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를 당하는 것은 아니였지만 항상 은근히 무시당하는 분위기 걷도는 느낌 모두의 눈치를 보는 것이 습관이었어요 중학교 때엔 "나댄다"라는 이유로 뒷얘기도 많이 들었고 그 이후 고등학교에서는 더 기가 죽어서 정말 조용히 입시준비만하면서 보냈네요
그 고등학교 시기에 알게된 것이 제가 좋아하는 가수였어요 한국가수도 아니고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도 않은 가수였지만 오히려 그 점 때문인지 더 빠져들더라구요
대학을 진학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느낌이었어요 예체능 특성상 화려하고 끼많은 애들이 가득한 학교에서 눈치보지않고 자기표현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지만 오랫동안 혼자였던 사람이 친구를 만드는 건 쉽지가 않더라구요
항상 튀려고, 앞에 나서려고 노력해도 주목받는 건 쉽지만 어울리는 건 쉽지않았어요 그 시기에 만난것이 제 친구에요
예체능 하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알게모르게 있는 기싸움 정말 심하잖아요 타고난 재능이 느껴지니깐.. 그 친구가 그런 친구였어요 예쁜 것도 아닌데 왠지 시선을 끌고 나서지 않는데도 따르는 사람이 많고 미워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솔직히 워너비같은 존재였어요
과모임에서 늘 그러하 듯이 혼자 나서는 일이란 다 하는데도 술을 마시고 대여섯명만 무리지어서 얘기를 하는 분위기가 되면 항상 심장이 두근거리더라구요 낄 곳이 없어서요..
그 때에도 그런 분위기가 되자 눈치를 보며 다른 일을 하는 척 폰을 보면서 혼자 분주한 척을 했더니 저한테 그 아이가 다가오더라구요 딱히 말을 하지도 않고 와서는 자연스럽게 자기옆에 두고는 다른 친구들이랑 함께 어울리게 해줬어요
그 날 이후 계속 절 챙기는 느낌이었어요 강의실을 이동할 때, 밥을 먹을 때 강의텀이 길 때 항상 알게모르게 "같이 카페갈래?, 배 안고파?"라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어울리게되었어요
처음에는 주변친구들이 불편해하는 눈치였지만 그 친구가 그러니 어느새 저도 무리에 낀 느낌이었고 왠지 모르게 무시하는 듯했던 친구들도 그 친구의 친구라는 이유로 상냥해진 느낌이었구요
표현은 안했지만 정말 고맙고 부럽고 우상같았어요, 저한텐 그 친구가 정말 멋져보였거든요 그리고 저는 그 친구에게 정말 제 모든 것을 다 말했어요 생에 첫 친구같은 느낌이어서 너무 신기했어요 같이 쇼핑하고 밥먹고 영화도 보고 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구요 제가 그런 트라우마에 대해 얘기를 하면 정말 귀기울여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가끔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 얘기하면 맞장구쳐주지 않고 조곤조곤 조언해주는 어른스러운 친구였어요
그런데 어느날 친구 폰의 노래목록을 보게되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가 빼곡하더라구요 그 때엔 이미 대형커뮤니티에서도 여러번 소개되고 한국에서도 꽤 유명해지긴 했던터라 친구도 팬이구나 싶은 생각에 정말 들떳어요
제가 그 가수에 대해 여러번 얘기를 했었기때문에 너도 좋아하냐면서 왜 말 안했어!!하는 말에 그냥 미적지근하게 노래좋더라는식으로 넘기더라구요 그래서 아 나처럼 팬은 아닌가보다 싶어서 그냥 넘겼어요
친구가 그 가수에 대해 그래도 알고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더 그 가수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었구요
그러다 친구의 집에 처음가게 되었는데 친구집에 그 가수의 발매된 앨범, DVD가 전부 있더라구요 구하기 힘든 한정반, 싱글같은것 까지 있는 걸 보고 뭐지? 싶었지만 친구가 원래 음악에 관심이 많고 지식도 방대해요, 앨범 모으는 것도 취미고 공연도 많이 보러다니고 팬이냐고 어떻게 구했냐고 물어보니 노래좋길래 앨범 모으는게 취미라 샀다고 말하더라구요
평소처럼 그 가수에 대해 정보가 많이 올라오는 여초사이트에서 해당 가수에 대한 얘기를 찾아보고 있었는데 그 가수의 한국인친구에 대한 얘기가 있더라구요
그런데 보고는 깜짝 놀랐어요
그 가수와 한국인친구가 주고 받은 트위터멘션, 맞팔, 한국인친구에 대한 정보가 있었는데 제 친구였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가수가 팬서비스차원에서 팬 멘션에 답을 해주곤하는데 "나 너 한국 다시온다고 말한거 기억하고 있어" 라고 보내니 "당연히 나도 기억하고 있어" 라고 답한 멘션이었어요
내한 경험이 있고, 당시에 또 올게~ 라는 식의 말을 했었어서 평범히 한국팬에게 해준 팬서비스식 답멘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두 사람이 아주 옛날부터 맞팔되어있던 사이더라구요
현지팬들 사이에서 '한국 일반인을 맞팔 중이다'라는 걸로 화제가 되어서 그 일반인이 화제가 되었는데 알고보니 그 가수의 사적인 비공개트위터와도 맞팔이 되어있고 그 계정에서는 더 많은 멘션을 주고 받았더라구요
그리고 그 일반인의 트위터에 업로드되어있던 사진들을 봤는데
제 친구의 집 앞 사진, 제 친구가 그린 그림, 친구가 화제가 된 이후로 얼굴이 공개된 사진은 다 지우고 계정도 비공개로 바꿔 버렸다고 하지만 사람들이 설명하고 있는 사진도 아무리 생각해도 제 친구였어요
심지어 트위터이름은 친구의 별명이였구요
순간 머리가 하얘지더라구요 처음에는 배신감이 들었어요 저는 정말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난 얘에 대해 아는게 아무것도 없었구나 거짓말을 하고 있었구나
그 생각이 지나가고 친구가 연예인이라는 특성, 주위사람에게 그런걸 과시용으로 말할 애가 전혀 아니기 때문에 이해가 되기도 했지만 부끄럽기 시작했어요
대부분 그러잖아요?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가쉽에 대해 지나치게 관심가지고 때로는 성적인 드립고 하구요..
제가 친구에게 했던 얘기들이 생각나기 시작했어요 자기 친구에 대해서 그런 얘기를 하는 날 어떻게 봤을 까? 내가 더러웠을까? 비웃었을까?
시간이 지나니 친구가 제가 그 가수에 대해 얘기할 때 취했던 묘한 반응들의 이유를 알게된 느낌이더라구요
루머에 대해서, 스캔들에 대해서, 가쉽에 대해서 얘기할 때 왠지 모르게 꺼리던 모습들 "아닌 것 같은데.."라거나 "연예인도 불쌍하다 정말, 옆 나라에서도 이런 얘기 듣고"라는 식으로 은근히 발끈하던 모습들 전부 이유가 있었던 거였어요
원래 어른스러운 아이라 생각이 깊은 아이라 가쉽을 싫어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는데 자기 친구에 대한 루머를 얘기하는게 싫었던 거겠죠 그리고 그 애는 그게 터무니없는 소문인지 진실인지 알았겠죠
그래도 그 때는 제가 너무 감정이 앞서서 나는 첫 친구, 진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난 얘한테 믿음을 못 줬구나 얘는 나에게 털어놓지못했구나라는 생각에 선을 넘었어요
친구는 휴학 후 학비때문에 회사를 다니던 중이었는데 퇴근한 친구를 무작정 만나서는 친구에게 기회를 줘야지라고 생각하고는 친구를 떠봤어요 나에게 털어놓길 바라면서 그 가수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자 친구는 별로 듣고싶지않다는 티를 내더라구요 넌지시 던지기도 했어요 날 믿냐고, 너한테도 내가 친구냐며 하자 무슨얘기를 하냐며 웃더라구요
집에 돌아와 술을 마시고는 실수를 했어요 취해서 친구에게 전화해서는 난 너를 진짜 친구라 생각했고 널 믿었는데 서운하다, 너 내가 그 가수에 대해서 섹드립칠 때 속으로 비웃었냐, 내가 웃겼냐 라는 말을 하자 무슨 얘기를 하냐면서 당황하더라구요 그러더니 술많이 마신 것 같으니 푹 쉬고 다음에 보자라고 하길래 인터넷에서 다 봤다, 너희들 멘션 주고 받은 것도 봤고 너 사진도 봤다라고 하니 끝까지 무슨 얘기인지 모르는 척을 하더라구요
다음날 깨서 미친 듯이 후회했어요 그 날 이후 친구는 연락 한 번 없더라구요
인생 첫 친구를 겨우 좋아하는 연예인 때문에 보잘것없는 속좁은 나 때문에 잃었다는 생각에 미친듯이 후회가 되었어요
동시에 이상한 질투도 나더라구요 걔는 내 가수의 친구지 내 친구가 아니였구나 나보다 더 친한 사이였겠지.. 내가 주제를 넘은 걸까 하는 생각..
너무 힘들어서 여초 사이트에 고민을 올렸어요 많은 분들이 서운함을 이해해주고 위로도 해주고, 제가 어리석었다고 정말 좋은 친구를 놓쳤다며 충고도 해주시더라구요
그 이후 왠지 그 가수에 대한 애정도 식고 친구는 휴학 중이고 저는 곧 학교를 그만뒀기때문에 친구 소식도 들을 수 없게 되었어요
그러다 문득 생각이나 그 가수에 대한 얘기를 찾다가 제 친구의 트위터를 볼 수 있는 사람이 (화제가 된 후 계정을 비공개로 돌렸어요) 친구의 멘션을 캡쳐한 글을 보게 되었어요
그 가수의 집에도 놀러가는 것 같고 정말 친한 사이같더라구요
그 것 보다 그 가수가 가쉽으로 힘들어 하던 시기에 남겼던 글이 인상깊었어요
충고와 응원이 담긴 말이었는데 애정이 가득한 그 글을 보니 내가 얼마나 좋은 애를 잃었는지 그 애가 나에게도 얼마나 좋은 친구였는지 알것같더라구요
인터넷을 잘 하지않는 친구라 이 글을 볼 수는 없겠죠
너에게 철없이 화가나서 했던 말들 다 미안해 네가 나를 못믿어서가 아니라 너에게도 내 가수에게도 좋은 친구였기 때문에 말을 안했다는거 이제는 알아 내가 너에 비해서 철이 덜 들어서 미안해 시간이 지날 수록 네가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