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바로 요 며칠전 "예비남편이 의사관두고 집에서 밥하래요" 라는 고민글로 베스트 갔었던 사람입니다.
왠지 모를 이유로 베스트에 도착한지 몇분만에 반대폭탄을 맞고 보류로 ㄱㄱ 했지만...
(그래서 링크 걸고 싶은데 걸어드릴수가 없네요ㅠ)
많은 분들이 댓글 달아주셨는데요, 전부 나같으면 직장 포기안한다, 지금까지 쌓은게 아깝지않냐, 이 결혼 다시 생각해보라는 의견이었습니다.
특히 자기 지인이 의사/약사 였는데 결혼하고 전업주부가 됬다가 우울증걸리고 불행해지거나 후회했다는 사례가 마음에 많이 와닿더군요.
그리고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이 31년을 노력해서 쌓아온 직업과 꿈을 자신이 원하는걸위해 포기하라고 할수있냐고,
예비남편이 이기적이고 가부장적인것 같다는 댓글을 보고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이런 남자와 시댁이라면 결혼해서도 저를 존중해주긴 커녕 저를 자기입맛대로 저를 바꾸려들고 휘두르려 할거같다는 예감이 드네요.
요즘시대에 의사아내, 의사며느리가 꼴보기 싫다며 그만두고 집에서 밥이나 하라는 남자나 시댁이나 결혼하면 어떨지 뻔히 보이는건 사실이죠..
그리고 남친의 "밖에나가서 고생하지말고 내가 벌어다주는 돈으로 집에서 편히 놀고 쇼핑이나 다녀라"는 말이 사탕발림임과 동시에
남친이 전업주부를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집에서 놀고먹는 직업" 이라고 생각한다는것도 알게되었구요.
밤새 잠도 못자고 고민했어요. 저는 확실히 자아와 자기실현 욕구가 강하고, 내 꿈과 목적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이에요.
보통 전업주부가 되면 자아를 잃게된다죠...
이제 솔직하게 인정할수있어요.
저는 지금 한사람의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나'가 좋지,
'누군가의 엄마와 며느리로서의 나'가 되기 싫어요.
원래부터 엄마나 며느리란 존재가 되기 싫었지만, 그래도 많이 외로웠고, 첫사랑이고,
이 남자랑 함께 행복하게 살고싶다는 마음 하나로 되려고 했던 거였어요.
그런데 이 남자가 지금까지와는 너무 다른 모습을 보여줘서 실망했어요.
언제나 나와 얘기할때 내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참을성많고 융통성있고 합의점을 잘 조율할줄 안다고 생각했던 이 남자가
결혼후의 역할에 대해서는 완전히 꽉막히고 꼴통같은 썩어빠진 모습을 보여줬거든요.
이게 이 사람의 본색이겠죠? 결혼전에도 이런데, 결혼하게되면 앞으로도 이런, 아니 이것보다 더 심해질지도 모르겠네요.
결혼전과 결혼후가 같을거라고 생각하지 말라는말이 딱 와닿네요.
오늘 새벽부터 남친과 통화하고,
다시한번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해봤어요.
이번엔 저도 강하게 나갔습니다. 나도 내 직장이 정말 소중하고 전업주부할 생각 없다고.
계속해서 전업주부를 강요하면 이번엔 내 쪽에서 결혼을 다시 생각해봐야겠다고.
.....그랬더니 엄청 화내더군요ㅋㅋㅋㅋㅋ결국 소리까지 지르면서 대판 싸웠어요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그리고는 저보고 니가 의사래서 내 직업이 우스워보이냐고 잘난척하지말라고 그러네요ㅋㅋㅋㅋㅋ
그런식으로 남자 무시하는거 아니래요.
미친 내가 언제 무시를 했다고. 전업주부 하기싫다고 하면 남자 기죽이는 콧대높은 나쁜년인가봐요?
"내 능력이 우습지? 왜 내가 너보다 못벌거같냐?"
정확히 이렇게 말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귄지 3년 다되가는데 이렇게 크게 싸운적은 처음이네요. 싸우다보니 성격을 알겠어요.
와 ㅁㅊ 어제 여러분 충고듣고 남친이랑 한번더 말해보길 잘했네요. 신의 한수였어요...
원래 소심한데다 남자한테 휘둘리는 호구같은 성격이라 말도 제대로 못꺼내고 어버버버하다가 고분고분 시집갈뻔했는데ㅋㅋㅋ
저도 담판지으려고 강하게 밀고나가니까 남친 본색이 다 드러나네요.
지금까지 나한테 어떤마음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성관이 어떤지...겉으론 자상한척했지만 실은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이었는지.
진짜 제대로 질렸구요.
이 결혼 못한다고 했어요.
생각해보니 이 남자는 내 모든걸 포기할만큼의 가치가 없더군요^^
겨우 이런놈 때문에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걸 전부 포기하려고 했었나 스스로가 한심해지네요.
이딴놈보다 내 자신과 내 인생이 훨씬 더 소중해요.
파혼했습니다. (가족들 전부 잘했다고 하네요)
후회는,
안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