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재 중소기업에 연구소에 재직하고 있는 28살 남 입니다.
최근 직장에서 하고 있는 업무에 흥미를 느끼지 못 해서 3년째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둘 예정입니다.
아직 사직서까지 제출하진 않았지만 팀장님께는 퇴직 의사를 밝힌 상태이고 조만간 임원 면담을 갖고 퇴직 절차가 진행될 것 같습니다.
빠르면 한 달, 길어야 두 달 정도 소요될 것 같네요.
제가 퇴직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제 직무에 흥미를 느끼질 못해서 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공부를 워낙 안 했습니다. 그래서 대학도 수능 성적에 맞춰 들어갔고 학과도 취업이 잘 될 것같은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후로는 사립대학교의 비싼 등록금을 감당하기 위해 오로지 학점과 장학금만을 위한 공부를 했습니다. 덕분에 공대 수석 졸업과 함께 8학기 동안 받은 장학금만 2천4백만원 정도 될 것 같네요. 하지만 그게 전부였고 그게 제 회사 업무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것 같습니다. 학교 다닐때는 남들 놀때 열심히 공부하면 나중에 뭐가되던 되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졸업해서 어떤 분야의 어떤 회사에 입사해서 어떤 업무를 하고싶다는 목표 같은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4학년 1학기 때 교수님께서 추천해주신 회사에 들어가 지금까지 다니고 있습니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정말 자신감이 넘쳐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열심히 했습니다. 동일한 주제로 진행한 세미나에서 동기들 중 유일하게 칭찬도 들었고 나중에는 졸업생 대표로 초청을 받아 학과 후배들을 상대로 일일 강사도 했었습니다. 그때 강의 주제로 정한 것이 인생의 목표가 뚜렷해야 미리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저 자신조차도 하고싶은 게 뭔지 모르면서 남들한테 그런 강의를 했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웃기는 노릇이네요...
아무튼 그렇게 회사를 다니다보니 점점 깊은 내용의 업무를 맡게 되고 야근도 잦아지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건강도 정말 안좋아져서 지금까지도 피부 면역 체계에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진물이 흐르는 얼굴에 약을 발라가면서 이길이 내 길이다 생각하고 묵묵히 다녔습니다. 대략 7-8개월 동안 매일매일 새벽 2시에서 많게는 5시까지 일하고 퇴근하다가 어느날 밤 9시에 퇴근을 할때 일찍끝나서 기분이 너무 좋다고 동기들끼리 얘기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다 어느덧 1년, 2년이 지나고 진급까지 하고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이쪽 분야의 일을 5년, 10년 뒤에도 계속하고 있다고 생각해봤을 때 과연 어떤 기분일까..라고.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정말 숨이 막히고 끔찍하고 너무 싫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정말 심각하게 내가 하고싶은 일이 뭔지 고민해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자 라고...
요즘 뉴스를 보면 한국이 OECD 국가중에 자살율 1위다... 그 중에서도 20대 자살률이 1위다... 인문계 대학생이 취업을 위해 코딩을 배우고 있는 실정이다... 나 하나 먹고 살기도 너무 힘들어서 결혼, 연애, 인간 관계 등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세대를 나타낸 5포 세대라는 말이 생겨났다는 등의 기사들을 보면서 이런 각박한 세상 속에서 한 번 인생 남을 위한 삶보다 나를 위한 삶을 살아보자라는 생각이 정말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런 도전도 안해보고 살다가는 정말 죽기 전에 후회할 것 같았고, 세상 풍파에 찌들어 살다가 허구헌날 정치인들 탓만 할것 같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도전을 못했던 것에 대한 미련이 남을 것 같았고 또한 제 자신한테 너무 미안하고 억울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후회해도 좋으니 한 번 시도나 해보고 후회하자고 결심했습니다. 제 결심을 팀장님께 말씀드렸더니 업무가 힘들어서 그런거라면 팀을 옮겨줄 수도 있다고 하셨지만 애초에 그런 이유로 퇴직을 결심한 것이 아니기에 제 결심을 밀고나갔고 결국엔 팀장님의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회사에서는 남은 업무에 집중하고 퇴근 후에는 제 진로에 대해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평생동안 이런 생각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이렇다할 진전은 없지만 설렘반 두려움반의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 고민게시판에 글을 쓰게된 이유는 여러분들께 현실적인 조언을 듣기도 하고 글을 읽으시면서 느낀점들을 들어보고 싶은 목적도 있지만, 그냥 저같은 사람도 있다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들께 잘 다니고 있던 직작을 그만두라는 말씀을 드리는 건 아닙니다.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여러분들께서 현재 가고 계신 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글을 쓰면서도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되어 기분이 싱숭생숭하네요. 못 쓰는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구요. 마지막을 한 말씀만 더 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 청춘 여러분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입니다.
그리고 내 인생의 주인 또한 '나' 입니다.
우리 모두 행복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