의 해방' 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폰이 만들어지자, 수많은 타 기업들이 그와 비슷한 수준의 스마트폰을 개발하기 위해서 각종 인재와 아이디어를 채용했고, 그로 인해 앱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많은 중소기업의 아이디어의 장이 열린 것 처럼요.

더 만족스러운 삶의 진리를 추구하기 위해서, '재능의 해방'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정치와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지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경쟁에서 이기고 지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다시 경쟁에 뛰어들만한 사회적 안전망, 패자부활전의 보장은 단순한 경쟁적 사회분위기보다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진정성있는 삶을 살아간 사람이 남기고 가는 말 치고 거짓된 말이 없습니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이 세상과 역사를 바꾼다.' 저는 그 말이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이 자신들 뜻대로 움직인다고 믿는 '그들'의 가장 큰 '변수'가 바로 행동하는 양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양심이 가리키는 방향이 무엇인지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봅니다. 

가장 커다란 변수가 되기 위해서, 이전 세대가 열어준 멋진 길을 걸어가려는, 길을 밝히는 촛불들. 그 촛불들 중 하나만 들 수 있다면, 앞으로 혹여나 가르치게 될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생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글 올려봅니다.

객기부리고 국회의사당 쳐들어갔다가, 경찰서 갔다오고 겁만 잔뜩 먹은, 저도 다시 국회의사당 앞으로 갈겁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싶어하는 많은 사람들이 온다면, 굉장히 멋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