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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387144
    작성자 : Rin_Arang
    추천 : 0
    조회수 : 925
    IP : 218.152.***.40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5/03/20 04:52:19
    http://todayhumor.com/?gomin_1387144 모바일
    <키다리 아저씨>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키다리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한 소녀를 보았습니다.

    단정한 옷매무새와 뒤로 묶은 포니테일, 또박또박 말 하는 모습은 한 눈에 봐도 또래들 보다 조숙한 아이였습니다.

    키다리 아저씨는 외향적인 사람이었고, 튀는 옷차림과 머리색에 아이들은 그를 많이 좋아했습니다.

    사춘기의 아이들이 한 번쯤은 연상에 대한 동경을 품듯 소녀도 어느 새 키다리 아저씨를 선망하고 있었습니다.

    "아저씨, 아저씨 앞에 서면 할 말이 없어지고 괜히 어색해지고, 내가 왜 그러는지 아저씨는 모르죠?"

    소녀의 말에 키다리 아저씨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어른에 대한 동경과 이성에 대한 사랑이 아직 확실히 구별하기 어려운 나이의 소녀.

    키다리 아저씨도 소녀를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성인이 되서도 자신을 좋아해 주기를 바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아저씨 말고, 선생님이라고 하는 게 예의란다."



    그렇게 키다리 아저씨와 소녀 사이에는 선이 생겼고, 더 이상 멀어지진 않았지만 서로가 암묵적으로 그 선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또래들 중에 제법 똑똑했던 소녀는 많은 궁금증을 키다리 아저씨에게 쏟아내었습니다.

    키다리 아저씨는 귀찮아하지 않고 하나 하나 소녀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유독 감상적이었던 키다리 아저씨는 편지를 좋아하여 가끔씩 소녀에게 편지를 보냈고 어느 날 소녀의 답장편지를 받았습니다.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그는 편지 끄트머리에서 묘한 자국을 발견하였습니다.

    궁금증에 불빛에 편지를 비춰 본 그는 한편으로는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뻐했습니다.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아저씨였으면 좋겠다.'

    연필로 쓰고 애써 지웠지만 흔적이 남아있는 그 한마디.

    키다리 아저씨는 소녀의 바램처럼 늘 의지할 수 있도록 노력했고,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의 집은 이사를 가게 되었고, 키다리 아저씨와 소녀는 한동안 만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소녀의 스무번 째 생일.

    소녀의 생일을 축하하며 식사자리를 마련한 그는, 막상 소녀를 마주하였을 때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소녀가 성인이 된 것을 축하하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 마련한 그 자리에는 뜻밖에도 소녀의 동생이 함께 나타났습니다.

    키다리 아저씨는 결국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못 하고, 그저 소녀의 얼굴을 본 것으로 만족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이후로도 키다리 아저씨와 소녀는 평소와 다름없는 농담과 대화를 주고 받으며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소녀의 스물 세번째 생일.

    일과 외로움에 지친 키다리 아저씨는 소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기필코 표현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혹여나 소녀가 식사를 불편해 할까 애써 지난 시간들을 나누며 보낸 저녁식사.

    식사를 마치고 시간이 늦어 소녀가 집으로 향할 그 때,

    키다리 아저씨는 결국 소녀 앞에서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네가 예전부터 좋았지만, 어렸던 너를 지켜주고 싶었고 이제서야 내 마음을 전해.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쁘고 연애하는 방법도 잘 모르겠지만 이제 말할게.

    너를 좋아해왔고 지금도 좋아해. 네 옆에 있고 싶어."

    힘겹게 입을 열며 키다리 아저씨가 본 소녀의 모습은 기쁨이 아닌 당황함으로 물들어 있었고,

    애써 그 마음을 진정시키려 머리칼을 쓸어 올리고 있었습니다.

    갑작스런 고백에 당황한 소녀는 늦지 않게 대답을 하겠노라 약속하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다음 날이 되었고 키다리 아저씨는 혼자 소녀의 답변을 기다리며 설레여 했습니다.

    그의 일생동안 이렇게 밝게 웃으며 희망찬 시간을 보낸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요?

    며칠이 지나, 고민 끝에 소녀는 키다리 아저씨에게 답변을 전해주었습니다.

    "아저씨는 예전에도 좋은 사람이었고, 지금도 좋은 사람이고, 앞으로도 좋은 사람일거에요.

    좋게 봐주셔서 고맙고 죄송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가끔씩 연락하고 지내는 건 욕심일까요?

    너무 상처 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감사했어요 선.생.님"



    그녀의 답신을 본 키다리 아저씨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습니다.

    눈시울을 훔치며 그는 스스로 놀랐습니다.

    사랑 때문에 울어본 적도 아파본 적도 없는 그에겐 처음으로 겪는 일이었습니다.

    키다리 아저씨는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며 힘겹게 소녀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나 때문에 힘들어 했을 너를 생각하니 미안해. 만약 내가 좀 더 일찍 표현했더라면 함께 할 수 있었을까?

    그동안 너를 생각하며 설레고 행복했어. 고맙고 미안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꺼라는 생각으로 여전히 바쁘게 살았지만,

    슬픔과 안타까움의 감정들은 점점 쌓여만 갔습니다.

    밥을 넘기는 것도 힘들었고, 피곤에 지친 몸을 뉘여도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다웠지만, 그의 세상만은 온통 흑백사진이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앓는 그를 무시하듯 시계 바늘은 끊임없이 돌아가고만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납니다.

    내 생애 마지막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소녀에게 고백했던 키다리 아저씨.

    과연 그는 다시 한 번 소녀를 붙잡고 그 간절함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이대로 시간이 흘러가버린다면 소녀의 결혼식 날, 키다리 아저씨는 소녀의 옆자리가 아닌 먼 발치에서 진심으로 그녀를 축하할 수 있을까요?






    출처 : 나
    Rin_Arang의 꼬릿말입니다
    제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 중인 고민이구요.

    한심하고 찌질한 줄 알지만 여러분께 묻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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