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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istory_13980
    작성자 : 꼬마병정
    추천 : 13
    조회수 : 1135
    IP : 218.209.***.136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14/02/08 00:39:21
    http://todayhumor.com/?history_13980 모바일
    어머니와 외할아버지 이야기(궁서체임)
    어느 계시판에 이글을 올릴까 고민 하다가 그래도 역계에 올려 그 의미를 부여 받고자 용기를 내게 되었읍니다.
     
    지금은 돌아 가시고 안 계신 저의 어머니와 살아 생전 한 번도 뵌적 없는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그냥 잠 오지 않는 시간에 털어 놓는 지나간 날의 우리들의 이야기라 생각 하시고 읽어 주시기 바람니다.
     
     
     
     
    우선 저에 대해 소개하자면 ....         저는 두 아이의 아빠이며, 이제 막 50줄에 들어선 머리에 새치도 쫌 있는 철 없는 오징어랍니다. 
     
    저가 태어난 곳은 충북의 어느 작은 산골 마을이고요.  산골이다 보니 변변한 재산도 없이 주변 산을 화전해 일구어 농사 지며 사는 것이 전부인,  봄이면 산 나물에 의지하고 여름이면 보리 고개에 힘들어 하며 살아 가던 빈농의 집에서 태어 낳지요.
     
    더욱이 저가 육칠세에 병으로 누워 계시던 아버지 마져 돌아 가시고,  어머니는 어린 국민학생이던 큰 아들과 둘째 아들을 데리고 농사를 짓곤 했었답니다.
     
     
    무튼  먹고 살기 위해 하나 둘 도시로 나가게 되고 ...   자리 잡는데만 십 수년 ...  지금은 7남매 모두가 자기집에 살며 끼니 걱정은 하지 않고 살고 있지만 당시엔 가난하고 어려운 생활을 지냈지요.
     
    더욱이 어머니는 사람이 글을 배우게 되면 생활이 비참해 진다  외할아버지의 고집에 따라 글을 모르고 지내셨다가 말년에 자식들이 모두 자리 잡고서야 그동안 한이셨던 일자 무식의 설음을 벗고자 한글 독학에 열올리시기도 했더랬읍니다.
     
    말이 독학이지 환갑이 지난 노인이 글을,  그것도 독학으로 배우기가 수월한 것이 아닐찐대 읽다 막히는게 있으면 자고 있는 자식들을 깨우기가 일수고 큰 소리로 책을 읽으시다 모르는 것이 나오면 체면이고 뭐 없이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묻는게 일상이었더랬죠.
     
    그렇게 해서 결국엔 한글을 마스터 하시곤 매일 매일을 책 읽는 재미로 살다가 가셨읍니다.
     
    근데 그때 어느 한 날은 어머니와 저 단둘이 책을 읽고 있을때에 문득 뭔가가 생각나신듯  '막둥아 한번 들어 볼래?' 하시곤 숨도 쉬지 않고 천자문을 무슨 실타레 풀듯 줄줄 외신적이 있었읍니다.
     
     
    진즉에 외할아버지께서 고향 작은 마을의 학동들을 모아 놓고 천자문을 가르치던 서당 훈장님 이셨다는 소리는 몇차례 듣긴 했지만 그날의 어머니의 일화는 두고 두고 깜짝 놀랐던 기억 중의 하나 입니다.
     
     
     
    일제  시대에 태어 나신 어머니와 외삼촌들...
     
    당시 외할아버지는 당신이 공부한 한학을 자식들에게 물려 주기를 대단히 꺼려 하셨다가 끝낸 막내 아들에게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학문을 전수해 주셨다고 했읍니다.
     
    그러니까 4남 1녀의 어머니형제 중  글을 배우신 분은 아들로써 막내인 네째 외삼춘이 전부였던 것이고,  어머니는 당시 손위 오빠와 동네 학동들이 공부 하는걸 오다 가다 어깨넘어로 보시곤 천자문 음을 모두 외셨던 거였읍니다.
     
     
     
     
    그럼 여기서 잠깐...
     
    우암 송시열계의 은진 송씨 23세 후손으로 자부심이 대단 하셨던 외할아버지는 왜 자식들에게 글을 가르쳐 주지 않으셨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는데,
     
    어릴적 저는 식구 누구에게 물어 봐도 크면 알게 된다는 막연한 대답만 들었고요. 
     
    어려서 철이 없던 저는 하기 싫은 공부 핑계에 동네 또래 친구들과 신세 망친다 하는데 공부는 왜 하냐 하며 시험 전 날에도 동네가 떠나 가라 장난 치며 놀다가 때마침 마을 순시를 나오신 담임 선생님께 마졌던 적도 있었답니다.ㅋㅋㅋ
     
     
     
    왜, 외할아버지는 자식들에게 공부를 가르치지 않고 땅 파먹고 사는 농부가 되라 하셨을까?  그것도 선비를 자쳐 하셨던 분이...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때의 저의 철 없는 행동은,
     
    일제라 하면 단지 우리 민족이 격어온 지난 나날들 중의 하나일 뿐이어서 일제때 태어났으면 조선을 기억 하며 살 필요 없이 일제에 충성 하며 자신의 영달만 챙기며 살면 될 것이라는...
     
    해방 후에도 제대로 된 독립국을 갖지 못 하고 일제때 나라 팔아 먹었던 분들에 의해 지금의 나라도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외할아버지의 고집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자책해 보곤 합니다.
     
     
     
     
     
    일자 무식의 가난한 자식이 될찌라도,  그것이 글을 알아서 그것을 기회로 나라를 팔아 먹고 사는 매국노가 되어 호위 호식하며 사는거 보다는 낫다는...
     
    망한 나라에 분개하기 보다는 조국을 망하게 한 적국의 시다바리가 되어 권세를 누리려는 동포들이 더 많음을 보게 될때에 피토하는 맘으로 결행 하신 가슴 찌져지는 결단이 아니셨을까...
     
     
     
    날이 갈 수록 외할아버지의 나라 잃은 선비의 망국의 한을 어렵게 나마 되집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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