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성격탓인지
아님 밤중에 갑갑해 죽겠는데 바람쐴려고 나가려고 해도 도어락 때문에 현관문도 못여는거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갑자기 생각하니 빡치는 그런게 있어요.
한 나흘전쯤에 한 달사귀던 여자친구랑 헤어졌습니다.
처음만났을땐 아주 석유에 불붙듯이 알콩달콩 지내고, 공감대, 취향부터 정치색까지 아주 죽이 잘맞았었지요.
소개로 만나기도 전에 죽이 잘맞아서 사흘밤낮으로 밤새가며 연락하고..
아주 그냥 커플끼리 하는 애정표현은 다 하면서 깨소금공장 수십개는 차렸을거에요.
연락도 맺고 끊음은 원활했지만 한번 한쪽이 하면 20~30분 계속 하다가 적당한선에서 그치기도 잘되었고요.
그러다가 한 20일쯤 되어서 그 친구는 직장인인데 (본인은 학생) 아침까지도 활기차게 연락하다가
갑자기 저녁이 되니까 엄청 기분이 안좋은 티를 내면서 연락을 하더군요.
저한테 뭔가 있는게 아닌건 분명했고,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데 감당하기 어려운 양이 밀려들어왔다고.
그 뒤로 카톡연락도 아침인사-점심저녁쯤 밥먹었냐-퇴근인사-자기전인사로 단순해지더니
며칠전엔 아침인사랑 퇴근인사만 하더라고요.
저도 전날까지 알콩달콩하던애가 갑자기 시무룩해지니까 걱정도 되고 무슨일 나는거 아닌가 싶어서
위로도 해주고 최대한 평상시처럼 대해줬어요.
이제부터 야근 연속에 휴일도 없이 출근해야 한다는데, 정말 얘기만 들어봐도 앞도뒤도 꽉막힌 답없는 상황 (아 ㅈ됏다.. 라고 하죠) 인걸 짐작했기에 그 친구가 힘들어도 의지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지요.
물론 저도 반기짜리 프로젝트 때문에 알바도 못하고 쪼들려가며 사는 형편이지만 그래도 직장인이 학생보다야 힘들겠거니 했고요.
시간 갈수록 얘가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아무것도 못해준다는 사실에 열패감도 느껴보고...
난 학생이라 시간이랑 여유가 그래도 좀 되는데 얘는 지금 사면초가같은 상황이라 너무 보채는거 아닌가 생각도 들었거요.
그런데 그냥 저 스스로 생각한는데 초반에는 좀 알콩달콩하고 그러다가 나중에 신뢰로 이어가는 관계였는데, 그게 안되서 속으로 은근히 쌓인게 있었나봐요.
이 밀어닥친일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말과,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표현...
자기전에 알려주지도 않고 자는건 X라고 자기가 먼저 말해놓고는 나중에는 자기가 깜빡 잠들었다고도 하더군요.
자기전에 통화를 꼭 하곤 했는데 그때도 '사랑해' 한마디 하는게 그렇게 힘든가 싶기도 하고.
뭐가 힘든건지 알려주면서도 '너가 못믿을거 같아서 알려준다.'라던지, 다음날 일정을 제대로 못했다니까 '그러니까 일찍일찍 잤어야지'라던가.. 이건 거의 그냥 동성친구가 되버린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평소같음 이렇게 하지 말아달라. 라고 했을텐데 상황이 사면초가라 말할수도 없고... 전화상으로도 "신경 못써주는거 미안하지만 지금 상황이 상황인지라 기력이 떨어져서 예전같은 이야기도 안나온다."라고 해서 참기로 했었지요.
그러다가 사단이 난게, 그 친구가 SNS를 하거든요. 일단 한다는건 저한테 모두 공개했고 누가 누구다 라는거까지 설명을 다 해줬어요.
처음에는 내 카톡 메시지에 1이 안사라지면서도 글이 올라오는게 좀 빡치다가, "뭐... 나도 옛날에 답안나오는 상황에서 스트레스 풀려고 했던적 많으니까."라고 넘어갔어요. (활발하게 한건 아니었어요. 한 서너개 정도 올라왔음.)
그런데 이 친구랑 마지막으로 만났을때 분명히 손톱을 지우고 왔어요. "요즘 손톱칠할 시간도 없다."면서
그런데 메니큐어 바른 인증 글이 올라오질 않나.
결정적으로 헤어지기 전날에 분명히 하루종일 일한다고 해놓고 어디다녀온 글이랑 사진이 떡하니 있는데
순간적으로 그동안 쌓인게 폭발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제가 그 친구를 추궁 했습니다.
"진짜 오늘 일만한거 맞냐"만 몇번을 물어보고 "그러면 여기 올라온 글은 뭐냐"라고 했거든요.
나중에 그 친구가 해명하길 예전에 다녀온걸 쓴거라고 했고, 너는 그냥 그런게 올라왔으면 뭐냐고 물어봐도 될걸 확정을 지어놓고 추궁하냐고 화를 내더군요.
일단 순간적으로 욱했기 때문에, 아차 싶어서 빌었지만 때는 늦었더군요.
제가 믿어주지 못할말정 의심을 먼저 한건 백번 잘못한거니까 앞으로 상황이 어찌되던 받아들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헤어지자고 할때도 변명하지 않고 '내 잘못이 크고 나 혼자 보내는 시간이 갑자기 많아져서 적응을 못한게 있는거 같다. 이젠 내 생활영역도 만들어가면서 지내겠다.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는데, 자기는 이제까지 살면서 아무한테도 이런 취급은 받아보지 못했다고 하면서, 계속 떠오를거 같아 괴롭다고 해요.
자기도 표현적인 문제는 노력해도 힘이 안들어가는 상황이고, 이 일이 언제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만나더라도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거 같다고 헤어지자네요.
저도 잘못한 입장이라 차마 대놓고 말은 못했지만 사실 처음 사귀고 얼마 안되었을때, 프로젝트 초안 발표때문에 저친구랑 비슷한 상황을 겪었거든요.
저 친구가 무슨말을 해도 어리둥절하고 느낌도 안오는 꼭 마취된거 같은 그런 느낌?이 한 일주일 갔는데, 그래도 좀만있으면 나아지겠거니 하면서 그 친구 페이스에 맞춰서 표현해줬는데 왜 저친구는 못해주나 하는 섭함이 생겼었어요.
게다가 그날 어디 다녀온거도, 그곳 관련 이야기를 한게 사귄지 열흘 조금 넘었을 무렵이었는데 그때는 그곳에 갈려고 뭐 샀다는 이야기랑 같이갈 친구 이야기 정도 밖에 안했거든요. 이제 일 바빠서 주말에 거기 갈시간도 없겠다는 얘기까지 상황에서 그런 글이 올라오니 당황스럽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이후로 지금까지 연락은 없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건지 묘하게 그 친구가 돌아올거 같다는 근거없는 느낌이 있습니다.
둘이서 옮겨서 대화나누던 챗방도 아직 안지워졌고요.(연락끊기면 확인 가능합니다.)
그냥 간밤에 게임을 할래도 그 친구 생각날만한 거리들이 있고 새로운 게임은 머리 복잡해서 하기도 싫고, 영화도 만화도 다른거도 다싫고 그래서
갑갑한 마음에 적어봤어요.
욕이라도 좀 해주세요.
스스로 생각해도 좀 이기적인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